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4·25 문화회관으로 바꿨나
북 2시간 전 “김정일 위원장 영접 나온다” 통보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관련한 동정은 지금 확인해줄 수 있는 것이 없다. (언제 김 위원장을 만날 수 있는지) 그런 예측도 지금 불가능하다.”
김정섭 청와대 부대변인은 2일 오전 10시 정상회담 브리핑에서 이렇게 말했다. 정부 당국은 지난 8월 정상회담 발표 이후 김 위원장의 영접 가능성에 대해 줄곧 이렇게 설명해왔다.
오전 10시20분. 하루 앞서 방북해 조국통일 3대헌장 기념탑으로 이동하려던 남쪽 공동취재단에게 환영 장소가 인민문화궁전으로 바뀌었다는 소식이 전달됐다. 5분 뒤 환영식장은 4·25 문화회관 앞 광장으로 다시 한 번 바뀌었다. 불과 몇십분 만에 환영식 장소가 두 차례나 바뀌면서 긴박감이 감돌기 시작했다. 김 위원장이 직접 영접을 나올 것이란 얘기가 나돌기 시작했지만, 북한은 사실을 확인해주지 않았다. ‘김 위원장 영접’ 소식은 환영행사 시작 1시간 전에서야 서울 프레스센터에 전해졌다. 청와대 관계자는 “북쪽이 오전 10시 조금 넘어 ‘김정일 위원장이 4·25 문화회관 앞 광장에 영접하러 나온다’고 공식 통보해 와, 평양으로 향하던 노 대통령에게 이 사실을 보고했다”고 말했다.
북한이 공식 환영식 장소를 4·25 문화회관(옛 2·8 문화회관)으로 바꾼 것은 김 위원장의 영접을 염두에 둔 조처로 보인다. 4·25문화회관은 군이 관리·운영하므로 보안 유지나 경호에 편리하다. 개선문 등 평양의 중심을 돌며 백화원 영빈관까지 가는 국빈 환영 퍼레이드 노선의 출발점이란 점도 고려했을 것으로 보인다. 김 위원장의 동선 노출을 막기 위해 3대헌장기념탑을 환영식 장소라고 발표해 그쪽으로 관심을 돌린 뒤, 내부적으로는 4.·25 문화회관 앞에서 환영행사 준비를 했다는 관측도 나온다.
환영식이 열린 4·25 문화회관은 북한 최대 공연시설이다. 석조로 건축된 건물 안에는 6000석 규모의 대극장, 1100석 규모의 소극장, 600석 규모의 영화관 등이 있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생일인 2월16일, 북한 정권 수립일 9월9일 등 주요 기념일 보고대회가 열리는 장소이기도 하다.
외국 정상들이 평양을 방문하면 순안공항에서 공식 환영행사를 한 뒤, 평양 시내에서 또다시 환영행사를 할 때도 쓰인다. 이 건물 이름 가운데 ‘4·25’는 북한군 창건일에서 따왔다. 1978년부터 고 김일성 주석이 항일유격대를 만들었다는 조선인민혁명군 창립일(1932년 4월25일)을 창군 기념일로 변경하면서 건물 이름도 바뀌었다. 권혁철 기자, 평양/공동취재단 nura@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