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2차 정상회담이 열리는 의미를 어떻게 보나?
임동원=좀 늦은 감은 있지만 대단히 잘 된 일이다. 첫째, 현 정부 임기 중에 남북정상회담이 한번은 열려야 한다. 못 열리면 다음 정부가 정상회담을 하려면 엄청난 기간이 필요하고 그 과정에서 많은 어려움을 극복해야 한다. 시기도 지금이 마지막이다. 좀더 늦어지면 대선 때문에 하기 어려워 질 수 있다. 둘째, 6자 회담에서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 협상을 개시하자는데 합의해 머잖아 4자 회담이 열릴텐데, 그 전에 남북 정상이 만나야 한다. 한반도 평화체제가 분단 고착이 아니라 통일을 지향할 수 있도록 남북간에 먼저 공조가 이뤄져야 한다. 이 점에서 대단히 중요한 시기 대단히 중요한 의미를 지닌 정상회담이라고 본다.
문정인=(이하 문) 김대중 전 대통령은 남북의 정상이 만나는 게 정례화하면 남북연합이 빨리 될 수 있다고 늘 강조해왔다. 두 정상의 만남이 정례화하면 총리, 각료들도 만나게 될 것이다. 그러면 유럽연합과 다를 게 뭐가 있겠는가? 이 점에서 남북연합으로 가는 첫걸음은 정상회담 정례화라고 할 수 있다.
이번 정상회담을 어떤 사람들은 정략적이라고 하는데, 틀림없이 다음 정부가 어느쪽이 되든 가장 큰 수혜자가 될 것이다. 한나라당이 정권을 잡는다면 한나라당이 가장 큰 수혜자가 될 것이다. 다른 측면에서 북쪽이 이제는 남쪽의 중요성을 깨닫는 듯 하다. 북쪽의 가장 큰 관심사는 미국과 관계정상화라고 할 수 있다. 전에는 혼자 다 할 수 있다고 생각한 거 같은데, 이제는 남쪽의 도움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듯 하다. 평화와 번영의 선순환을 이루는 좋은 정상회담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
사회=1차 정상회담 때와 비교해보면?
임동원=(이하 임)김대중 대통령의 국민의 정부 때 2차, 3차 정상회담을 성사시켜 정례화시켰어야 하는데 그렇 지 못해 상당히 아쉽다. 2001년 초에 미국의 조지 부시 대통령이 집권 하고 대북 적대시 정책을 추진하는 바람에 (2001년으로 예정됐던 2차 남북정상회담이)좌절됐다. 부시 대통령은 지난 6년간 대북적대시 정책을 추진해왔는데 이번에 급선회를 해서 다시 남북 정상회담이 추진될 수 있었던 점은 그나마 다행이다.
1차, 2차 남북정상회담 관련해 우리가 경험한 것은 미-북 관계의 진전없이 남북관계도 진전될 수 없다는 뼈저린 교훈이다. 1차 정상회담 때도 1998년 미국의 금창리 지하 핵 시설 의혹제기, 대포동 1호 미사일 발사 등 안보위기가 조성됐다. 하지만 우리가 제기한 포괄적 포용정책에 따라 한-미 정책공조가 이뤄지고 이를 통해 페리프로세스라 불리는 한반도 평화프로세스를 시작해, 미북 관계가 개선되며 남북정상회담이 가능했다. 이번에도 지난 6년간 2차 핵 위기로 어려운 상황이었다. 그러나 부시 미 대통령이 정책을 급선회해 미-북 직접 대화가 되고, 6자 회담에서의 2·13합의를 배경으로 2차 남북정상회담이 열리게 된 것 아닌가. 이런 점에서 배경과 전략적 환경에 공통점이 있다고 본다.
문=지금 보면 클린턴, 부시 행정부가 서로 다를 게 하나도 없다. 클린턴 1기는 무관심 정책, 부시 1기는 대북 적대정책이었다. 첫 임기 4년간 무관심 적대시 정책이 상황을 악화시켰다. 위기가 왔을 때 한국 정부의 노력으로 반전됐다. 금창리 핵위기는 페리프로세스로, 6자 회담의 2·13합의는 올 초에 이뤄졌고 그 이면에 한국의 중심적 역할이 있다. 미국 변수나 국제정세가 상당히 중요하지만, 남북관계가 미국 정책변화의 종속 변수가 되는 일을 이제는 지양해나가야 한다. 1차 정상회담 이후 지금까지 남북관계가 북미관계와 국제정세 흐름에 좌우되는 것 보면서, 2차 정상회담이 끝나면 정말로 남북이 협력해서 주변 상황이 변화해도 우리는 굳건하게 평화통일로 갈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야 한다는 생각을 했다.
임=1차, 2차 정상회담은 전략적 환경엔 공통점이 있지만, 남북관계 측면에서 보면 엄청난 차이가 있다. 1차 때 국민의 정부 들어서 화해협력 정책을 추진했으나 남북대화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암중모색을 하던 상황에서 정상회담이 이뤄졌다. 2차 정상회담은 1차 이후 7년간 엄청난 남북관계의 변화·발전을 토대로 이뤄진다. 1차 회담이 남북관계 돌파구를 어떻게 만들 것인가를 고민했다면, 2차 회담은 앞으로 남북관계를 어떻게 확대발전시켜나갈 것인가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문=남북관계는 남과 북의 내부 사정, 그리고 주변 정세 특히 한-미, 북-미 관계라는 세가지 변수에 의해 결정된다고 본다. 그간 교류협력을 통해 서로에 대한 적대시 정책의 의도가 사실상 많이 줄었다는 것을 알고 있는 상황에서 협력의 제도화가 특히 정치군사측면에서 이뤄져야 하는 게 아닌가 생각한다. 사회문화와 경제 쪽에서만 협력이 강화돼 (군사 부문과)비대칭이 생기면서 제기된 어려움이 있다. 사실 정상회담 자체가 가장 높은 수준의 정치적 신뢰구축 행위이다. 정치·군사 부문에서도 진전이 있기를 바란다. 사회=2차 정상회담에선 어떤 문제들이 주요하게 다뤄져야 한다고 생각하나. 1차 정상회담 때와 비교해 설명해달라.. 임=의제 관련 논의가 많다. 하지만 정상회담은 장관급회담이나 경제, 군사 등 분야별 회담와 달리 차원이 대단히 높은 회의다. 따라서 특정 의제를 다루는 것이기 보다는 공동의 관심분야에 대해 하고 싶은 얘기를 충분히 나누는 데 의의가 있다. 정상회담에선 전반적이고 포괄적인 논의가 가능하다. 뭘 합의할 것인가는 별도의 문제다. 1차 정상회담에서는 △한반도 평화 △통일 문제 △교류협력 △이산가족 문제를 포함한 기타 관심사항 등 4가지가 관심분야로서 다뤄졌다. 2차 회담에서도 결국 같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평화, 통일문제, 교류협력 등 민족공동체를 어떻게 건설해나갈 것인가, 이렇게 세 분야에 기타 관심 사항을 더하는 방식으로 논의가 진행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문=남북정상회담은 일반 정상회담과 많이 다르다. 일반 정상회담은 실무선에서 의제를 도출해 합의문을 만들고 정상은 서명만 하면 되는 의전적·상향식이 대부분이다. 하지만, 남북정상회담 특히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관여하는 수뇌회담은 기본적으로 하향식이다. 두 정상이 공식 비공식 만남에서 다양한 화제와 의제를 열어놓고 더 많이 얘기할 수 있다. 배석한 사람들이 그걸 기록해 그 뒤에 의제화시켜나가는 것이다. 평화와 번영, 인도적 문제를 포함한 공동체 문제 등 세가지에다가 북쪽의 위상을 국제사회에서 어떻게 높일 수 있을까라는 문제를 추가할 수 있으면 좋겠다. 북미관계와 북일관계, 북쪽의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아펙) 참여 등에서 남쪽이 어떻게 도울 수 있는지, 곧 북쪽의 국제적 위상을 높일 수 있는 방안에 대해 두 정상이 폭넓게 협의하면 좋겠다. 사회=그렇다면 각각의 관심분야들은 어떻게 논의될 것으로 보는가. 임= 1차 정상회담에서 두 정상이 가장 많은 시간을 할애한 게 통일 문제다. 남과 북이 서로 적대적 통일관을 갖고 있는 한 교류협력이 불가능하다. 남은 흡수통일, 북은 적화통일과 남침 의도가 담긴 통일관을 갖고 마주앉아 무엇이 될 수 있겠는가. 세상이 많이 변했으다. 이에 대해 합의해야 무엇을 하든지 제대로 할 수 있다. 북쪽은 이런 식의 주장을 강하게 제기했다. 우리는 민족공동체통일방안을 토대로 이렇게 얘기했다. 통일은 목적인 동시에 과정이다, 점진적 단계적으로 나가야 한다. 법적 통일에 앞서 남북이 오고가는 사실상의 통일을 실현하는 게 중요하다. 남북이 평화공존하며 통일을 지향해 나가는 과정을 남북이 잘 관리해야 한다. 통일 전에 그걸 관리하는 협력기구가 필요한데 그걸 연합이라고 하는 것이다. 자세하게 설명했다. 북쪽은 처음에는 외교권 국방권을 두 정부가 각각 지닌다는 전제 아래서 연방제 통일을 주장했다. 그러다 나중에 바꿨다. 결정적 영향을 준 게 예멘의 사례에 대한 설명이엇다. 예멘은 통일부터 선포했는데, 군대 통합을 못해 결국 전쟁으로 통합을 하게 됐다. 독자적 국방권을 행사한 결과였다. 그러니 남북은 그렇게 하면 안 되지 않되는 것 아니냐고 주장했다. 결과적으로 통일은 점진적·단계적으로 해야 하고, 그동안 남북은 군사권 외교권 행사하며 협력하자는 데 동의했다. 중요한 것은 낮은 단계의 연방제라는 명칭이 아니라 통일은 갑자기 될 수 있는 게 아니라 점진적 단계적으로 돼야 하고, 법적 통일에 앞서 사실상의 통일을 만들어가는 평화공존에 나서야 한다는 데 합의했다는 것이다. 2차 정상회담에서도 반드시 통일문제와 관련한 언급이 나올 것이라고 생각한다. 6·15공동선언 2항(“남과 북은 나라의 통일을 위한 남측의 연합제 안과 북측의 낮은 단계 연방제 안이 서로 공통성이 있다고 인정하고 앞으로 이 방향에서 통일을 지향시켜 나가기로 했다”)을 재확인하는 언급이 들어갈 것으로 생각한다. 남북 국가연합의 발전이라는 관점에서도 정상회담 정례화를 적극적으로 추진해야 한다. 정상회담 정례화를 통해 현재의 장관급회담을 세분화해서 경제, 국방, 사회문화 등 분야별로 장관급회담을 확대 발전시켜야 한다. 공동위도 관심분야별로 여러개 만들고. 남북의 국회대표들이 평의회처럼 남북이 공유하는 법률 등을 논의해야 한다. 벌써 5개 정도의 법률을 남북이 공유하고 있는데 이런 걸 제도화한 것인 바로 남북연합인 것이다. 통일이 된 상태가 아니라 평화와 통일을 관리하는 협력체제, 이걸 조만간 발족시키자, 그를 위해 남북정상회담을 정례화하자, 이렇게 나가야 한다. 그 일환으로 서울과 평양에 연락사무소를 두자는 등의 제안도 있을 수 있는데 사실 이는 지엽적인 문제다. 문=통일 문제에서 핵심은 점진적 통일방안으로서 남북연합, 북쪽은 낮은단계 연방제, 그걸 하려면 최소한의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는 점이다. 정상회담 정례화하고, 그와 함께 각료 연석회의를 여는 것이다. 그렇게 자꾸 하다보면 의회 차원의 협력도 필요하게 될 것이다. 이런 상황이 되면 통일 과정을 평화적으로 관리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전쟁이 일어날 리도 없고 미국이나 중국 등 주변국이나 국제정세에 남북관계가 흔들리는 일도 없을 것이다. 2차 회담에서 정상회담 정례화를 명문화해 구속력있게 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 그러면 연석 각료회의는 자동으로 따라갈 수 있다. 6·15선언 2항 정신에 의거해 정상회담을 정례화하고 협력을 제도화시킨다는 데 두 정상이 뜻을 같이 하기를 기대한다. 사회=1차 회담 때 평화 문제는 어떻게 논의했나? 또 2차 회담에선 어떤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고 보나? 임=1차 회담 때 평화문제에 대해 크게 세가지를 논의했다. 우선 불가침 문제다. 전쟁이 일어나서는 안 된다, 전쟁 나면 민족 공멸을 초래한다, 그러니 남북기본합의서에서 불가침에 합의한 것은 꼭 지키자, 서로가 그런 얘기를 나눴다. 북은 흡수통일과 북진에 대한 공포, 남은 적화통일과 남침의 불안감에 떨고 있는데 그런 데서 벗어나자는 것이다. 둘째, 그러려면 남북이 서로 비방 중상 하지말고 상대방을 전복하려고 하는 활동도 하지 말자. 여기서 북이 남쪽의 주적 개념에 상당히 불만을 토로하며 강하게 나왔다. 북쪽은 전방에서 비방중상 곧 중지하겠다고 했고 실제 6월15일에 중단했다. 또 우발적 군사충돌을 방지하기 위해 군사적 신뢰구축 조처 취해야 하는데, 이를 협의하기 위해 국방장관회담을 열자는데 뜻을 같이 했고, 그래서 그해 9월에 1차 국방장관회담이 제주에서 열렸다. 셋째, 한반도 문제는 민족 내부 문제이자 국제문제이고, 특히 미국 영향력 엄청나게 큰데, 미국과 북한이 적대관계를 보이는 한 한반도 평화는 기대하기 어렵다, 이건 북쪽에서 상당히 주장했다. 우리는 한반도 비핵화공동선언과 미-북 제네바 기본합의 준수해서, 미북 관계정상화 빨리 해야 한다, 그래야 북이 국제사회 참여할 수 있다고 말했다. 북은 김대중 대통령이 클린턴 대통령과 가까우니 적극적으로 협조해달라 부탁했다. 김 대통령은 미국 뿐 아니라 서방 여러 나라들한테 북과 관계 정상화하도록 적극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주한미군 문제도 나왔다. 김정일 위원장은 주한미군이 통일 후에도 한반도에도 있어야 한다는 김 대통령의 주장에 동의한다, 다만 전제는 북에 대한 적대적 군대가 아니라 한반도의 평화를 유지해주는 군대로 지위와 성격이 변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런 것을 이미 미국에도 통보한 바 있다고 말했다. 이제 2차 정상회담에서는 평화와 관련해 세가지 문제 논의할 수 있을 것이다. 첫째 한반도 비핵화 문제다. 6자 회담 합의를 잘 지켜서 조속히 한반도 비핵화를 이룩해야 한다. 둘째, 남북간에 군사문제를 해결해 나가야 경협 등 남북관계를 발전시킬 수 있다. 그러려면 남북군비통제협상(신뢰구축과 군비감축)을 개시해야 한다. 얼마나 걸릴지 모르지만, 시작에 굉장한 의의가 있다. 그러려면 국방장관회담을 조기에 열어서 물꼬를 트자는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 셋째, 어느 것 못지않게 중요한 게 한반도평화체제 구축 문제다. 잘못하면 현상유지로서 분단을 고착시킬 평화체제로 갈 우려 있으니, 통일을 지향하는 평화체제의 구축을 위해 남북이 먼저 협조하며 주도해야 한다. 독일도 통일 때 동서독이 먼저 합의하고 다른 미소 영프 등 전승 4개국을 설득해 이런저런 조건 아래서 통일하며 주변국이 이를 보증하는 방식의 ‘2+4 회담이라는 과정을 거쳤다. 우리도 평화의 당사자는 남북한이라는 것을 주장하려면 먼저 만나 의견을 나누는 게 중요하다. 문=한반도 동북아의 전략적 불안정 요인은 북한 핵문제다. 한반도 비핵화 문제는 분명히 논의돼야 한다. 그러나 남북 논의만으로 해결할 수는 없다. 둘째, 정전협정을 평화체제로 전환시키는 문제도 얘기할 수 있을 것이다. 부시 미국 대통령이 지난해 하노이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아펙) 정상회의를 계기로 종전선언, 평화협약을 하자는 제안을 했다. 이번 정상회담에서 큰 진전은 어렵겠지만, 남북이 힘을 합쳐서 한반도 평화체제 만드는 데 주도적 역할을 할 필요가 있다. 결국 한반도에서 전쟁을 종식시키고 평화의 구조를 만들려면 4자 협약이 필요한데, 이번에는 의제를 개발하고 밀고 나가는데 남북이 좀더 전향적으로 해나가야 한다는 현실인식이라도 하면 좋겠다. 셋째, 군사문제에서 우선 운용적 군비통제인 신뢰구축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남북기본합의서에는 그에 관한 8개항의 합의가 있다. 무력불사용, 긴장과 마찰이 생겼을 때의 평화적 해결 등 이미 남북간 규범으로 작용하고 있다. 그걸 넘어 군사훈련 상호 통보와 참관, 군인력의 교류, 정보교류, 비무장지대의 평화적 이용 문제도 논의될 수 있으면 좋겠다. 그러려면 남북 공동위기관리센터 같은 것도 휴전선에 만들 필요가 있다. 이런 걸 하려면 결국 기본합의서에서 합의한 대로 남북군사공동위 가동 문제를 협의해야 한다. 이번 정상회담에도 군사분야를 심도 있게 논의해, 기본합의서 8개 사항에 실질적 진전이 있어야 한다. 그런 점에서 군사공동위와 국방장관회담이 정례화될 필요가 있다. 임=군사적 신뢰구축이 우선 필요하다는데 전적으로 동의한다. 그러나 구체적 내용에 대해 합의에 이르지 못할 것이다. 다만 그런 걸 달성할 수 있도록 국방장관회담의 필요성에 물꼬를 터주고 군사공동위에서 협의하자, 여기까지만이라도 되면 좋겠다. 사회=교류협력 문제는 1차 때 어떻게 논의됐나? 2차에서는 어떤 논의를 하는 게 필요하다고 보나? 임=1차 때 교류협력 문제는 이렇게 얘기가 됐다. 서로 침략하지 말자 북침 남침 말자, 평화 통일은 말로 되는 게 아니고 교류협력을 실천해서 신뢰를 다져가면서 이룩될 수 있는 것이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적극 주장했다. 그래서 김 대통령도 꼭 그렇게 하자고 화답했다. 김 대통령은 경협 사회문화 교류협력을 시작하자, 실천가능한 사업부터 하자고 했다. 그런 과정 거쳐 ‘5대 중점사업’에 합의했다. △철도도로 연결, △남의 자본·기술과 북의 노동력을 결합하는 서해안 산업공단 건설, △금강산을 포함한 관광사업 확대 발전, △이산가족과 사회문화 교류를 시작하는 문제, 그리고 이런 것들 을 가능하게 하기 위한 △남북 군사적 신뢰구축 노력의 병행 이렇게 5개 사업에 대한 합의가 6·15공동선언 4항으로 표현됐다. 여기서 주목할 게 있다. 1차 정상회담은 그해 3월 김 대통령의 베를린선언 직후에 열렸다. 베를린 선언의 특징은 정부가 북한의 사회간접자본분야인 산업기반시설에 투자할 용의가 있다고 밝힌 것이다. 그런데 북쪽은 그해 5월에 현대와 합의한 7대 경협사업 중심으로, 곧 민간 경협사업부터 시작하겠다는 것이었다. 2차 정상회담에서는 지난 7년간 경협, 곧 3대 사업 중심으로 추진해온 것을 확대 발전시키는 문제를 논의하면 된다. 여기에 덧붙여 북의 사회기반시설을 현대화하기 위해 전력, 교통, 항만 현대화 등의 문제를 남북 당국이 진지하게 협의해나가자고 뜻을 모으는 게 중요하다. 정상회담에서 뭘 언제부터 하자고 구체적으로 말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고, 남북경제협력추진위에서 이런 분야에 대해 앞으로 관심을 갖고 발전시키자고 하면 될 것이다. 요컨대 남북 공동의 번영을 위한 남북경제공동체를 형성·발전시키는 문제를 논의한다고 하면 바람직할 것이다. 문=실질적 진전에 관해서 초점을 맞추는 게 바람직하다. 개성 평양 도로 개보수, 남포항 현대화, 전력공급 등 사회간접자본 쪽에서 북쪽의 요구가 많다. 둘째 북에서 특구를 계속 제안하는데, 북의 경제가 체계적으로 발전하려면 남북이 공동으로 특구연구위원회같은 걸 만들어 실질적 지원이 가능하게 해야 한다. 셋째, 지금 북방경제권이 상당히 중요하게 대두하고 있다. 우리 미래의 번영이 북방에 달려 있다고 봐야 한다. 몽골의 경우 자원부국이다. 연해주에 대한 개발에서 남북이 협력할 분야가 많다. 북도 중국에 너무 의존하는 것을 극복하기 위해서도 북방경제를 새롭게 개발하는 것에 관한 남북 정상의 심도 있는 논의가 이뤄지면 바람직할 것으로 본다. 또 북은 7·1경제관리개선조처 이후 무척 노력을 하고 있다. 북이 중국을 따라잡고 경제가 정상화할 수 있는 아이디어와 정책의 문제를 협의할 수 있는 남북간 새로운 형태의 협의체를 만드는 문제도 논의하면 좋을 것이다. 개인적 생각으론 개성공단에 대해 두 정상이 축복을 줄 필요가 있다. 육로를 이용한다면 회담을 마치고 김정일 위원장이 함께 개성으로 내려와서 공단을 둘러보면 서로의 신뢰도 높아지고 국제적 전시효과가 엄청날 것이다. 사회=그밖의 다른 문제들은 1차 때 어떤 논의가 있었나? 2차에서는 어떤 논의를 하는 게 필요하다고 생각하나? 임=1차 때는 이산가족 문제가 가장 중요했다. 당국간 회담, 2차 정상회담 문제 등도 논의했다. 앞에서 언급했듯이 국가보안법, 주한미군 등 여러 문제가 논의됐다. 이번에도 우리가 할 얘기 많을 것이다. 북쪽은 이른바 ‘4대 근본문제’라고 말해온 것을 언급하지 않고 넘어가기 어려울 것이다. 국가보안법, 참관지 제한 철폐, 북방한계선(NLL), 한미군사훈련 등일텐데. 국가보안법 문제는 1차 정상회담 때도 논의했다. 북의 노동당 규약을 손대는 것과 맞물려 있는 문제로 정리돼 있기 때문에 새롭게 쟁점이 되지는 않을 것이다. 참관지 문제는 1차 때 금수산기념궁전 참배 때문에 진통을 많이 겪었다는 것은 세상이 다 아는 일이다. 이번엔 어떨지 추측은 않겠다. 한미 군사훈련 문제는 늘 나오던 얘기로 새로운 건 아니다. 북방한계선 문제가 논란이 되고 있는데 국방장관회담을 빨리 열어 그런 모든 문제를 토의하자는 수준 이상이 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생각한다. 북방한계선 문제는 기본합의서에서 남북이 협의해서 해결해나가기로 합의한 바 있다. 구체적인 논의는 국방장관회담으로 넘기는 게 필요하다. 정상회담에서 논쟁을 벌일 일은 아니다. 문=납북자, 6·25 전쟁포로 문제 등은 국민 관심사이니까 대통령이 분명히 거론할 것으로 예상한다. 이산가족 상봉의 정례화는 더이상 미룰 수 없는 일이다. 어떤 상황이 벌어져도 이산가족 상봉은 계속한다는 게 (합의문에)문장으로 들어가면 좋겠다. 이른바 ‘4대 근본문제’는 국가보안법은 이미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7차 당대회가 열리면 노동당 규약을 확 바꾸겠다고 한 발언이 있기에 연계돼 있는 문제다. 북방한계선 문제는 거론하더라도 그 자체를 언급하기보다 남북국방장관회담을 활성화해서 거기에서 논의하자고 하는 게 좋을 것 같다. 사회=끝으로 2차 정상회담 결과를 전망 한다면? 임=2차 정상회담은 좋은 성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잘 될 것이다. 1차회담 때는 남북관계가 암중모색의 시기였다. 돌파구를 열어서 6·15 화해협력시대를 개막한 것이다. 이번에는 6·15공동선언의 성과에 토대를 두고 남북관계를 확대 발전시키는 계기가 반드시 되리라 본다. 평화의 문제, 군사문제와 교류협력이 상호 보완관계에 있는 것이기 때문에 군사 문제가 논의되지 않을 수는 없을 것이다. 이 문제들이 서로 시너지 효과를 발휘할 수 있도록 해야 할 때다. 1차 회담 때에는 교류협력을 중심으로 이야기 했다면, 이번에는 평화 문제가, 마침 6자회담에서도 한반도 평화체제 문제가 논의될 것이기 때문에 이 문제가 제일 중요한 두 정상의 관심사이자 논의 사항이 될 것으로 본다. 문=국제 정세 등 환경이 잘 조성된 거 같다. 2차 정상회담은 다음 정부를 누가 맡든 보다 발전된 남북관계를 넘겨주는 ‘아름다운 가교’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만약 한나라당이 정권을 잡는다면 남북관계를 복원하려면 몇년이 걸릴 수 있는 문제다. 한나라당에겐 이런 축복이 없을 것이다. 이번에 두 정상이 합의해놓으면 (다음 정권에서)부분 조정은 있겠지만 합의는 계속 되는 것이다. 이번 합의를 정치적 계산으로서가 아니라 정치적 상생으로 볼 필요가 있다. 진행 강태호 남북관계 전문기자 kankan1@hani.co.kr 정리 이제훈 이용인 기자 nomad@hani.co.kr
임=1차, 2차 정상회담은 전략적 환경엔 공통점이 있지만, 남북관계 측면에서 보면 엄청난 차이가 있다. 1차 때 국민의 정부 들어서 화해협력 정책을 추진했으나 남북대화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암중모색을 하던 상황에서 정상회담이 이뤄졌다. 2차 정상회담은 1차 이후 7년간 엄청난 남북관계의 변화·발전을 토대로 이뤄진다. 1차 회담이 남북관계 돌파구를 어떻게 만들 것인가를 고민했다면, 2차 회담은 앞으로 남북관계를 어떻게 확대발전시켜나갈 것인가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문=남북관계는 남과 북의 내부 사정, 그리고 주변 정세 특히 한-미, 북-미 관계라는 세가지 변수에 의해 결정된다고 본다. 그간 교류협력을 통해 서로에 대한 적대시 정책의 의도가 사실상 많이 줄었다는 것을 알고 있는 상황에서 협력의 제도화가 특히 정치군사측면에서 이뤄져야 하는 게 아닌가 생각한다. 사회문화와 경제 쪽에서만 협력이 강화돼 (군사 부문과)비대칭이 생기면서 제기된 어려움이 있다. 사실 정상회담 자체가 가장 높은 수준의 정치적 신뢰구축 행위이다. 정치·군사 부문에서도 진전이 있기를 바란다. 사회=2차 정상회담에선 어떤 문제들이 주요하게 다뤄져야 한다고 생각하나. 1차 정상회담 때와 비교해 설명해달라.. 임=의제 관련 논의가 많다. 하지만 정상회담은 장관급회담이나 경제, 군사 등 분야별 회담와 달리 차원이 대단히 높은 회의다. 따라서 특정 의제를 다루는 것이기 보다는 공동의 관심분야에 대해 하고 싶은 얘기를 충분히 나누는 데 의의가 있다. 정상회담에선 전반적이고 포괄적인 논의가 가능하다. 뭘 합의할 것인가는 별도의 문제다. 1차 정상회담에서는 △한반도 평화 △통일 문제 △교류협력 △이산가족 문제를 포함한 기타 관심사항 등 4가지가 관심분야로서 다뤄졌다. 2차 회담에서도 결국 같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평화, 통일문제, 교류협력 등 민족공동체를 어떻게 건설해나갈 것인가, 이렇게 세 분야에 기타 관심 사항을 더하는 방식으로 논의가 진행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문=남북정상회담은 일반 정상회담과 많이 다르다. 일반 정상회담은 실무선에서 의제를 도출해 합의문을 만들고 정상은 서명만 하면 되는 의전적·상향식이 대부분이다. 하지만, 남북정상회담 특히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관여하는 수뇌회담은 기본적으로 하향식이다. 두 정상이 공식 비공식 만남에서 다양한 화제와 의제를 열어놓고 더 많이 얘기할 수 있다. 배석한 사람들이 그걸 기록해 그 뒤에 의제화시켜나가는 것이다. 평화와 번영, 인도적 문제를 포함한 공동체 문제 등 세가지에다가 북쪽의 위상을 국제사회에서 어떻게 높일 수 있을까라는 문제를 추가할 수 있으면 좋겠다. 북미관계와 북일관계, 북쪽의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아펙) 참여 등에서 남쪽이 어떻게 도울 수 있는지, 곧 북쪽의 국제적 위상을 높일 수 있는 방안에 대해 두 정상이 폭넓게 협의하면 좋겠다. 사회=그렇다면 각각의 관심분야들은 어떻게 논의될 것으로 보는가. 임= 1차 정상회담에서 두 정상이 가장 많은 시간을 할애한 게 통일 문제다. 남과 북이 서로 적대적 통일관을 갖고 있는 한 교류협력이 불가능하다. 남은 흡수통일, 북은 적화통일과 남침 의도가 담긴 통일관을 갖고 마주앉아 무엇이 될 수 있겠는가. 세상이 많이 변했으다. 이에 대해 합의해야 무엇을 하든지 제대로 할 수 있다. 북쪽은 이런 식의 주장을 강하게 제기했다. 우리는 민족공동체통일방안을 토대로 이렇게 얘기했다. 통일은 목적인 동시에 과정이다, 점진적 단계적으로 나가야 한다. 법적 통일에 앞서 남북이 오고가는 사실상의 통일을 실현하는 게 중요하다. 남북이 평화공존하며 통일을 지향해 나가는 과정을 남북이 잘 관리해야 한다. 통일 전에 그걸 관리하는 협력기구가 필요한데 그걸 연합이라고 하는 것이다. 자세하게 설명했다. 북쪽은 처음에는 외교권 국방권을 두 정부가 각각 지닌다는 전제 아래서 연방제 통일을 주장했다. 그러다 나중에 바꿨다. 결정적 영향을 준 게 예멘의 사례에 대한 설명이엇다. 예멘은 통일부터 선포했는데, 군대 통합을 못해 결국 전쟁으로 통합을 하게 됐다. 독자적 국방권을 행사한 결과였다. 그러니 남북은 그렇게 하면 안 되지 않되는 것 아니냐고 주장했다. 결과적으로 통일은 점진적·단계적으로 해야 하고, 그동안 남북은 군사권 외교권 행사하며 협력하자는 데 동의했다. 중요한 것은 낮은 단계의 연방제라는 명칭이 아니라 통일은 갑자기 될 수 있는 게 아니라 점진적 단계적으로 돼야 하고, 법적 통일에 앞서 사실상의 통일을 만들어가는 평화공존에 나서야 한다는 데 합의했다는 것이다. 2차 정상회담에서도 반드시 통일문제와 관련한 언급이 나올 것이라고 생각한다. 6·15공동선언 2항(“남과 북은 나라의 통일을 위한 남측의 연합제 안과 북측의 낮은 단계 연방제 안이 서로 공통성이 있다고 인정하고 앞으로 이 방향에서 통일을 지향시켜 나가기로 했다”)을 재확인하는 언급이 들어갈 것으로 생각한다. 남북 국가연합의 발전이라는 관점에서도 정상회담 정례화를 적극적으로 추진해야 한다. 정상회담 정례화를 통해 현재의 장관급회담을 세분화해서 경제, 국방, 사회문화 등 분야별로 장관급회담을 확대 발전시켜야 한다. 공동위도 관심분야별로 여러개 만들고. 남북의 국회대표들이 평의회처럼 남북이 공유하는 법률 등을 논의해야 한다. 벌써 5개 정도의 법률을 남북이 공유하고 있는데 이런 걸 제도화한 것인 바로 남북연합인 것이다. 통일이 된 상태가 아니라 평화와 통일을 관리하는 협력체제, 이걸 조만간 발족시키자, 그를 위해 남북정상회담을 정례화하자, 이렇게 나가야 한다. 그 일환으로 서울과 평양에 연락사무소를 두자는 등의 제안도 있을 수 있는데 사실 이는 지엽적인 문제다. 문=통일 문제에서 핵심은 점진적 통일방안으로서 남북연합, 북쪽은 낮은단계 연방제, 그걸 하려면 최소한의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는 점이다. 정상회담 정례화하고, 그와 함께 각료 연석회의를 여는 것이다. 그렇게 자꾸 하다보면 의회 차원의 협력도 필요하게 될 것이다. 이런 상황이 되면 통일 과정을 평화적으로 관리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전쟁이 일어날 리도 없고 미국이나 중국 등 주변국이나 국제정세에 남북관계가 흔들리는 일도 없을 것이다. 2차 회담에서 정상회담 정례화를 명문화해 구속력있게 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 그러면 연석 각료회의는 자동으로 따라갈 수 있다. 6·15선언 2항 정신에 의거해 정상회담을 정례화하고 협력을 제도화시킨다는 데 두 정상이 뜻을 같이 하기를 기대한다. 사회=1차 회담 때 평화 문제는 어떻게 논의했나? 또 2차 회담에선 어떤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고 보나? 임=1차 회담 때 평화문제에 대해 크게 세가지를 논의했다. 우선 불가침 문제다. 전쟁이 일어나서는 안 된다, 전쟁 나면 민족 공멸을 초래한다, 그러니 남북기본합의서에서 불가침에 합의한 것은 꼭 지키자, 서로가 그런 얘기를 나눴다. 북은 흡수통일과 북진에 대한 공포, 남은 적화통일과 남침의 불안감에 떨고 있는데 그런 데서 벗어나자는 것이다. 둘째, 그러려면 남북이 서로 비방 중상 하지말고 상대방을 전복하려고 하는 활동도 하지 말자. 여기서 북이 남쪽의 주적 개념에 상당히 불만을 토로하며 강하게 나왔다. 북쪽은 전방에서 비방중상 곧 중지하겠다고 했고 실제 6월15일에 중단했다. 또 우발적 군사충돌을 방지하기 위해 군사적 신뢰구축 조처 취해야 하는데, 이를 협의하기 위해 국방장관회담을 열자는데 뜻을 같이 했고, 그래서 그해 9월에 1차 국방장관회담이 제주에서 열렸다. 셋째, 한반도 문제는 민족 내부 문제이자 국제문제이고, 특히 미국 영향력 엄청나게 큰데, 미국과 북한이 적대관계를 보이는 한 한반도 평화는 기대하기 어렵다, 이건 북쪽에서 상당히 주장했다. 우리는 한반도 비핵화공동선언과 미-북 제네바 기본합의 준수해서, 미북 관계정상화 빨리 해야 한다, 그래야 북이 국제사회 참여할 수 있다고 말했다. 북은 김대중 대통령이 클린턴 대통령과 가까우니 적극적으로 협조해달라 부탁했다. 김 대통령은 미국 뿐 아니라 서방 여러 나라들한테 북과 관계 정상화하도록 적극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주한미군 문제도 나왔다. 김정일 위원장은 주한미군이 통일 후에도 한반도에도 있어야 한다는 김 대통령의 주장에 동의한다, 다만 전제는 북에 대한 적대적 군대가 아니라 한반도의 평화를 유지해주는 군대로 지위와 성격이 변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런 것을 이미 미국에도 통보한 바 있다고 말했다. 이제 2차 정상회담에서는 평화와 관련해 세가지 문제 논의할 수 있을 것이다. 첫째 한반도 비핵화 문제다. 6자 회담 합의를 잘 지켜서 조속히 한반도 비핵화를 이룩해야 한다. 둘째, 남북간에 군사문제를 해결해 나가야 경협 등 남북관계를 발전시킬 수 있다. 그러려면 남북군비통제협상(신뢰구축과 군비감축)을 개시해야 한다. 얼마나 걸릴지 모르지만, 시작에 굉장한 의의가 있다. 그러려면 국방장관회담을 조기에 열어서 물꼬를 트자는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 셋째, 어느 것 못지않게 중요한 게 한반도평화체제 구축 문제다. 잘못하면 현상유지로서 분단을 고착시킬 평화체제로 갈 우려 있으니, 통일을 지향하는 평화체제의 구축을 위해 남북이 먼저 협조하며 주도해야 한다. 독일도 통일 때 동서독이 먼저 합의하고 다른 미소 영프 등 전승 4개국을 설득해 이런저런 조건 아래서 통일하며 주변국이 이를 보증하는 방식의 ‘2+4 회담이라는 과정을 거쳤다. 우리도 평화의 당사자는 남북한이라는 것을 주장하려면 먼저 만나 의견을 나누는 게 중요하다. 문=한반도 동북아의 전략적 불안정 요인은 북한 핵문제다. 한반도 비핵화 문제는 분명히 논의돼야 한다. 그러나 남북 논의만으로 해결할 수는 없다. 둘째, 정전협정을 평화체제로 전환시키는 문제도 얘기할 수 있을 것이다. 부시 미국 대통령이 지난해 하노이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아펙) 정상회의를 계기로 종전선언, 평화협약을 하자는 제안을 했다. 이번 정상회담에서 큰 진전은 어렵겠지만, 남북이 힘을 합쳐서 한반도 평화체제 만드는 데 주도적 역할을 할 필요가 있다. 결국 한반도에서 전쟁을 종식시키고 평화의 구조를 만들려면 4자 협약이 필요한데, 이번에는 의제를 개발하고 밀고 나가는데 남북이 좀더 전향적으로 해나가야 한다는 현실인식이라도 하면 좋겠다. 셋째, 군사문제에서 우선 운용적 군비통제인 신뢰구축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남북기본합의서에는 그에 관한 8개항의 합의가 있다. 무력불사용, 긴장과 마찰이 생겼을 때의 평화적 해결 등 이미 남북간 규범으로 작용하고 있다. 그걸 넘어 군사훈련 상호 통보와 참관, 군인력의 교류, 정보교류, 비무장지대의 평화적 이용 문제도 논의될 수 있으면 좋겠다. 그러려면 남북 공동위기관리센터 같은 것도 휴전선에 만들 필요가 있다. 이런 걸 하려면 결국 기본합의서에서 합의한 대로 남북군사공동위 가동 문제를 협의해야 한다. 이번 정상회담에도 군사분야를 심도 있게 논의해, 기본합의서 8개 사항에 실질적 진전이 있어야 한다. 그런 점에서 군사공동위와 국방장관회담이 정례화될 필요가 있다. 임=군사적 신뢰구축이 우선 필요하다는데 전적으로 동의한다. 그러나 구체적 내용에 대해 합의에 이르지 못할 것이다. 다만 그런 걸 달성할 수 있도록 국방장관회담의 필요성에 물꼬를 터주고 군사공동위에서 협의하자, 여기까지만이라도 되면 좋겠다. 사회=교류협력 문제는 1차 때 어떻게 논의됐나? 2차에서는 어떤 논의를 하는 게 필요하다고 보나? 임=1차 때 교류협력 문제는 이렇게 얘기가 됐다. 서로 침략하지 말자 북침 남침 말자, 평화 통일은 말로 되는 게 아니고 교류협력을 실천해서 신뢰를 다져가면서 이룩될 수 있는 것이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적극 주장했다. 그래서 김 대통령도 꼭 그렇게 하자고 화답했다. 김 대통령은 경협 사회문화 교류협력을 시작하자, 실천가능한 사업부터 하자고 했다. 그런 과정 거쳐 ‘5대 중점사업’에 합의했다. △철도도로 연결, △남의 자본·기술과 북의 노동력을 결합하는 서해안 산업공단 건설, △금강산을 포함한 관광사업 확대 발전, △이산가족과 사회문화 교류를 시작하는 문제, 그리고 이런 것들 을 가능하게 하기 위한 △남북 군사적 신뢰구축 노력의 병행 이렇게 5개 사업에 대한 합의가 6·15공동선언 4항으로 표현됐다. 여기서 주목할 게 있다. 1차 정상회담은 그해 3월 김 대통령의 베를린선언 직후에 열렸다. 베를린 선언의 특징은 정부가 북한의 사회간접자본분야인 산업기반시설에 투자할 용의가 있다고 밝힌 것이다. 그런데 북쪽은 그해 5월에 현대와 합의한 7대 경협사업 중심으로, 곧 민간 경협사업부터 시작하겠다는 것이었다. 2차 정상회담에서는 지난 7년간 경협, 곧 3대 사업 중심으로 추진해온 것을 확대 발전시키는 문제를 논의하면 된다. 여기에 덧붙여 북의 사회기반시설을 현대화하기 위해 전력, 교통, 항만 현대화 등의 문제를 남북 당국이 진지하게 협의해나가자고 뜻을 모으는 게 중요하다. 정상회담에서 뭘 언제부터 하자고 구체적으로 말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고, 남북경제협력추진위에서 이런 분야에 대해 앞으로 관심을 갖고 발전시키자고 하면 될 것이다. 요컨대 남북 공동의 번영을 위한 남북경제공동체를 형성·발전시키는 문제를 논의한다고 하면 바람직할 것이다. 문=실질적 진전에 관해서 초점을 맞추는 게 바람직하다. 개성 평양 도로 개보수, 남포항 현대화, 전력공급 등 사회간접자본 쪽에서 북쪽의 요구가 많다. 둘째 북에서 특구를 계속 제안하는데, 북의 경제가 체계적으로 발전하려면 남북이 공동으로 특구연구위원회같은 걸 만들어 실질적 지원이 가능하게 해야 한다. 셋째, 지금 북방경제권이 상당히 중요하게 대두하고 있다. 우리 미래의 번영이 북방에 달려 있다고 봐야 한다. 몽골의 경우 자원부국이다. 연해주에 대한 개발에서 남북이 협력할 분야가 많다. 북도 중국에 너무 의존하는 것을 극복하기 위해서도 북방경제를 새롭게 개발하는 것에 관한 남북 정상의 심도 있는 논의가 이뤄지면 바람직할 것으로 본다. 또 북은 7·1경제관리개선조처 이후 무척 노력을 하고 있다. 북이 중국을 따라잡고 경제가 정상화할 수 있는 아이디어와 정책의 문제를 협의할 수 있는 남북간 새로운 형태의 협의체를 만드는 문제도 논의하면 좋을 것이다. 개인적 생각으론 개성공단에 대해 두 정상이 축복을 줄 필요가 있다. 육로를 이용한다면 회담을 마치고 김정일 위원장이 함께 개성으로 내려와서 공단을 둘러보면 서로의 신뢰도 높아지고 국제적 전시효과가 엄청날 것이다. 사회=그밖의 다른 문제들은 1차 때 어떤 논의가 있었나? 2차에서는 어떤 논의를 하는 게 필요하다고 생각하나? 임=1차 때는 이산가족 문제가 가장 중요했다. 당국간 회담, 2차 정상회담 문제 등도 논의했다. 앞에서 언급했듯이 국가보안법, 주한미군 등 여러 문제가 논의됐다. 이번에도 우리가 할 얘기 많을 것이다. 북쪽은 이른바 ‘4대 근본문제’라고 말해온 것을 언급하지 않고 넘어가기 어려울 것이다. 국가보안법, 참관지 제한 철폐, 북방한계선(NLL), 한미군사훈련 등일텐데. 국가보안법 문제는 1차 정상회담 때도 논의했다. 북의 노동당 규약을 손대는 것과 맞물려 있는 문제로 정리돼 있기 때문에 새롭게 쟁점이 되지는 않을 것이다. 참관지 문제는 1차 때 금수산기념궁전 참배 때문에 진통을 많이 겪었다는 것은 세상이 다 아는 일이다. 이번엔 어떨지 추측은 않겠다. 한미 군사훈련 문제는 늘 나오던 얘기로 새로운 건 아니다. 북방한계선 문제가 논란이 되고 있는데 국방장관회담을 빨리 열어 그런 모든 문제를 토의하자는 수준 이상이 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생각한다. 북방한계선 문제는 기본합의서에서 남북이 협의해서 해결해나가기로 합의한 바 있다. 구체적인 논의는 국방장관회담으로 넘기는 게 필요하다. 정상회담에서 논쟁을 벌일 일은 아니다. 문=납북자, 6·25 전쟁포로 문제 등은 국민 관심사이니까 대통령이 분명히 거론할 것으로 예상한다. 이산가족 상봉의 정례화는 더이상 미룰 수 없는 일이다. 어떤 상황이 벌어져도 이산가족 상봉은 계속한다는 게 (합의문에)문장으로 들어가면 좋겠다. 이른바 ‘4대 근본문제’는 국가보안법은 이미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7차 당대회가 열리면 노동당 규약을 확 바꾸겠다고 한 발언이 있기에 연계돼 있는 문제다. 북방한계선 문제는 거론하더라도 그 자체를 언급하기보다 남북국방장관회담을 활성화해서 거기에서 논의하자고 하는 게 좋을 것 같다. 사회=끝으로 2차 정상회담 결과를 전망 한다면? 임=2차 정상회담은 좋은 성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잘 될 것이다. 1차회담 때는 남북관계가 암중모색의 시기였다. 돌파구를 열어서 6·15 화해협력시대를 개막한 것이다. 이번에는 6·15공동선언의 성과에 토대를 두고 남북관계를 확대 발전시키는 계기가 반드시 되리라 본다. 평화의 문제, 군사문제와 교류협력이 상호 보완관계에 있는 것이기 때문에 군사 문제가 논의되지 않을 수는 없을 것이다. 이 문제들이 서로 시너지 효과를 발휘할 수 있도록 해야 할 때다. 1차 회담 때에는 교류협력을 중심으로 이야기 했다면, 이번에는 평화 문제가, 마침 6자회담에서도 한반도 평화체제 문제가 논의될 것이기 때문에 이 문제가 제일 중요한 두 정상의 관심사이자 논의 사항이 될 것으로 본다. 문=국제 정세 등 환경이 잘 조성된 거 같다. 2차 정상회담은 다음 정부를 누가 맡든 보다 발전된 남북관계를 넘겨주는 ‘아름다운 가교’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만약 한나라당이 정권을 잡는다면 남북관계를 복원하려면 몇년이 걸릴 수 있는 문제다. 한나라당에겐 이런 축복이 없을 것이다. 이번에 두 정상이 합의해놓으면 (다음 정권에서)부분 조정은 있겠지만 합의는 계속 되는 것이다. 이번 합의를 정치적 계산으로서가 아니라 정치적 상생으로 볼 필요가 있다. 진행 강태호 남북관계 전문기자 kankan1@hani.co.kr 정리 이제훈 이용인 기자 noma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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