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 6월13일 북한의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미리 귀띔 없이 평양 순안공항에 나타나 김대중 전 대통령을 맞았다. 김 위원장은 뒤이어 김 전 대통령과 함께 승용차에 탑승해 백화원초대소까지 가는 ‘파격’을 연출했다. 김 위원장은 마지막날인 15일에도 예정에 없던 고별 오찬을 마련했고, 김 전 대통령을 환송하려고 순안공항까지 배웅했다. 이번 정상회담에서도 김 위원장의 ‘깜짝 행보’가 몇차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개성공단 동행=노무현 대통령이 4일 귀경길에 개성공단을 방문하는 것과 관련해, 김 위원장의 동행 여부가 가장 큰 관심거리 가운데 하나다. 천호선 대변인은 지난 21일 “북쪽은 참여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알려왔다”며, 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의 개성공단 동반 방문 가능성을 제쳐 놓았다.
그러나 다른 국가도 마찬가지이지만, 특히 김 위원장의 동선을 극비로 간주하는 북한 체제의 특성으로 볼 때, 김 위원장의 개성공단 동반 방문 가능성은 여전히 열려 있다.
실제 북한 호위총국(남쪽의 청와대 경호실) 소속으로 추정되는 경호요원들이 지난 9월 중순 개성공단을 다녀간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개성공업지구관리위원회 사무실과 강당, 입주기업 1곳을 둘러보고 갔다고 개성공단 입주기업 직원은 전했다. 노 대통령의 개성공단 방문에 따른 북쪽의 경호 책임 때문이라고 해석할 수도 있지만, 김 위원장의 ‘파격 동행’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려운 근거가 될 수도 있다.
■김 위원장 영접 장소는=현재 정부의 공식적인 설명은, 노 대통령이 2일 육로를 통해 차량편으로 방북하면 평양 입구에서 북쪽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이 영접을 한다는 것이다. 김영남 상임위원장은 평양 초입인 ‘조국통일 3대헌장 기념탑’에서 노 대통령을 맞을 것으로 관측된다.
김정일 위원장이 이 자리에서 직접 영접할 가능성에 대해, 정부는 “북쪽의 여러 특수성을 고려할 때 저희가 어떻다고 단언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일단 3대헌장 기념탑은 남쪽 언론에 이미 많이 노출돼, 김 위원장이 나타날 가능성이 낮아 보인다. 제2의 후보지는 평양 중심가인 김일성광장이 될 수 있다. 대규모 환영 인파가 운집된 확 트인 광장에서 김정일 위원장이 등장할 수 있다. 북쪽이 좀더 ‘극적인’ 장소를 찾는다면 개성~평양 고속도로 중간에 있는 수곡휴게소 근방의 특가(안가)도 고려할 수 있다.
정상회담 장소는?=의외의 장소에서 정상회담을 할지도 관심거리다. 2000년에는 김 위원장이 직접 김대중 전 대통령의 숙소인 백화원영빈관으로 찾아왔다. 이는 몸이 불편한 김 전 대통령을 배려한 것으로 보인다. 김일성 전 주석은 1994년 해군 출신으로 바다를 좋아하는 지미 카터 전 미국 대통령이 특사 자격으로 방북했을 때 남포갑문까지 ‘선상 회담’을 한 바 있다. 김 위원장이 바다와 요트를 좋아하는 노 대통령을 위해 ‘선상 회담’이나 ‘깜짝 선물’을 준비하고 있을 것이라는 상상도 가능해 보인다.
이용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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