BDA호전 고려한듯
정부는 세계식량계획(WFP)을 통해 북한에 옥수수 5만t을 지원하기로 내부 방침을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통일부는 13일 “조셋 시런 세계식량계획 사무총장이 이날 이재정 통일부 장관에게 서한을 보내 올해 북한의 식량사정이 매우 어려우며 식량난으로 인한 북한 주민의 고통이 점점 증가하고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며 “사무총장이 우리 정부의 세계식량계획을 통한 대북 식량지원을 거듭 요청해 왔다”고 밝혔다. 시런 사무총장은 특히 “지난 4월까지 외부지원이 약 5만t에 불과해 30개 지역 70만여명에 대한 지원이 불가능하다”며 “특히 6월 중으로 어린이 40만명에 대한 지원을 중단할 수밖에 없게 됐다”고 지적했다고 통일부 관계자는 전했다.
정부 소식통들은 “지난해 국제기구와의 약속과 북한의 인도주의적 상황을 고려해 조만간 지원을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정부는 지난해 8월 세계식량계획을 통해 옥수수 5만t, 분유 1천t, 식물성 기름 1천t 등을 지원하겠다는 서한을 보냈으나 북한의 핵실험으로 지원 계획을 포기했다.
정부는 또 지난해 보내기로 한 대북 수해 복구용 쌀 10만t 가운데 북한의 핵실험으로 미처 보내지 못한 쌀 1만500t도 북송하기로 방침을 정하고, 이를 14일 발표한다. 그러나 정부는 지난 4월 남북경제협력추진협의회에서 합의한 쌀 차관 40만t은 6자 회담 2·13 합의 초기 조처 이행을 지켜보며 보낸다는 기존 방침을 당분간 유지하기로 했다.
정부의 이번 결정은 북한의 2·13 합의 초기 조처 불이행을 이유로 대북 쌀 차관 제공을 유보한 데 따라 경색된 남북관계를 풀기 위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와 함께 2·13 합의의 이행을 가로막고 있는 ‘방코델타아시아’(BDA)에 묶인 북한 자금 송금 문제가 최근 해결 쪽으로 급속히 가닥을 잡아가는 상황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지난 5월 말 남북 장관급 회담에서 대북 쌀 차관 제공을 유보하는 대신 옥수수를 지원하는 방안을 고려하기도 했으나, 국내 보수층의 반발과 옥수수값 인상 때문에 접기도 했다. 세계식량계획 방콕사무소의 폴 리슬리 대변인은 지난 7일 <자유아시아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대북 지원과 정치적 사안을 구별해야 한다며, “15만명의 학생들에 대한 영양 간식과 점심을 제공하지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북한의 지난해 곡물 수확량은 440만t 정도로, 최소 영양섭취량 기준으론 아직 100만t 가량 부족하다고 권태진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이 13일 분석했다. 이용인 기자 yyi@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