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군이 연합전시증원연습(RSOI)과 을지포커스렌즈연습(UFL) 등 올해 한-미 합동군사훈련의 한국 쪽 비용 분담금을 한꺼번에 두 배로 올려줄 것을 요구한 사실이 11일 밝혀졌다. 한국군은 이를 수용하지 못해, 올해 3월과 8월 치러진 두 훈련 모두 한국군에 배당되는 워게임용 워크스테이션이 삭감되는 등 일부 파행을 겪은 것으로 드러났다.
한-미 합동군사훈련은 실제 병력 기동은 최소화한 채 워크스테이션을 통한 워게임 방식의 모의 훈련으로 이뤄진다. 따라서 워크스테이션 삭감은 실제 한국군의 훈련 참여 축소를 의미한다.
한미연합사와 합동참모본부 관계자들의 발언을 종합하면, 미군은 올초 합동연습 분담금 협상에서 올해 두 훈련의 한국군 분담금으로 지난해 낸 비용의 두 배를 요구했다. 한꺼번에 두 배 인상을 요구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한국은 미군 주둔 지원을 위한 방위비 분담금과는 별도로 1997년부터 합동연습 비용을 분담해오고 있다. 2006년 합동연습 비용은 1400만달러(128억여원) 규모로, 이 가운데 한국군은 24%인 340만달러(31억여원)를 분담했다.
미군은 “합동연습에서 한국군의 워크스테이션 등 훈련시스템 사용비율은 전체의 47%에 이르지만, 한국군의 비용 분담은 24%에 불과하다”고 인상 이유를 제시했다. 한국군이 이를 거부하자, 미군은 “한국군에 할당되는 워크스테이션을 줄일 수밖에 없다”며, 한국군용 워크스테이션을 예년보다 일부 줄여 올해 훈련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미연합사 소속 합동 모의훈련 전문가들은 “워크스테이션 감소는 직접적으로 훈련 목표 달성에 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정부는 분담금 인상을 위한 미군 쪽의 압박이 지속될 것으로 보고, 내년 분담금 예산을 올해 32억원(약 350만달러)보다 50% 가량 늘어난 47억원(약 514만달러)으로 책정하는 등 대응에 나섰다. 이렇게 되면 한국군의 분담률은 37% 가량으로 높아진다. 합참 관계자는 “전시 작전통제권이 환수되는 시점까지는 실제 사용비율만큼의 비용 분담이 이뤄지지 않겠느냐”고 내다봤다.
일부에선 한국군의 독자적인 모의 훈련 모델을 발전시키는 게 급선무라는 지적을 내놓고 있다. 한 전문가는 “전시 작통권 환수 등을 고려해도, 한국군의 독자 모델을 한-미 합동훈련에도 적용할 수 있도록 해 미군에 대한 의존도 자체를 줄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손원제 기자 wonj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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