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서 평양까지 재구성
아침 7시 55분 전용차 탑승…9시5분 분계선 넘어
개성 76km 지나 수곡휴게소서 20여분간 정차
아침 7시 55분 전용차 탑승…9시5분 분계선 넘어
개성 76km 지나 수곡휴게소서 20여분간 정차
노무현 대통령은 2일 오전 5시에 깨어났다. 평소와 같은 시각이다. 아침식사를 한 노 대통령 내외는 정상회담을 앞두고 새로 구입한 로만손 손목시계를 찼다. 이 시계는 개성공단에서 만든 시계다. 남북경협의 상징물을 직접 착용함으로써 민족 공동번영의 의지를 나타내려는 것이다. 청와대는 이 시계를 같은 것을 9개 더 준비했다. 김정일 위원장 등 북쪽 인사들에게 줄 선물이다.
오전 7시37분 노 대통령은 청와대 본관에서 국무위원 간담회를 했다. 한덕수 국무총리가 환송 인사말씀을 하면서 대통령의 긴장을 풀어주려고 “서울은 걱정 마시라” 는 농담을 던졌다. 노 대통령과 국무위원이 함께 웃었다. 이 자리에서 노 대통령은 “역사는 단번에 열 걸음을 나가기가 어렵다”며 “나는 이번에 한 걸음 나갈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국무위원 간담회를 마치고 청와대 본관 앞에서 출발 인사말을 한 뒤 오전 7시55분께 태극기와 봉황 문양이 그려진 깃발이 달린 벤츠 에스 600 가드를 타고 청와대를 떠났다. 세종로와 강변북로, 자유로를 거쳐 통일대교에 도착했다. 노 대통령은 경의선 도로 남북출입사무소(CIQ)를 지나 청와대를 출발한 지 한 시간 만에 군사분계선(MDL)에 도착했다. 노 대통령은 오전 9시5분 분계선을 넘었다.
최승철 통전부 부부장 등의 영접을 받은 노 대통령 일행은 북쪽 남북출입사무소를 그대로 통과해 ‘교류협력의 땅’ 개성공단 부근으로 진입했다. 한반도기를 흔들며 환영하는 개성공단 근로자들을 뒤로 한 채 노 대통령은 안암굴 터널을 통과해 왕복 4차선 160㎞에 이르는 평양∼개성 고속도로를 북녘 산하를 보면서 내달렸다. 지난 여름 수해로 일부 파손됐던 개성∼평양 고속도로는 말끔히 보수돼 있었다.
노 대통령 일행은 개성에서 76㎞를 더 달려 오전 10시18분부터 황해북도 서흥군 수곡휴게소에서 20여분 동안 쉬면서 최승철 부부장 등과 환담을 했다. 노 대통령은 평양으로 오며 봤던 북쪽의 산과 숲에 대한 느낌을 말했다. “어릴 때에는 이런 산, 고향 뒷산에서 뛰놀고 소도 몰고 들어갔었다. 그러나 지금은 고향 뒷산 같은 경우도 숲이 많이 울창해져서 하늘도 안 보이니 재미가 없다. 울창한 숲이라고 다 좋은 것은 아니다. 마을 가까운 숲은 낮아야 하고, 큰 나무는 듬성듬성 있는 것이 좋다. 그래서 오면서 근린 생태 숲이란 개념을 메모하면서 왔다.” 노 대통령은 농담조로 최승철 부부장에게 “(김정일 국방위원장뿐만 아니라) 나도 현장지도 합니다”라고 말했다.
노 대통령 내외는 환담 뒤 옥류민예전시관에 들러 호랑이 그림과 백두산 천지 그림을 골랐다. 그림은 서울로 돌아갈 때 수곡휴게소에 들러 가져가기로 했다. 노 대통령은 상점에 들러 북쪽 음료수와 술 등을 보며 “남쪽에서도 북쪽의 술이 선물용으로 많이 쓰인다. 들쭉술은 나도 마셔 봤다”고 말했다.
수곡휴게소를 떠나 평양까지 86㎞를 더 달린 노 대통령은 오전 11시40분께 평양 인민문화궁전 앞에 도착했다. 청와대에서 평양까지 3시간45분이 걸렸다. 평양/공동취재단, 권혁철 기자 nur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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