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을 방문한 양제츠 중국 외교부장이 3일 오후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만났다고 중국 외교부가 밝혔다. 김 위원장은 지난해 10월19일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의 특사인 탕자쉬안 국무위원을 마지막으로 외교사절을 만나지 않았다. 김 위원장이 이날 양 부장을 만난 것은, 앞으로 영변 핵시설 폐쇄와 6자 회담 재개에 적극적으로 나서겠다는 신호로 풀이된다.
친강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 기자회견에서 “양 부장이 김 위원장과 만나 2·13 합의 초기단계 이행조처를 빨리 이행하고 6자 회담 재개를 서두르자는 입장을 전달했다”고 밝혔다.
북-중 관계에 정통한 한 소식통은 “양 부장이 북한 최고지도부와 북핵 해법 등을 놓고 폭넓은 대화를 나눴을 것”이라며 “북핵 폐기에 이르는 과정에서 북-중 협력이 강화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양 부장은 지난달 28일 베이징에서 백종천 청와대 안보실장과 만나 북핵 불능화 단계에서 융통성을 발휘해 북핵 폐기에 이르는 시간을 단축하자는 데 공감한 바 있다.
양 부장은 이날 오전엔 박의춘 북한 외무상을 만나 핵폐기 방안을 우호적인 분위기에서 논의했다고 동영상 전문 통신사인 <에이피티엔>(APTN)이 보도했다. 양 부장은 2일 평양에 도착해 2박3일의 방북 일정에 들어갔다. 중국 외교 수장의 방북은 3년4개월 만이다.
양 부장 방북의 주요 협의 내용인 6자 회담 재개 시점을 두고, 숀 매코맥 미국 국무부 대변인은 2일(현지시각) 워싱턴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6자 회담 준비와 (북한의 영변) 원자로 폐쇄 준비가 병행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북한은 5만t의 중유 중 일부를 미리 받아야만 원자로 폐쇄에 들어갈 것이라고 한국과 국제원자력기구(IAEA)에 통보했다고 <로이터> 통신이 2일 미국 정부 관리 말을 따 보도했다. 이에 대해 한 미국 관리는 북한이 중유 공급이 확실히 이뤄질 것인지를 확인하고자 하는 것일 뿐 원자로 폐쇄는 2주 안에 이뤄질 것이라고 강조했다고 통신은 전했다. 베이징/유강문 특파원, 손원제 기자 wonj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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