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과 김대중 전 대통령 부부가 9일 낮 청와대 현관에서 인사를 나눈 뒤 오찬장인 백악실로 향하고 있다. 박지원 전 대통령 비서실장(뒷줄 오른쪽)과 문재인 현 대통령 비서실장(뒷줄 왼쪽)도 참석했다. 청와대 사진기자단
노대통령, DJ와 오찬 ‘방북결과’ 설명
부시·푸틴 대통령과 통화
부시·푸틴 대통령과 통화
노무현 대통령은 9일 김대중 전 대통령 부부를 청와대로 초청해 점심을 함께하며 남북 정상회담 결과를 설명하고 앞으로 추진 방향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 이날 만남은 비록 남북 정상회담 설명회 형식을 띤 것이었지만, 최근 범여권이 지지멸렬한 상황에서 두 사람이 자리를 같이하는 것이어서 눈길을 끌기에 충분했다.
김 전 대통령은 이날 “우리 민족에 다행스런 일이고, 노 대통령이 재임 중에 큰 업적을 남겼다”며 정상회담 성과를 높이 평가했다. 노 대통령은 이에 “김 전 대통령이 (정상회담의) 길을 열어줘, 그 길을 이어가려 했다”고 화답했다.
두 사람은 특히 정상회담 이후 일각에서 논란을 제기한 서해북방한계선(NLL) 문제와 특구 개발 등 남북 경제협력 문제에 대한 해법에 공감했다. 노 대통령은 “서해북방한계선 문제를 평화와 경제협력 차원에서 발상을 전환해서 접근했다”고 설명하자, 김 전 대통령은 “서해평화협력 특별지대는 절묘하고 뛰어난 아이디어”라고 극찬했다.
노 대통령은 “특구 문제에 대해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이 처음엔 부정적이었다. 그래서 ‘남쪽에서도 산업단지 하나 만드는 데 10년씩 걸린다. 여러 개가 함께 가야 한다. 남쪽에서 해외 투자를 많이 하는데 북에도 (투자가) 돌아가도록 해야 한다’고 말하자, 김 위원장이 많이 이해했다. 그뒤 경협, 특구 문제가 잘 풀려갈 수 있었다”고 말했다. 김 전 대통령은 이에 “(특구는) 남북 경제 모두에 이익이 되는 방향이고, 앞으로도 그렇게 가야 한다”고 적극적인 지지의 뜻을 밝혔다.
두 사람은 노 대통령의 육로 방북과 평양 시내 모습 등을 화제로 대화를 나누기도 했다. 김 전 대통령은 특히 2000년 자신의 평양 방문을 회고하며 “내가 갔을 때는 밤에 아주 캄캄했는데, 요새는 전깃불이 많이 들어온다죠?”라며 전력사정에 관심을 표시했다. 이에 노 대통령은 “불이 조금 있는 편이었다. 특별히 켰는지 일상적인 것인지 궁금했다”고 답했고, 김 전 대통령은 “특별히 켤 힘이라도 있는 것은 조금 나아진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날 회동에서 두 사람이 12월 대선과 범여권 경선 문제 등을 놓고 의견을 나누지 않았겠냐는 관측이 제기되지만, 청와대와 동교동 쪽은 모두 “국내 정치문제는 전혀 언급되지 않았다”고 부인했다. 하지만, 범여권의 ‘양대 주주’ 라고 할 수 있는 두 사람이 남북 문제를 놓고 머리를 맡대는 모양새를 갖춘 것 자체만으로도 범여권에게 호재로 작용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한편, 노 대통령은 이날 밤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잇달아 전화 통화를 갖고, 남북 정상회담 성과를 설명했다. 부시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노 대통령이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비핵화 의지를 확인할 수 있었고, 관련 당사국 사이에 종전선언을 위한 정상회담 추진에 합의했다”고 말하자, 부시 대통령은 “회담 결과는 그동안 이뤄진 한-미 정상의 협의방향과 일치하는 것이다. 환영한다”고 답했다고 천호선 청와대 대변인이 전했다. 신승근 기자 sksh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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