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우로 집을 잃은 북한 주민들이 15일 평양 교외에서 천막을 쳐놓고 식사 준비를 하고 있다. 평양/AP 연합
평야지대 수해 강타
북한 지역에 지난 7일부터 내린 집중호우로 농경지 유실과 철도·도로 등 국가 기간망의 파손이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북한의 식량난이 가중되고 자원배분 계획이 틀어져 ‘경제발전과 주민생활 향상’이라는 북한의 올해 정책 목표도 차질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이번 수해에 따른 농경지 침수로 올해 북한의 곡물 수확량이 적어도 20만t 이상 줄 것으로 내다봤다. 권태진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북한 매체의 보도만을 기준으로 계산한 농경지 피해 면적이 지난해 3만㏊에서 올해 5만6천㏊로 늘어났다”며 “국제적십자위원회는 피해 면적을 10만㏊까지 보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해 7월 중순 북한 지역에 내린 호우는 대동강 중·상류 산간지역과 강원도에 집중된 반면, 이번에는 황해북도와 평안남도 평야 지대까지 강타했기 때문이다.
시기적으로도 이번 집중호우는 곡물의 생장에 상당한 피해를 줄 것으로 분석된다. 추수를 한 달 가량 앞두고 이삭이 팰 때 피해를 당해 회복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권 위원은 “수해 이전에도 한 달 가량 날씨가 나빠 벼의 생육상태가 좋지 않았다”며 “벼가 약해진 상태에서 수해를 당해 피해가 훨씬 클 것”이라고 설명했다.
권 위원은 또 “앞으로 날씨가 좋지 않으면 병충해 등 2차 피해도 예상된다”며 “지난해는 10만톤 정도 수확이 줄어들 것으로 봤는데, 올해는 아무리 못잡아도 두 배 이상 수확이 감소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북한의 <중앙통신>도 15일 농업성 리재현 국장의 말을 이용해 “농경지 침수·매몰·유실 규모가 논과 옥수수밭의 11% 이상”이라며 “농작물 소출 형성에서 제일 중요한 시기에 연일 쏟아지는 무더기비로 나라(북한)에서는 올해 좋은 알곡 수확고를 기대하기 힘들게 됐다”고 보도했다.
특히 최근 쌀 부족으로 일부 지역의 쌀값이 오르고 있으며, 일부 지역에선 아사자도 발생한 것으로 알려져 ‘엎친 데 덮친 격’이 됐다. 또 수송망이 훼손돼 식량 재고가 있더라도 제대로 공급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말했다.
철도·도로 등 북한의 주요 기간망 파괴는 경제 전반에 병목 현상을 불러올 것으로 예상된다. <중앙통신>은 “함경남도 함흥철도국의 20여 구간과 평양철도국, 개천철도국의 100 구간의 철길이 끊어졌다”고 보도했다. 또 평양~원산 사이를 비롯한 주요 도로들도 적지 않은 피해를 봤다고 북한 매체들은 전했다. 주요 원료 공급기지인 동해안과 소비지인 서해안의 물류 연결망이 끊어지고, 전력공급 중단과 탄광의 침수까지 겹쳐 기업소와 공장 가동을 더욱 어렵게 할 것으로 보인다. 해마다 되풀이되는 자연재해의 악순환은 가뜩이나 어려운 북한 경제의 발목을 잡고 있다. 이용인 기자 yy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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