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박한 주요국 움직임
힐, 천영우 본부장과 공동회견
이틀 동안의 방북 일정을 마치고 22일 방한한 6자 회담 미국 수석대표 크리스토퍼 힐 국무부 차관보는 외교통상부 국제회의실에서 연 기자회견에서 2·13 합의 이행에 대한 북한의 의지를 재확인한 것을 방북 성과로 꼽았다. 힐 차관보는 천영우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과 함께 한 회견에서 “이번 방북을 통해 비핵화를 달성할 수 있겠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낙관적 전망을 내놓은 뒤 “그러나 그러려면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겠다는 생각도 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구체적이고 실질적이었으며, 굉장히 유용한 협의였다”고 평가했다. 그는 또 “9·19 공동성명과 2·13 합의의 모든 내용을 다 다루었고, 6자 회담에서 앞으로 우리가 해야 할 일에 대한 논의도 했다”며 광범위한 협의가 진행됐음을 분명히 했다. 그는 “이렇게 모멘텀을 유지함으로써 최종 단계로 가는 것이고, 최종 단계란 완전한 비핵화를 달성하는 것”이라며, 비핵화에 대한 강한 의지를 피력했다.
200여명의 내외신 기자가 참석한 가운데 열린 이날 기자회견에서 힐 차관보는 북한을 ‘DPRK’라는 정식 국호로 부르는 등 배려하는 모습을 보였다. 천 본부장은 “잃어버린 시간을 만회하기 위해 동분서주하며 헌신해준 힐 차관보에게 깊은 감사를 드린다”며 박수를 유도하기도 했다. 다음은 기자회견의 주요 내용이다.
■ 김정일 위원장 면담과 라이스 방북 협의=(방북 준비 과정에서) 김정일 위원장을 만나는 것은 논의하지 않았다. 김계관 외무성 부상의 초대였기 때문에 모든 일정을 김 부상에게 맡겼다. 이번 방북은 6자 회담의 모멘텀을 살리자는 것이었기 때문에 다른 계획을 내놓지는 않았다. 6자 외무장관 회담이 열리면 라이스 장관과 박의춘 외무상이 만날 수 있을 것이다.
■ 부시 대통령 메시지=6자 회담에 대해 논의하려고 간 것이지, 우리가 하려는 내용에 대해 협상하려고 간 것은 아니다. 역내 다른 국가를 방문한 전체 일정 가운데 하나라고 말할 수 있다. 특정한 메시지를 전달하러 간 것은 아니다.
■ 일본인 납치 문제=(방북 중) 제기했다. 아울러 논의 도중에 6자 회담 각국간 양자관계의 증진 방안을 논의했다. 특히 북-일 관계의 진전 필요성에 대해 얘기했다. 북한이 일본의 관심사에 대해 어느 정도 해결 의지가 있다고 말해 고무적이었다.
■ 중유 95만t 등 대북 지원 비용 분담=(천영우 본부장 대답) 중유 제공 비용 분담에 대해 균등과 형평의 원칙이 합의돼 있는데 여기에는 일본이 참여하지 않았다. 그러나 중유 제공을 완료하려면 시간이 걸리니 완료 전에는 일본도 동참할 것으로 믿고 있다. 5개국이 지고 있는 경제·에너지·인도적 지원의 의무가 이행되지 않아 2·13 합의 이행이 지연되거나 안 되는 일은 없을 것이다.
■ 테러지원국 명단 해제·적성국교역법 적용 중지=이번엔 협상하러 간 게 아니다. 물론 6자 회담의 여러 요소에 대해 얘기하고 실행순서를 논의했지만, 협상에서 무엇이 빠지고 무엇이 들어가야 하는지를 논의하지는 않았다.
이용인 손원제 기자 yy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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