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자회담 남북 수석대표인 천영우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왼쪽)과 김계관 외무성 부상이 18일 중국 베이징 댜오위타이에서 양자 회동을 시작하면서 악수하고 있다. 외교통상부 제공
북핵 6자 회담 의장국인 중국 관영 <중앙텔레비전>(CCTV)은 18일 정오 뉴스에서 이날 시작한 6자 회담 수석대표 회의에 대한 참가국들의 태도가 “적극적이고도 낙관적”이라고 평가했다. 천영우 외교통상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도 이날 오후 수석대표 회의가 “어느 때보다 진지하고 실무적인 협의가 밝은 분위기에서 이뤄졌다”고 밝혔다.
그러나 크리스토퍼 힐 미국 국무부 차관보는 이날 아침 “17일 김계관 북한 외무성 부상과 협상을 한 건 아니다”라고 단서를 달았다. 아직은 핵심 당사자인 북-미가 품속의 ‘협상 카드’를 꺼내 놓고 본격 협상에 나선 건 아니다. 북쪽이 해야 할 ‘모든 핵프로그램의 완전한 신고’와 ‘모든 현존하는 핵시설의 불능화’, 미국 등 5자가 이행할 대북 관계정상화 조처와 중유 95만t 상당의 경제·에너지·인도적 지원 문제의 이행 수위·순서 등을 놓고 치열한 탐색전이 벌어지고 있다.
북쪽은 ‘신고를 하고 나서 불능화에 나선다’는 접근법이다. 이를 이행하려면 테러지원국 명단 삭제 등 미국 쪽의 관계정상화 조처가 이뤄져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일본의 ‘적대정책’도 문제 삼는다. 15일 북한 외무성 대변인이 “2·13 합의의 완전한 이행은 특히 미국과 일본이 대조선 적대시 정책을 해소하는 실제적 조처를 어떻게 취하는가 하는 데 달렸다”고 밝힌 대로다. 북쪽은 ‘신고’를 앞세우고 핵시설 불능화와 관련한 방사능 오염 위험성 등 안전 문제를 거론했다. 미국 등 5자의 태도를 보며 이행 속도와 방식을 조절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힐 차관보도 “무엇을 불능화해야 할지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 지적처럼 미국도 ‘신고’를 앞세우는 분위기다. 그러나 북쪽처럼 ‘신고→불능화’ 순서를 상정한 것은 아니다. 그보다는 불능화와 함께 ‘완전하고 정확한 핵프로그램 신고’에 필요한 충분한 목록 협의를 강조한 것으로 볼 수 있다.
한국의 공식 방침은 ‘동시병행’론이다. 북-미 간 신고목록 협의를 충분하게 진행하는 한편, 조속한 불능화에 착수하자는 쪽이다. 정부 고위 당국자는 “2·13 합의를 최대한 이른 시일 안에 완전 이행하자는 게 대원칙”이라며 “우리는 굳이 순서를 따질 생각이 없다”고 강조했다.
북-미를 연결할 해법은 가닥을 잡아가고 있다. 북-미는 핵심 현안인 농축우라늄 프로그램(UEP) 문제를 “상호 만족하는 방식”으로 풀기로 지난 3월 1차 관계정상화 실무그룹 회의에서 의견을 모았다. 힐 차관보는 핵프로그램 신고 문제에서 “진전을 있다”고 말했다. 또 한-미는 북쪽의 비핵화 이행에 맞춰 (테러지원국 명단 삭제 등) 정치·안보적 상응 조처를 취할 수 있다는 방침을 밝혀 놓은 상태다.
힐 차관보는 회담 상황을 “(북한을 포함해) 우리는 한 경기장 안에 있다”고 비유했다. 올해 안 신고·불능화 달성이라는 목표에 원론적 공감이 있으며, 실무적 협의가 진행 중이라는 얘기다. 하지만 이 거래를 성사시킬 가격과 조건을 흥정하는 일은 “악마는 세부사항에 숨어 있다”는 격언처럼 어려운 과제다. 17일 북-미, 18일 남북과 북-중 등 양자 협의에 이어 19~20일 이뤄질 북-미, 남북 추가 양자 협의와 6자 수석대표 회의 등은 이를 위한 탐색과 조정의 과정이다. 베이징/이제훈 기자 noma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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