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정상회담을 위한 노무현 대통령의 평양 방문 첫날인 2일 정치권은 전반적으로 평화정착의 계기를 염원하며 환영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한나라당은 정상회담의 대선 정국 이용을 우려하는 경계를 늦추지 않았다.
한나라당은 이날 노 대통령의 평양 방문과 관련해 “평화정착과 남북 교류에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면서도 “헌법 테두리 안에서 모든 협상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명박 대선후보는 이날 오후 안양 노인복지센터에서 기자들과 만나, “(남북 정상회담이) 아주 성공적으로 됐으면 좋겠다. 평화에도 기여하고 남북 화해에도 도움이 됐으면 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한나라당 원내대책회의에서 안상수 원내대표는 “(정상회담의 합의내용이) 헌법을 위반해선 안되고, 국민적 동의가 필요하다는 두 가지 원칙은 지켜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서해 엔엘엘(NLL·북방한계선) △연방제 △국민에 지나친 부담을 주는 약속 △대한민국 정체성 부정 등을 정상회담에서 양보해선 안될 사안들로 거론했다. 심재철 원내수석부대표는 이번 정상회담에 대해 “무엇을 얘기할지 모르는 희한한 회담이다. 핵이 빠진 군축 이야기가 나올 것 같다”며 “평화 모드로 대선판을 흔들려는 기도 아래 작업하는 것 같은데, 이에 대해선 철저히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박형준 대변인은 현안 브리핑에서 “노 대통령이 인사말에서 ‘금기를 두지 않을 것’이라고 얘기한 것은 우려를 낳고 있다”며 “노 대통령이 대한민국이 감당할 수 없거나 국제사회와의 공조 틀을 흔드는 무리수를 두지 않길 바란다”고 선을 그었다. 그는 또 “제1차 남북 정상회담이 ‘뜨거운 가슴’으로 일관했다면 제2차 남북 정상회담은 ‘냉철한 머리’를 통한 실사구시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한나라당이 정상회담에 대한 ‘경계’에 치중한 반면, 다른 정당들은 일단 ‘환영’에 무게중심을 뒀다. 이낙연 대통합민주신당 대변인은 한나라당 비판을 겨냥한 듯 “정상회담을 대선에 이용해서도 안되지만 대선 때문에 정상회담에 흠집을 내거나 회담의 성공을 방해해서도 안된다”며 “한나라당도 국민과 함께 정상회담 성공을 돕는 것이 당연하다”고 말했다. 유종필 민주당 대변인은 “7천만 민족의 염원을 받들어 한반도 평화정착에 큰 전기를 마련하기 바란다”고 말했고, 김형탁 민주노동당 대변인은 “정세와 상관없이 한반도의 영구적 평화체제를 위해 정상회담을 진심으로 축하하고 환영한다”고 말했다.
범여권 장외 주자인 문국현 예비후보는 △남북 정상회담 정례화 합의 △한반도 비핵화 △구체적 군축규모 논의 △환동해·환황해 경제벨트 구축 초석 마련 등 다소 구체적인 주문을 하기도 했다.
권태호 기자 h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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