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핵 6자 회담의 천영우 남쪽 수석대표(오른쪽)와 김명길 북쪽 실무그룹회의 수석대표가 한 우산을 쓴 채, 7일 오전 판문점에서 열린 ‘북핵 6자 회담 경제·에너지협력 실무그룹 회의’ 회담장인 평화의 집을 향해 걷고 있다. 판문점/연합뉴스
판문점서 6자회담 에너지실무회의…‘중유 상품권’ 등 논의
북, 중유 저장시설 확충·발전소 정비 등 구체적 요구 내놔
북, 중유 저장시설 확충·발전소 정비 등 구체적 요구 내놔
북한의 비핵화 2단계 조처에 상응하는 중유 95만t 상당의 대북 지원 방안을 협의하는 6자 회담 경제·에너지협력 실무그룹 회의가 7일 판문점 남쪽지역 평화의 집에서 이틀 일정에 들어갔다.
북한은 첫날 대북 지원이 소비형과 투자형의 두 갈래로 이뤄지길 바란다는 견해를 밝혔다. 임성남 외교통상부 북핵외교기획단장은 “소비형은 중유나 석탄 등 한번 소비되면 없어지는 지원이고, 투자형은 에너지 생산 설비나 발전소 개보수 등의 개념”이라고 소개했다. 회담에 참여한 정부 당국자는 2·13 합의에 따른 대북 지원은 중유 95만t에 상당하는 다양한 형태로 이뤄질 수 있다며, 다만 “소비형과 투자형의 총합은 중유 95만t 범위 내에서 이뤄지는 것으로 북한도 이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북한은 경제관료 3명을 대표단에 포함시키는 등 실무적이고 적극적으로 회의에 참여했다고 이 당국자는 전했다.
미국은 연내 95만t 지원 완료에 맞춘 일정표 작성을 희망한 것으로 전해졌다. 연말까지 북한의 핵시설 불능화가 안 되면 부시 행정부 임기 안에 북한의 비핵화 달성이 사실상 어렵다는 판단에 따라, 연내 불능화에 맞춘 대북 지원 일정을 이번에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정부 당국자는 “이번 회의에서 대북 경제·에너지 지원 내용을 채우면 다음주 비핵화 실무그룹에서 북한의 비핵화 조처 초안을 만드는 작업을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 실무그룹 수석대표인 천나이칭 외교부 한반도 담당 대사는 이날 회의 참석에 앞서 평양에 들러 북한과 대북 지원 방안을 사전 협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 당국자는 “오늘 여러 아이디어들이 논의됐으며 8일 좀 더 구체적인 각국의 견해 표명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회의에는 의장국인 한국의 천영우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 북한의 김명길 주유엔 대표부 공사, 미국의 커트 통 국가안보회의(NSC) 아시아경제담당관, 중국의 천 대사, 일본의 이하라 준이치 외무성 아시아·대양주국 부국장, 러시아의 올레크 다비도프 외무부 아주1국 선임 참사관 등이 수석대표로 참가하고 있다.
나머지 네 가지 실무그룹 회의 일정도 가시화하고 있다. 한반도 비핵화 실무그룹 회의가 16~17일 중국 선양에서, 동북아 평화안보체제 실무그룹 회의가 21~22일 모스크바에서 열린다. 북-미 관계 정상화 실무그룹 회의는 이달 마지막주 싱가포르 개최가 유력하다. 미국은 크리스토퍼 힐 국무부 차관보가 평양에 가 북-미 실무그룹 회의를 열기를 희망했으나 북한 쪽이 난색을 표명했다고 워싱턴의 한 외교소식통이 전했다. 북-일 관계 정상화 실무그룹 회의는 납치·총련 문제로 일정 협의에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알려졌다. 6자 장관급 회담은 △다음달 5일부터 오스트레일리아 시드니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 경제협력체(아펙) 정상회의 △9월19일 개막되는 뉴욕 유엔총회 기간 개최가 검토되고 있다. 손원제 기자, 워싱턴/류재훈 특파원 wonj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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