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련 기관지 ‘조선신보’ 북한 수해현장 르포
작물 수확 ‘절반’ 줄어…인력의존 복구 ‘한계’
“저수지의 제방이 무너지면서 강이 하나 생겨났다.” “60동의 살림집이 있던 마을 하나가 통째로 사라졌다.”
재일본조선인총연합회 기관지 〈조선신보〉가 26일부터 세 차례에 걸쳐 실은 북한 수해 현장 르포는 최근 집중호우에 따른 북한 지역의 피해 모습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내부 모습을 좀처럼 공개하지 않는 북한 체제의 특성에 비춰볼 때, 〈조선신보〉가 도로 등이 끊겨 물리적인 접근조차 어려운 수해 지역을 직접 찾아가 기사를 작성·보도한 점도 이례적이라고 할 수 있다.
황해북도 곡산군은 8일 새벽 읍 중심부를 흐르는 허리천이 범람하면서, 읍 중심부의 물높이가 1.까지 차올라 모든 건물의 1층 부분이 물에 잠겼다. 강변에는 3층 부분까지 완전히 허물어진 아파트도 있었다. 주변 산기슭의 단층집들은 산사태로 완전히 파괴됐다. 도로관리원 박병호(40)씨는 〈조선신보〉와의 인터뷰에서 “8일 새벽, 잠자리에 누워 있어도 어쩐지 불안한 예감이 들어 식구들과 함께 폭우가 내리는 집 밖으로 나왔는데, 바로 그 순간 눈 앞의 산이 소리치며 무너졌다”고 당시 상황을 떠올렸다. 박씨는 토사에 묻힌 부인은 필사적으로 구출했지만 어머니는 찾을 수 없었다고 말했다.
주민의 80%가 농민인 곡산군의 작물 피해는 심각하다. 신문은 협동농장 간부의 말을 인용해, 논벼는 1㏊당 평균 4.2t의 수확을 예상했지만 수해 뒤엔 절반도 안 되는 1.9t밖에 거둘 수 없을 것으로 전망했다. 옥수수 수확도 4.7t으로 예상했지만 2.1t으로 낮춰 잡았다.
강원도 내륙 지역에 위치한 이천군에는 8일부터 10일까지 840㎜라는 기록적인 폭우가 내렸다. 저수지가 무너지면서 새로운 강이 생겨났고 논과 옥수수밭, 양어장이 있던 곳은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신당리 4반’의 살림집 60동 가운데 물살에 살아남은 집은 높은 지대에 위치한 7동에 지나지 않았다. 특히 산간지대인 만큼 인명피해가 컸다. 이천군에서만도 180명의 인명피해와 18명의 행방불명이 있었다. 그러나 통신 수단이 단절돼 수해 직후엔 보고도 하지 못했다고 한다.
복구는 모두 인력에 의존하고 있다. 〈조선신보〉는 “건설자재를 생산하는 공장들과 여기에 전력을 공급해야 할 발전소들도 타격을 받았고, 발전소들에 석탄을 보내주어야 할 탄광들이 침수 피해를 입었다”며 시·군 단위에서 ‘자력갱생으로’ 추진되고 있는 복구작업이 장기화될 것이라고 예상하기도 했다.
한편 유엔 인도지원조정국(OCHA)은 27일(현지시각) 국제사회에 북한 수해와 관련해 ‘긴급 구호요청’을 발표했다.
이용인 기자 yy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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