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내린 폭우로 북한 강원도의 한 지역이 집 처마 밑까지 잠길 정도로 피해를 입은 모습이 19일 공개됐다. (조선중앙통신 AP 연합)
개성~평양도로 개·보수 쉬워 10월까지 충분
고려호텔 등 시내는 수해 덜해…북 ‘총동원령’
고려호텔 등 시내는 수해 덜해…북 ‘총동원령’
북한이 제2차 남북정상회담까지 연기하며 수해 복구를 서두르고 있는 가운데, 전문가들은 대체로 개성~평양 고속도로와 평양 지역은 한달 안팎이면 복구가 가능할 것으로 내다봤다. 그러나 함경남도나 강원도 등 지방의 복구에는 상당 기간이 걸릴 것으로 전망됐다.
북한 수해 기간 방북했던 안병민 한국교통연구원 북한교통정보센터장은 우리쪽 대표단이 이동하게 될 개성~평양 고속도로와 관련해 “크게 끊어진 부분은 없는 것으로 파악된다”며 “고속도로가 산악지대나 터널·교량이 적은 평야 지대를 관통하기 때문에 개·보수도 쉬울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또 “특정 부분에 인력과 장비를 집중 투입할 수 있는 북한 시스템의 특성에 비춰보면, 한달 안에 보수가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보통강의 범람으로 저지대가 침수된 평양 시내도 정상회담 이전까지는 복구가 가능할 것이라는 견해가 많았다. 평양에는 지난 7일부터 18일까지 580㎜의 비가 내려 주택 6400세대와 공공·생산 건물 300여개, 30여개의 지하도, 240여개의 도로가 파손된 것으로 집계됐다. 심재현 국립방재연구소 풍수해정책팀장은 “콘크리트 건물은 구조물 자체가 무너지지 않았다면 물을 빼고 난 뒤 청소하면 큰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평양에서 18일 귀환한 안병민 센터장도 “우리 대표단의 주요 이동 경로인 고려호텔을 중심으로 한 시내 중심가는 피해가 덜했다”며 “청소와 고층건물 도색 작업을 할 수 있는 시간은 한달이면 충분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평양 시내 도로 복구에 대해선 의견이 엇갈렸다. 심재현 팀장은 “아스팔트 도로는 유실된 부분에 흙을 메우고 아스콘를 채우면 되기 때문에 시간이 그리 많이 걸리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에 비해 조원철 연세대학교 사회환경시스템공학부 교수는 “도로의 피해 범위가 광범위하다면 남쪽 기준으로 볼 때 몇개월 정도의 시간이 걸린다”며 정상회담 직전에 완전 복귀가 쉽지 않다고 분석했다.
전문가들은 산악지대가 많고 재정이 빈약한 함경남도나 강원도 지역의 복구에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입을 보았다. 조 교수는 “남쪽도 지난해 수해를 입은 강원도의 복구 작업이 절반밖에 진행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안병민 센터장도 “과거 수해로 유실됐던 북쪽 대흥광산 주변의 다리들도 아직 복구를 하지 못하고 임시로 연결한 곳이 많았다”고 말했다.
현재 북한은 중앙기관 공무원들까지 총동원해 평양 시내 복구작업에 주력하고 있다. <중앙통신>은 “19일 평양의 릉라도유원지에서 성, 중앙기관 정무원(공무원)들이 피해 복구사업을 진행했다”며 “정무원들은 유원지의 반월도 구역에서 삽으로 감탕(진흙)을 퍼내어 자동차로 실어내고 바께쯔(양동이)로 물을 날라 도로를 닦아냈다”고 20일 보도했다. 이날 복구작업에는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 내각 사무국, 임업성, 교육성, 중앙검찰소, 고려의학과학원 등 주요 중앙기관과 김일성고급당학교, 인민경제대학, 금성정치대학 등 직원들이 참가했다고 통신은 소개했다.
이용인 기자 yy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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