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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국방·북한

노 대통령 “점심 먹고 짐쌀 수도” 한때 북 압박

등록 2007-10-05 19:01수정 2007-11-12 11:39

김위원장 “특구 하자며 정치선전하면 못한다” 항의
‘종전 선언’ 북에서 3~4자 제안…노 대통령 수용 지시
영상으로 본 남북정상회담 2박3일

[%%TAGSTORY1%%]

김정길 체육회장의 과욕? 굴욕?

[%%TAGSTORY2%%]

“이렇게 하면 점심 먹고 그냥 짐 싸가지고 가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노무현 대통령은 3일 오전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과 벌인 첫 회담이 난항을 겪자 ‘농반진반’으로 이런 말을 툭 던졌다고 한다. 노 대통령 특유의 ‘승부사’ 기질을 발휘한 일종의 기선잡기였다. 김 위원장은 오후 회담이 시작되자 마자 “하루 더 계시다 가라”며 일정 연장 제안으로 응수했다.

‘2007 정상회담’은 반전이 거듭된 한편의 드라마였다. 국면을 뒤집기 위한 두 정상 사이 두뇌싸움도 치열했다. 진솔한 심경 토로도 공감대를 넓히는 데 한몫 했다. 숨가빴던 정상회담의 막전막후를 들여다본다.


■ 들은 걸로 합시다=첫날인 2일 오후 노 대통령은 만수대의사당에서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과 두 시간 남짓 회담했다. 이 자리에서 김 상임위원장은 이른바 ‘근본문제’를 제기하며 노 대통령을 강하게 압박했다. 이재정 통일부 장관은 “김 상임위원장은 상당히 길게 준비된 원고를 읽어 나갔는데, 중심은 남북간 근본 문제들이었다”고 말했다. 노 대통령이 10분 정도 발언한 반면, 김 위원장은 무려 1시간 가까이 원고를 읽었다. “남쪽이 민족중시 관점에 서지 않았다”고 비판하는 데도 상당 시간이 할애됐다. 참다 못한 노 대통령이 “들은 걸로 합시다”고 끊어, 갑자기 분위기가 싸늘해졌다고 한다.

김정일 위원장 “환자도 아닌데 집에서 뻗치고서 있을 필요가…”

[%%TAGSTORY3%%]

노 대통령은 4일 정상회담 대국민 보고에서 “정말 잠이 오지 않았다. 무엇 한 가지 합의할 수 있을지 눈앞이 깜깜한 느낌이었다”고 표현했다. 그러나 이 장관 등 북쪽과 회담 경험이 많은 참모들이 김 상임위원장의 경직된 발언은 국면을 장악하려는 북쪽의 회담전략인 만큼, 꼭 안 된다는 뜻은 아니라고 조언했다. 실제 김 상임위원장 발언은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지시에 따른 의도된 강경발언일 가능성이 높다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노 대통령은 “그래서 기대를 걸고 (김 위원장을) 만났다”고 말했다.

■ 짐 싸서 가야 할지도=이튿날인 3일 오전의 회담 분위기도 썰렁한 편이었다. 노 대통령의 경협 확대 제안에 김 위원장이 정면으로 반박했기 때문이다. 김 위원장은 “특구 해서 우리가 덕 본 것 없다. 남쪽이 개성공단을 개혁·개방의 성공적 사례라고 자랑하는데, 특구 하자고 해놓고 개혁·개방 같은 정치선전을 하면 우리는 못한다”고 거세게 항의했다고 한다. 노 대통령이 이날 남쪽 대표단만의 옥류관 오찬에서 “개혁·개방을 역지사지하자”고 한 것은 이 때문이다. ‘역지사지’라는 말로 진정성을 보이는 한편으로 맞불 작전도 폈다. 김 위원장의 계속된 압박에 “짐 싸가지고 가야 할지 모르겠다”고 맞받은 것이다.

실제로 노 대통령의 이런 이야기가 김 위원장 귀에 들어가면서 오후엔 분위기가 많이 누그러졌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날 오찬 연설 내용이 김정일 국방위원장에게 전달돼, 김 위원장이 노 대통령의 진정성을 인정하고 오후 회담에서는 ‘어떤 술을 좋아하시냐’며 묻는 등 회담 분위기 전향적으로 바뀌었다”고 설명했다. “오전에는 좀 힘들었는데, 오후 가니까 이게 좀 잘 풀렸다. 말이 좀 통합디다”라고 한 노 대통령의 발언이 나온 배경이다. 오전 회담에서 노 대통령이 자주와 국제협력 관계에 관해 남쪽 수반으로서의 고민과 경험에 기반한 진솔한 조언을 한 것도 주효했다.

■ 결심을 못하십니까?=3일 오후 회담을 시작하자마자 김 위원장은 “하루 더 계시다 가라”며 일정 연장을 제안했다. 여러 해석이 나왔지만, 이재정 장관은 “귀한 손님이 오면 호의로 ‘하루 더 묵고 가시죠’ 하는 그런 것으로 이해했다”고 말했다. “짐 싸서 가야 할지도 모른다”는 오전 발언에 대한 대응으로도 해석될 여지가 있다.

비가 내려 <아리랑> 공연이 되지 못할 것이라는 생각도 한 듯하다고 이 장관은 풀이했다. 직원을 불러 저녁 날씨가 어떠냐고 물은 것이 그 방증이라는 것이다. 특별수행원으로 함께 방북했던 문정인 연세대 교수도 “비가 오면 공연이 안 되고, 공연이 돼도 비 오는데 아이들 동원했다고 남쪽 언론들이 부정적으로 쓰는 걸 의식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권오규 경제부총리는 “많은 시간을 갖고 논의하자는 호의적 의견이 아니었나 하고 사후적으로 생각했다”고 말했다.

■ 군부 다그쳤다=생각이 통하자, 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은 곳곳에서 상대방의 견해를 수용하는 화끈한 면모를 보여줬다. 권오규 부총리는 “(북한) 군부가 이런저런 지시를 해도 잘 안 움직여서 해주항 같은 부분은 김 위원장이 아주 다그쳐서 결단을 내리게 됐다는 발언을 직접 했다”고 소개했다. 회담 도중 노 대통령이 ‘비핵화’ 문제를 제기하자, 김 위원장은 곧장 “김계관 부상 들어오라, 나도 북경 갔다와서 보고 못 받았는데 같이 받자”고 지시했다.

노 대통령도 북쪽이 ‘3자 또는 4자 정상회담’이란 표현을 제안하자, 수용을 지시했다. 남쪽은 ‘직접 관련 당사국’이란 안을 따로 내놓았으나, 노 대통령 지시로 ‘3자 또는 4자’안을 합의문에 넣었다. 청와대 관계자는 “노 대통령이 마지막날 서해갑문 참관에 나서기 직전 이를 지시했다”며 “직접 관련 당사국이라는 표현이 해석에 따라 남쪽 배제로 이해될 수 있다는 점도 고려한 결정”이라고 말했다.

손원제 신승근 기자 wonj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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