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 대통령, 김위원장에 부시 발언 전달하자
김 위원장 “남측이 3자든, 4자든 적극 성사시켜보라” 수용
김 위원장 “남측이 3자든, 4자든 적극 성사시켜보라” 수용
노무현 대통령과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이 3일 정상회담에서 한반도 종전선언을 위한 3자 또는 4자 정상회담을 추진하기로 합의한 것에 대해 누가 먼저 이런 제의를 했느냐를 두고 중국과 관련한 무성한 추측이 일고 있다.
회담 직후 남쪽 참석자들로부터 3자 또는 4자 회담 제의를 김 국방위원장이 먼저 제안했다는 얘기가 흘러나오자, 일부 언론들은 이를 김 위원장이 중국과 불편한 관계를 의식해 중국을 배제하려고 3자 정상회담을 제안한 것으로 풀이했다. 이어 뒤늦게 청와대 고위 관계자가 8일 노 대통령이 먼저 제안한 것이라고 밝히자, 이번엔 노 대통령이 중국을 배제하려고 이런 제의를 했다는 해석이 나왔다.
하지만 정상회담에 참석한 정부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해 보면, 노 대통령이 지난해 베트남 하노이 한-미 정상회담과 올해 오스트레일리아 시드니 한-미 정상회담에서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이 한 말을 김 국방위원장에게 전달했고, 김 위원장이 이를 수용했다는 것이다.
노 대통령은 3일 열린 남북 정상회담에서 김 국방위원장에게 부시 대통령이 하노이 정상회담에서 “나와 노 대통령,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종전협정에 서명하자”고 제안했고, 시드니 정상회담에선 중국의 참여 문제를 논의한 끝에 “중국을 포함한 4자가 종전협정에 서명하는 방안도 가능하다”고 합의했다고 상세하게 설명했다. 이를 귀담아듣던 김 국방위원장은 “좋다. 우리는 3자든 4자든 형식이 문제되지 않는다. 남측에서 3자든, 4자든 정상회담을 적극 추진해 성사시켜 보라”고 말했다고 한다.
이름을 밝히지 말라는 정부의 한 핵심 관계자는 “일부에서 김 국방위원장 또는 노 대통령 중 누가 먼저 제의했느냐를 놓고 중국 배제론을 펼치고 있으나, 이는 사실관계를 잘못 안 데 따른 것”이라며 “누가 먼저 했다고 굳이 말한다면 부시 대통령과 두 차례 정상회담에서 한 말을 노 대통령이 있는 그대로 김 국방위원장에게 전달했다는 게 진실”이라고 말했다.
권혁철 기자 nura@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