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정치 국방·북한

‘핵폐기만 하면…’ 북-미 정상화 메시지

등록 2007-08-31 20:32수정 2007-09-01 02:00

노무현 대통령
노무현 대통령
부시 ‘북핵 임기안 해결’ 발언 의미
이라크·이란등 외교 수렁속 북핵 마침표 ‘희망’
2일~3일 제네바 2차 북-미 실무회의 주목

“나는 이미 선택했다. 이제는 북한의 지도자가 선택해야 할 때다.”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이 31일(현지시각) ‘임기 중 북핵 문제 해결’을 자신하며,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결단을 촉구했다. 사실 부시 대통령은 이미 지난해 11월18일 베트남 하노이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아펙) 정상회의 계기에 열린 한-미 정상회담에서 “김정일 정권을 인정하겠다”며 “북한이 핵을 포기하면 평화협정을 맺자”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이번엔 ‘임기 중 북핵 해결 의지’를 공개 석상에서 더욱 분명하고 강도 높게 밝혔다는 점에서 특기할 만하다. 정부 당국자도 “부시 대통령이 직접 공개적으로 밝혔다는 사실이 중요하다”고 적극적으로 평가했다. 이라크·이란 문제 등 외교적 난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 부시 대통령이 “북한 문제에 많은 시간을 할애하고 있다”고 강조하며 진행한 이번 기자회견은 내용은 물론 형식과 시기 면에서 짚어볼 대목이 많다.

부시 대통령이 이런 ‘김정일 국방위원장한테 보내는 공개메시지’를 아펙 정상회의 하루 전인 7일 열릴 한-미 정상회담이 아니라 언론 기자회견에서 밝힌 점도 새겨볼 만한 대목이다. 1~2일 제네바에서 진행될 제2차 북-미 관계정상화 실무그룹회의에서 성과를 내겠다는 의중이 담긴 것으로 풀이된다. 31일 제네바에 도착한 크리스토퍼 힐 국무부 차관보도 북핵 문제가 “미국이 최우선시하는 문제들 가운데 하나”라며 실무회의 전망에 대해 “좋은 결과가 있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김연철 고려대 연구교수는 “부시 대통령의 의지는 이미 방코델타아시아(BDA) 문제 해결 과정에서 입증된 것”이라며 “북쪽도 선택을 할 때가 됐고, 이 점에서 불능화 문제가 북핵 문제 해결 과정에서 결정적으로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부시 대통령이 “나는 이미 선택했다”고 강조한 것은, 뒤집어보면 자신은 북-미 관계정상화에 필요한 정책적 결단을 내렸다는 뜻이나 마찬가지다. 북쪽이 핵포기를 결단하고 이를 실천하면 관계정상화가 가능하며 마무리 단계에서 정상회담도 배제하지 않겠다는 메시지로 해석할 수 있다. 단기적으로 보자면, 북쪽이 2·13 합의에서 약속한 핵시설 불능화 조처와 농축우라늄 프로그램을 포함한 핵프로그램 신고를 성실하게 진행한다면, 미국도 테러지원국 명단 삭제 및 적성국교역법 종료 조처를 취할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공’을 김정일 국방위원장한테 넘긴 측면도 있다.

부시 대통령의 이런 적극성은 임기 내 외교 업적에 대한 갈망이라는 국내 정치적 필요에서 비롯된 측면이 크다. 이라크, 아프가니스탄, 이란, 팔레스타인 등 거의 모든 외교·군사 문제에서 실패를 거듭하는 상황에서 성공 가능성이 엿보이는 문제는 북핵 문제가 거의 유일하기 때문이다. 특히 15일 이라크 현지 사령관과 현지 대사의 보고서 제출 및 의회 증언이 예정된 이라크 문제는 워싱턴에서 한때 부시 대통령의 아펙 불참 가능성이 거론될 정도로 심각한 국내 정치 현안이다. 김성배 국가안보전략연구소 책임연구위원은 “부시 대통령은 클린턴 전 대통령이 북-미 관계 정상화 노력을 매듭짓지 못한 선례를 반면교사로 삼아 임기 중 북핵 문제에 마침표를 찍고 싶을 것”이라며 “민주당의 대응을 비롯해 내년 미국 대선 정국이 중요한 변수가 될 것 같다”고 내다봤다.


부시의 촉구대로, 이젠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대답’을 할 차례다. 언론을 통한 발언을 거의 하지 않는 김 위원장으로선, 10월2~4일 평양에서 열릴 제2차 남북 정상회담이 그 ‘답’을 내놓는 마당이 될 수밖에 없다. 그만큼 남북 정상회담의 중요성이 커진 셈이다.

이제훈 기자, 워싱턴/류재훈 특파원 nomad@hani.co.kr


“북핵 끝나지 않았지만 끝나가고 있어
6자회담 성과내며 할 일 더 많아져”

부시 아·태지역언론 일문일답

부시 행정부 시기 북-미 관계 주요 일지
부시 행정부 시기 북-미 관계 주요 일지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은 31일 한국·중국·일본·오스트레일리아·인도네시아 등 아·태지역 언론들과 한 공동 기자회견에서 역내 현안에 대한 자신의 견해를 설명하면서 북핵 문제에 상당한 시간을 할애했다. 다음은 북핵 문제에 대한 그의 언급이다.

-21세기를 태평양의 시대라고 하는데, 미국의 역할이 뭐라고 보나?

=우리(미국)는 한·중·일, 아세안 국가들과 전략적 목표 달성을 위해 양자관계를 발전시켜 왔고, 지금보다 그 관계가 좋았던 적이 없었다. 내가 취임했을 때 세계는 미국이 혼자 북한 문제를 풀기를 기대했다. 북한 지도자는 교착상태에 빠져 있던 제네바합의를 존중하지 않았다. 그래서 우리는 다른 나라들도 이 문제를 다루도록 하려고 6자회담을 시작했다. 5개국은 회담에서 북한 지도자에게 핵무기 야망을 포기하라고 한목소리를 냈다. 그것이 성과를 내고 있다. 다른 나라들의 관여와 우호적이고 굳건한 관계가 없었다면 이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임기 안에 핵무기를 포기하는 게 가능하다고 보나. 납북자 문제 해결 없이 북한을 테러지원국 명단에서 제외할 준비가 돼 있나?

=북한이 합의를 존중하기를 바란다. 북한은 2005년 9월 모든 핵프로그램을 공개하고 해체하기로 실질적으로 합의했다. 2년이 지난 지금 우리는 여전히 북한에 합의 이행을 상기시키고 있다. 지난 몇달간 우리가 진전을 이루고 있다고 믿을 수 있을 정도로 많은 일들이 일어났다. 북한이 핵프로그램을 모두 공개하고 해체하도록 계속해서 압박해 나갈 것이다.

또 북-미 관계 정상화가 논의되고 있는데, 이는 성과를 바탕으로 할 것이다. 우리는 납북자 문제도 잊지 않을 것이다. 북한에 납북자 문제가 해결되길 바란다는 점을 명확히 하기 위해 일본과 계속 협력할 것이다.

-임기 동안 아시아 국가와의 관계에서 대표적인 업적과 아직 이루지 못한 일은 무엇인가?

=이루지 못한 일은 북한 문제다. 북핵 문제는 끝나지는 않았지만, 끝나가고 있다. 문제는 내 임기를 마치기 전에 그런 일이 일어날 수 있느냐는 것인데, 그럴 수 있다. 또 그렇게 되길 바란다. 그러나 우리가 결정권을 가진 것은 아니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그런 프로세스를 만들고, 만약 북한 지도자가 앞으로 나아가지 않으면 그에 상응하는 대가가 있다는 점을 명확히 하는 것이다. 결정은 북한 지도자가 선택해야 할 몫이다. 나는 이미 선택했다.

워싱턴/류재훈 특파원 hoonie@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평화를 위해 당당한 목소리가 필요합니다
한겨레와 함께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정치 많이 보는 기사

이준석 “대통령 당선인이 역정, 이례적”…강서·포항 공천개입 정황 1.

이준석 “대통령 당선인이 역정, 이례적”…강서·포항 공천개입 정황

이재명 1심 ‘중형’에…여야 ‘사생결단’ 대결 구도 치닫나 2.

이재명 1심 ‘중형’에…여야 ‘사생결단’ 대결 구도 치닫나

이재명 선고에 민주당 참담…“사법부는 죽었다” “명백한 정치 탄압” 3.

이재명 선고에 민주당 참담…“사법부는 죽었다” “명백한 정치 탄압”

예금자보호 1억…소액예금자가 은행 ‘도덕적 해이’까지 책임지나 4.

예금자보호 1억…소액예금자가 은행 ‘도덕적 해이’까지 책임지나

”윤 정권, 실낱같은 희망도 사라졌다” 고려·국민대 교수도 시국선언 5.

”윤 정권, 실낱같은 희망도 사라졌다” 고려·국민대 교수도 시국선언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