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김영일 총리(왼쪽)가 29일 하노이에서 응웬 밍 찌엣 베트남 주석과 환담하고 있다. 하노이/조선중앙통신 연합
북 김영일 총리 동남아 4개 나라 순방 눈길
이례적 국외순방길 대부분 경제발전 현장 답사 채워
‘로동신문’은 자본주의 유입 막는 ‘모기장론’ 거듭 강조 동남아 4개국을 순방 중인 김영일 북한 내각 총리가 4박5일간 베트남 방문을 마치고 30일 두번째 방문국인 말레이시아로 떠났다. 김영일 총리의 베트남 방문 일정은 ‘개혁개방 배우기’란 무성한 분석을 낳자, 북한이 ‘자력갱생’을 강조하며 서둘러 거리두기에 나섰다.
김 총리의 4박5일 베트남 일정을 보면, 공식 환영 행사와 주요 지도자 예방 일정을 빼면 대부분 경제발전 현장 답사다. 김 총리 일행 전원은 방문 첫날인 27일 베트남 경제정책을 총괄하는 기획투자부를 방문해 베트남 경제현황과 발전전략을 듣고 비공개 토론을 벌였다. 북쪽 인사들이 외국 투자자본 유치에 큰 관심을 보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첫날 관광지로 유명한 할롱베이의 한 리조트에 투숙해 이 지역 책임자에게 할롱베이 개발과 관광객 유치를 집중적으로 질문했다. 다른 방문 지역도 물류 중심지인 하이퐁항, 석탄단지 하뚜, 호찌민 근처 공단, 하노이 농업채소연구소였다.
‘베트남 경제 참관단’ 같은 김영일 총리 일정은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이 이달 중순 평양을 방문한 농득마인 베트남 공산당 서기장에게 베트남의 개혁개방 노선을 배우겠다는 뜻을 밝힌 것과 관련 있어 보인다. 당시 농득마인 서기장을 수행한 팜자키엠 베트남 부총리 겸 외교장관은 “김정일 위원장이 마인 서기장에게 베트남의 20년 동안 도이머이(개혁개방) 정책의 성취를 매우 높이 평가했다”고 전했다. 재일조선인총연합회(총련) 기관지인 <조선신보>도 지난 29일 “조선반도(한반도) 정세가 전환적 국면을 맞이하는 가운데 조선(북한)이 벌이는 대외활동에서 주목되는 것은 고위급 외교와 경제분야의 교류협력”이라고 보도했다.
그러나 북한은 김영일 총리의 베트남 방문을 두고 ‘개방 투어’ ‘개혁개방 학습’이란 분석과 보도가 줄을 잇자, 자력갱생을 강조하며 거리두기에 나섰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 <로동신문>은 30일치 ‘자력갱생의 기치를 더 높이 들고 나가자!’는 사설에서 “우리가 자력갱생을 강조하는 것은 결코 국제경제 관계를 무시한 채 경제건설을 다그치자는 것이 아니다”라며 “세계적인 첨단기술을 자기의 것으로 만들고 그것을 적극 활용하면 그것이 자력갱생”이라고 주장했다. <로동신문>은 “자력갱생에서는 실리가 기본”이라며 21세기 자력갱생의 의미를 새롭게 규정하고 대외 경제협력 활성화의 이론적 뒷받침을 시도했다. 하지만 이 신문은 “화는 외세의존에서 오고 복은 자력갱생에서 온다”며 “앞으로 어떤 바람이 분다고 해도 우리 경제관리 분야에서 사회주의적인 것과 인연이 없는 그 어떤 사소한 요소도 발붙이지 못할 것”이라며 체제고수를 강조했다. 특히 “경제 분야는 자본주의적 요소가 발붙이기 쉬운 분야”라며 “제 힘으로 난관을 뚫고 나갈 수 있는 의지가 없으면 이색적인 비사회주의 요소가 들어오게 되고 사회주의적 물질적 기초가 흔들리게 된다”고 강조했다. 대외 경제협력을 하더라도 자본주의 사조의 유입을 막고 경제개발에 필요한 외부투자를 받겠다는 이른바 ‘모기장론’을 되풀이한 셈이다. 권혁철 기자 nura@hani.co.kr
‘로동신문’은 자본주의 유입 막는 ‘모기장론’ 거듭 강조 동남아 4개국을 순방 중인 김영일 북한 내각 총리가 4박5일간 베트남 방문을 마치고 30일 두번째 방문국인 말레이시아로 떠났다. 김영일 총리의 베트남 방문 일정은 ‘개혁개방 배우기’란 무성한 분석을 낳자, 북한이 ‘자력갱생’을 강조하며 서둘러 거리두기에 나섰다.
김영일 북한 총리 동남아 4개국 순방 일정
북한 노동당 기관지 <로동신문>은 30일치 ‘자력갱생의 기치를 더 높이 들고 나가자!’는 사설에서 “우리가 자력갱생을 강조하는 것은 결코 국제경제 관계를 무시한 채 경제건설을 다그치자는 것이 아니다”라며 “세계적인 첨단기술을 자기의 것으로 만들고 그것을 적극 활용하면 그것이 자력갱생”이라고 주장했다. <로동신문>은 “자력갱생에서는 실리가 기본”이라며 21세기 자력갱생의 의미를 새롭게 규정하고 대외 경제협력 활성화의 이론적 뒷받침을 시도했다. 하지만 이 신문은 “화는 외세의존에서 오고 복은 자력갱생에서 온다”며 “앞으로 어떤 바람이 분다고 해도 우리 경제관리 분야에서 사회주의적인 것과 인연이 없는 그 어떤 사소한 요소도 발붙이지 못할 것”이라며 체제고수를 강조했다. 특히 “경제 분야는 자본주의적 요소가 발붙이기 쉬운 분야”라며 “제 힘으로 난관을 뚫고 나갈 수 있는 의지가 없으면 이색적인 비사회주의 요소가 들어오게 되고 사회주의적 물질적 기초가 흔들리게 된다”고 강조했다. 대외 경제협력을 하더라도 자본주의 사조의 유입을 막고 경제개발에 필요한 외부투자를 받겠다는 이른바 ‘모기장론’을 되풀이한 셈이다. 권혁철 기자 nur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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