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07 남북정상회담 마지막날인 4일 오후 평양 백화원 영빈관에서 열린 환송오찬에서 오찬을 마친 노무현 대통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작별의 인사를 하고 있다. -청와대 사진기자단
[10·4 공동선언] ‘북 큰폭 합의’ 배경
부시 임기안 대외관계 안정적 구축 노력
고립상황 타개·경제발전 위한 선택인듯
부시 임기안 대외관계 안정적 구축 노력
고립상황 타개·경제발전 위한 선택인듯
이번 선언은 남쪽 관점에서 보면 기대 이상이었다. 남쪽의 요구 조건이 거의 그대로 반영됐다. 북한 쪽 처지에서 보면 ‘통 큰’ 양보를 한 것이다. 가속도가 붙은 6자 회담과 병행해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남북관계에서도 ‘전략적 대결단’이란 승부수를 던진 것이 아니냐는 분석을 해 볼 수 있다. 그렇게 되면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의 임기가 끝나는 2008년은 ‘북한의 운명’을 가르는‘대전환’의 해가 될지 모른다.
김 위원장은 지난 7월3일 방북 중인 양제츠 중국 외교부장을 면담한 자리에서 “최근 한반도 정세가 일부 완화될 기미를 보이고 있다”고 언급했다. 당시 김 위원장의 발언은 영변 핵시설 폐쇄와 6자 회담 재개에 적극 협조하겠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졌다.
이어서 남쪽은 노무현 대통령과 김정일 위원장의 정상회담을 제의했고, 북쪽은 한 달 만에 전격적으로 이에 응했다. ‘한반도 정세의 완화 조짐’이 남북 정상회담을 개최할 수 있는 대외적 조건이 됐고, 한묶음으로 시간적 연속선에 놓여 있는 셈이다.
김 위원장의 전략적 결단 속엔 2008년을 ‘북한 운명의 분기점’으로 삼겠다는 의지가 읽힌다. 김 위원장은 ‘2000년의 교훈’을 반면교사 삼아 또다시 실기하지는 않겠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 부시 정권의 임기가 끝나는 2008년 안에 남북관계를 포함한 모든 대외정세를 안정적으로 구축해야겠다는 것이다. 2000년 빌 클린턴 정부와 관계 개선 노력은 시간이 지체되면서 완성 직전에 문턱에서 좌절됐다. 현재 부시 대통령은 임기내 대북 관계 개선을 언급해놓은 상황이다.
이제 김 위원장은 6자 회담과 남북 대화에서 일련의 전략적 결단을 통해 현재의 고립된 상황을 타개하고, 북한의 생존과 경제발전에 유리한 국제정치 환경을 적극적으로 만들어 나갈 것으로 예상된다. 6자 회담을 통한 북-미 관계 정상화, 남북 정상회담과 후속 회담을 통한 명실상부한 남과 북의 평화공존으로 그의 밑그림은 완성된다.
북쪽은 이번에 일반적 정상회담 합의문과 달리, 실천적인 세부 사항까지 합의하는 ‘ 성의’를 보였다. 이번 공동선언은 2000년 ‘6·15 공동선언’이 화해와 교류의 큰 방향을 추상적인 문구로 적시한 것과 대비된다. 이는 두 가지 측면에서 분석할 수 있다. 첫째는 오는 12월 대선을 거쳐 새로 들어설 남쪽 정부의 성격과 상관 없이 실행력을 담보해 놓겠다는 의도로 해석할 수 있다. 남쪽에서 대북 대결 지향적인 한나라당 쪽으로 정권교체가 되더라도 합의사항이 구체적이면, 차기 정권 또한 이행에 부담을 가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판단이다.
다음으로 2000년 이후 남북관계의 발전상을 반영한 것으로 볼 수 있다. 2000년에는 남북 정상이 처음 만났기에 세세한 합의는 무리였다. 이후 활발한 남북 대화를 통해 남북은 서로의 요구사항과 속내를 소상히 파악할 수 있었고, 구체 합의가 가능했다. 이용인 기자 yy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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