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힐 방북 결과’ 양국 내부 반응은
북한 외무성 대변인이 23일 크리스토퍼 힐 미국 국무부 차관보의 방북 결과에 대한 평가를 내놓았다. 힐 차관보는 22일 평양에서 돌아온 직후 서울과 도쿄에서 기자회견과 언론 인터뷰를 통해 방북 결과를 설명한 바 있다. 힐 차관보 방북에 대한 북-미의 시각을 비교해본다.
외무성 평가, ‘2·13 이행→6자회담’ 힐 발언과 큰틀 일치
북한은 큰 틀에서 “문제 토의는 포괄적이었고 생산적이었다”고 평가했다. 정부 당국자는 ‘포괄적’이라는 표현과 관련해 ‘미국은 비핵화에 관심을 뒀고, 북한은 북-미관계 정상화 차원에서 논의가 진행됐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북-미가 6자회담 틀에서 각각 가장 중시하는 분야를 한 테이블에 올려 놓고 동시에 협의해 풀어간다는 ‘포괄적 해결’의 큰 원칙을 실제 양자회담으로 구현했다는 것이다.
2·13합의 초기조처 이행과 관련해 북한 외무성은 “쌍방은 자금송금 문제가 최종적으로 결속(마무리)되는 것을 전제로 그 이행에 들어간다는 데 견해를 같이 했다”고 밝혔다. 또 “쌍방은 7월 상순에 6자회담 단장(수석대표) 회담 개최에 협력하기로 했다”고 말해 6자회담의 조기 재개에 적극적임을 분명히 했다.
6자 외무장관 회담 개최 시기에 대해선 “8월 초 필리핀에서 있게 될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 기간 6자 외무상 회의 개최를 위해 협력하기로 했다”고 언급했다. 이는 7월 말을 희망하는 한·미와는 조금 차이가 있다. 한·미는 비디에이 문제로 잃어버린 시간을 만회하기 위해서라도 좀 서둘러 외무장관 회담을 열자는 쪽이다. 각종 현안을 격상된 협의 틀을 통해 신속히 논의·결정하자는 것이다. 반면 북한과 중국은 주요 외교일정이 겹치는 만큼 포럼을 계기로 활용하면 된다는 태도다. 이 문제는 6자회담 의장국인 중국이 참가국들의 견해를 종합해 정리할 것으로 보인다.
북한이 북-미 양자협의의 확대를 제기한 것은 특히 눈여겨볼 대목이다. 외무성 대변인은 “비디에이 문제를 완전히 털어버리며 앞으로 금융거래 분야에서 협력을 강화해 나가기 위한 방도들을 토의했다”고 밝혔다. 백학순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비디에이 문제로 국제금융체제 복귀의 중요성을 절감한 북한이 6자회담과 별도로 북-미 양자 금융회담을 제기한 것”이라고 풀이했다. 그런 만큼 앞으로 이 문제에 미국이 어떤 답을 내놓는가에 따라 6자회담에도 영향이 예상된다. 북한은 포괄적 해결 원칙을 구체적 사안에 적용하는 ‘시금석’으로 이 문제를 바라볼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손원제 기자 wonje@hani.co.kr
온건-강경파 엇갈린 평가…“지속여부 지켜봐야” 신중론도 크리스토퍼 힐 미국 국무부 차관보의 방북에 대한 미 행정부와 전문가 그룹, 언론에서는 다양한 평가가 나왔다. 북핵 해결 접근법에서 북-미 양자대화와 ‘외교적 협상’을 중시해 온 쪽은 후한 점수를 준 반면, 네오콘(신보수주의자) 등은 방북 성과를 깎아내렸다. 콘돌리자 라이스 미 국무장관은 24일 “북한에서 긍정적 신호를 보냈다”고 평가하고, 힐 차관보가 “일을 잘해냈다”고 추켜세웠다. 그는 기술적 문제 때문에 영변 원자로 폐쇄에 정확히 얼마나 시간이 걸릴지는 모르겠다면서도 “북한이 의무를 철저히 이행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피터 벡 국제위기감시기구(ICG) 동북아사무소장은 23일 <미국의 소리> 방송 인터뷰에서 “조지 부시 행정부가 북한의 비핵화 의지가 얼마나 확고한지 시험해 보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는 것은 매우 고무적”이라고 평가했다. <뉴욕타임스>도 “미국이 북한을 양자 협상의 진정한 대상으로 기꺼이 받아들이겠다는 뜻을 표시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돈 오버도퍼 존스홉킨스대 한미연구소 소장은 “이번 방북을 계기로 방코델타아시아 문제 때문에 3개월 동안 잃어버렸던 탄력을 일부 살렸다”고 평가했다. 찰스 프리처드 한미경제연구소장은 <로이터> 통신 인터뷰에서“부시 대통령이 힐 차관보의 방북을 허용함으로써 또다시 큰 양보를 했다”고 말했다. 이에 비해 대북 강경파로 손꼽히는 존 볼턴 전 유엔주재 미국대사는 <미국의 소리> 인터뷰에서 “북한이 2·13합의에 따른 의무사항을 전혀 이행하지 않은 상황에서 북한에 관리를 보낸 것은 매우 나쁜 신호”라며 힐 차관보의 방북을 비판했다. 그는 “미국과 단순히 회담을 가짐으로써 어떤 결과를 얻어내는 것은 북한이 여러번 사용해 온 수법”이라고 주장했다. 헤리티지재단의 존 타식 연구원도 같은 맥락에서 “비디에이의 북한 불법자금 송금에 이은 너무 많은 미국의 양보 조처”라고 주장했다. 힐 차관보의 방북에 의미를 두면서도 향후 전망에 대해서는 조심스러운 견해를 내비치는 쪽도 있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사설에서 “북한이 영변 핵시설 폐쇄 방침을 밝힌 것은 좋은 뉴스임에는 분명하지만 이같이 좋은 소식이 얼마나 오래 지속될지는 지켜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용인 기자 yyi@hani.co.kr
북-미의 ‘힐 방북’ 평가
온건-강경파 엇갈린 평가…“지속여부 지켜봐야” 신중론도 크리스토퍼 힐 미국 국무부 차관보의 방북에 대한 미 행정부와 전문가 그룹, 언론에서는 다양한 평가가 나왔다. 북핵 해결 접근법에서 북-미 양자대화와 ‘외교적 협상’을 중시해 온 쪽은 후한 점수를 준 반면, 네오콘(신보수주의자) 등은 방북 성과를 깎아내렸다. 콘돌리자 라이스 미 국무장관은 24일 “북한에서 긍정적 신호를 보냈다”고 평가하고, 힐 차관보가 “일을 잘해냈다”고 추켜세웠다. 그는 기술적 문제 때문에 영변 원자로 폐쇄에 정확히 얼마나 시간이 걸릴지는 모르겠다면서도 “북한이 의무를 철저히 이행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피터 벡 국제위기감시기구(ICG) 동북아사무소장은 23일 <미국의 소리> 방송 인터뷰에서 “조지 부시 행정부가 북한의 비핵화 의지가 얼마나 확고한지 시험해 보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는 것은 매우 고무적”이라고 평가했다. <뉴욕타임스>도 “미국이 북한을 양자 협상의 진정한 대상으로 기꺼이 받아들이겠다는 뜻을 표시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돈 오버도퍼 존스홉킨스대 한미연구소 소장은 “이번 방북을 계기로 방코델타아시아 문제 때문에 3개월 동안 잃어버렸던 탄력을 일부 살렸다”고 평가했다. 찰스 프리처드 한미경제연구소장은 <로이터> 통신 인터뷰에서“부시 대통령이 힐 차관보의 방북을 허용함으로써 또다시 큰 양보를 했다”고 말했다. 이에 비해 대북 강경파로 손꼽히는 존 볼턴 전 유엔주재 미국대사는 <미국의 소리> 인터뷰에서 “북한이 2·13합의에 따른 의무사항을 전혀 이행하지 않은 상황에서 북한에 관리를 보낸 것은 매우 나쁜 신호”라며 힐 차관보의 방북을 비판했다. 그는 “미국과 단순히 회담을 가짐으로써 어떤 결과를 얻어내는 것은 북한이 여러번 사용해 온 수법”이라고 주장했다. 헤리티지재단의 존 타식 연구원도 같은 맥락에서 “비디에이의 북한 불법자금 송금에 이은 너무 많은 미국의 양보 조처”라고 주장했다. 힐 차관보의 방북에 의미를 두면서도 향후 전망에 대해서는 조심스러운 견해를 내비치는 쪽도 있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사설에서 “북한이 영변 핵시설 폐쇄 방침을 밝힌 것은 좋은 뉴스임에는 분명하지만 이같이 좋은 소식이 얼마나 오래 지속될지는 지켜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용인 기자 yy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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