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상적 가정생활 힘들어” 젊은이들 기피…10명중 1명 외국인
“현역인정 병역제도 도입을”
벌크선 전문인 창명해운의 김지회 기획실장은 요즘 밤잠을 설친다. 그리스 선박회사로부터 15만~17만t급 대형 벌크선 3척을 인수할 날이 다음달로 다가왔지만, 운항에 필요한 인력 60여명 가운데 항해사와 기관사 등 핵심 인력 20여명을 아직 구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한국이 ‘세계 8대 해운국’이라지만 내국인들의 승선 기피가 심화되면서, 선장이나 항해사, 기관사들까지 외국 인력으로 바뀌어 가고 있다. 일반 선원의 경우 이미 2004년에 베트남, 필리핀 등 출신의 외국인 선원이 내국인 선원 수를 넘어선 데 이어, 선박 운항의 핵심 인력인 해기사(항해사·기관사)도 내국인 인력난이 심화되고 있는 것이다.
한국선주협회와 한국·목포 해양대 쪽의 말을 종합하면, 해마다 2개 국립 해양대에서 배출되는 해기사 800여명 가운데 승선근무 병역특례 기간인 3년을 넘기고도 배에 남는 인원은 30% 가량에 그치고 있다.
해양 관련 단체들은 해기사 지원자가 줄어드는 주요 원인으로, 승선 근무가 퇴근이 없는 감옥살이에 비교될 정도로 스트레스가 심한데다, 해운업과 조선 관련 산업 활성화로 육상에서도 전공을 살릴 수 있는 일자리가 크게 는 것을 꼽는다. 임재택 한국해기사협회 상무는 “젊은 사람들이 가정을 가장 소중하게 생각하게 되면서, 한 번에 반년씩 선상 근무를 해야 하는 해기사 취업을 외면하고 있다”고 말했다.
결국 이들이 떠난 자리는 외국인들이 채우고 있다. 해양수산부 집계를 보면, 지난해 말 현재 한국 외항선에 승선하고 있는 해기사는 모두 4970명이며, 이 가운데 387명이 외국인이다. 2005년 말부터 외국인 해기사 고용이 허용된 뒤 1년 만에 해기사 일자리 10개 가운데 1개 가량이 외국인으로 채워진 것이다. 이런 추세는 시간이 갈수록 심해질 것이라는 게 해운업계와 학계의 예상이다.
특히 2012년부터는 해양대 출신을 중심으로 내국인 해기사를 공급해 온 병역특례제도가 폐지될 예정이어서, 해운 관련 노사와 학계는 내국인 해기사 확보를 위한 대책 마련을 정부에 요청하고 있다.
김시화 한국해양대 해사대학장은 “우리 바다와 선박, 전략물자 수송을 외국 선원과 해기사들에게 맡겨서는 안 된다”며 “젊은 승선인력 확보를 위해 이들을 현역 제4군으로 인정하는 새로운 병역제도가 도입돼야 한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김정수 기자 jsk21@hani.co.kr
김정수 기자 jsk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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