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일 평양직할시 모란봉구역 안 옥수수 국수공장 준공식에서 방북단장인 손덕헌(뒷줄 오른쪽 세번째) 금속노조 현대자동차 부지부장이 준공식을 한 뒤 방북단과 함께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뒷줄 오른쪽에서 네번째가 국수공장 지배인인 북한의 엄종철씨.
현대차 노조 북한 공장 준공식 참여…“계속 지원” 밝혀
지난 1일 오전, 평양직할시 모란봉구역 개선문 건너편의 새로 지은 2층 건물에 들어서니 국수기계가 돌아가는 소리가 손님을 맞았다.
북쪽 안내원을 따라 오른쪽으로 들어서니 한 노동자가 옥수수 가루를 기계에 넣고 다른 노동자 2명이 반죽을 하고 있었다. 곧이어 지름 20㎝ 가량의 기계 들머리에서 쉴새없이 뿜어져 나온 누런 빛깔의 얇은 국수가 4m 가량의 롤러를 따라 나오면 여성 노동자 2명이 가위로 1.5~2m 크기로 잘라 2m 높이의 막대에 내걸었다.
위생 마스크를 착용한 한 여성노동자는 “하루 8시간 일하는데 전혀 피곤하지 않습니다. 이 곳에서 만든 일부 옥수수 국수가 남쪽 노동자들한테 보내진다고 하니 더욱 보람을 느낍니다”라고 말했다.
잠시 뒤 2층 식당에선 전날 8시간 동안 막대에서 말려 물기를 없앤 뒤 이날 준공식에 맞춰 삶은 누런 빛깔의 옥수수 국수가 나왔다. 남쪽에서 먹던 일반 국수보다 냄새가 구수하고 맛도 있었다. 시식을 한 김태곤 금속노조 현대자동차지부 조직강화실장은 “이 정도의 맛이면 조합원들의 식탁에 올려도 손색이 없겠다”고 말했다.
옥수수 국수공장은 지난 6월 한-미자유무역협정 체결 저지를 위한 파업을 벌인 혐의로 구속중인 이상욱 지부장의 적극적인 제안으로 추진됐다. 대기업 노조의 사회공헌활동이 국내에만 국한될 것이 아니라 식량 부족을 겪고 있는 북녘 동포한테도 눈길을 돌려야 한다는 것이다. 실제 북쪽이 발간한 신문과 서적에선 8월 엄청난 폭우가 쏟아져 26만8천여 정보(1정보는 3000평)의 농경지가 피해를 입었다고 밝혀 식량 부족은 더 심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현 집행부는 북쪽에서 많이 생산되는 옥수수를 국수로 만드는 기계를 남쪽의 한 중소기업에서 개발했다는 얘기를 듣고 옥수수 국수공장 설립 계획을 세웠다. 이어 지난 8월 열린 임시 대의원대회에 정식 안건으로 상정해 참석 대의원들이 만장일치로 ‘노조기금 5억원으로 북쪽 옥수수 국수공장 건립’을 결의했다.
현대자동차지부는 옥수수 국수기계 등 국수공장에 필요한 각종 설비, 건축자재, 옥수수 국수공장 노동자들의 출·퇴근용 25인승 버스, 옥수수 국수 운반용 8t 트럭 및 지게차 1대 등 지원 차량 3대를 지난달 북쪽 남포항을 통해 보냈다. 이어 노조 각 공장 대표 등 15명의 방북단을 꾸려 이날 준공식에 참석했다.
노조에서 보낸 월 60t 생산능력의 옥수수 국수기계는 우리겨레하나되기 울산운동본부에서 2005년 걷은 시민 성금 1억원과 북쪽에서 터를 제공해 지은 연건축면적 600여평 규모의 2층 건물 가운데 1층 40여평에 들어섰다. 딱딱한 옥수수를 가루로 만드는 분쇄기 등은 현재 별도의 장소에서 짓고 있는 160평 규모의 창고에서 앞으로 가동할 예정이다.
옥수수 국수기계는 모두 2대인데 월 40t 생산능력의 1대는 울산시가 3억원을 지원해 9월부터 시험가동 중이다. 이로써 다음달 20일부터 옥수수 국수공장이 본격 가동되면 월 100t의 옥수수 국수 생산이 가능해진다. 이는 50만명이 먹을 수 있는 양이다. 여기에 우리겨레하나되기 울산운동본부에서 기증해 국수공장 1층 왼쪽 40여평에서 2006년부터 가동중인 일반국수기계 1대에서 생산되고 있는 월 40t을 합치면 평양직할시 인구 200여만명 가운데 70만명(35%)이 국수를 먹을 수 있다.
노조는 옥수수 국수의 원재료인 옥수수가 북에서 많이 생산되기 때문에 옥수수 국수공장이 북의 식량 부족 해결에 상당한 도움을 줄 것으로 내다보고 있지만 안정적인 공장 가동과 함께 더 많은 북녘 동포들이 국수를 먹을 수 있도록 지속적인 지원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먼저 옥수수 국수를 다달이 2번씩 울산·전주·아산 등 전국 사업장의 식탁에 올려 여기에서 발생한 수익금으로 옥수수를 사 북으로 다시 보낼 계획이다. 이를 위해 이번 준공식을 마치고 돌아오면서 가져온 옥수수 국수 15상자를 노조 대의원 등을 대상으로 시식회를 연 뒤 회사 쪽에 ‘식단 매뉴로 포함시켜 달라’고 협조를 요청할 방침이다. 또 북의 국수공장 건물 가운데 비어있는 공간에 라면·만두기계를 설치하는 방안도 모색하고 있다. 이렇게 되면 국수공장이 식량이 부족한 북녘 주민들을 돕는 새로운 식량지원 창고로 변모할 것으로 보인다.
시식에 앞서 열린 준공식에서 옥수수 국수공장 준공식 방북단장인 손덕헌(42) 현대자동차지부 부지부장은 “옥수수 국수공장이 북쪽 동포들한테 도움이 되길 바란다”며 “일회성 사업이 아니라 지속적으로 지원활동을 펴겠다”고 약속했다.
북한의 국수공장 지배인 엄종철씨도 “통일의 의지를 담은 남쪽 노동자들의 따뜻한 마음을 잊지 않겠으며 전체 종업원을 대표해서 감사한 마음을 전해드린다”며 “통일사업이 지속적으로 이뤄져 좋은 성과가 나타났으면 좋겠다”고 노조의 지속적인 지원을 희망했다.
평양/글·사진 김광수 기자 kskim@hani.co.kr
평양 모란봉구역 옥수수 국수기계에서 나오는 국수를 북쪽 여성 노동자가 말리기 위해 일정한 크기로 자르고 있다. 자른 국수는 8시간 동안 막대에서 말린 뒤 포장을 해 북의 주민들한테 보급된다. 김광수 기자 kskim@hani.co.kr
옥수수 국수공장 2층 식당에서 방북단 일행이 준공식이 끝난 뒤 옥수수 국수를 먹고 있다. 시식을 해 본 일행들은 “맛이 라면처럼 쫄깃하고 구수하다”고 평가했다. 김광수 기자 kskim@hani.co.kr
현대자동차지부는 옥수수 국수기계 등 국수공장에 필요한 각종 설비, 건축자재, 옥수수 국수공장 노동자들의 출·퇴근용 25인승 버스, 옥수수 국수 운반용 8t 트럭 및 지게차 1대 등 지원 차량 3대를 지난달 북쪽 남포항을 통해 보냈다. 이어 노조 각 공장 대표 등 15명의 방북단을 꾸려 이날 준공식에 참석했다.
옥수수 국수기계가 있는 1층 맞은편엔 2005년 우리겨레하나되기 울산운동본부가 시민 성금 1억원으로 마련한 일반 국수기계가 힘차게 돌아가고 있었다. 북의 여성노동자들이 ‘모란봉 국수공장’이라고 상표가 적힌 포장지에 국수를 넣고 있다. 김광수 기자 kskim@hani.co.kr
옥수수 국수공장 앞의 개선문. 1945년 김일성 전 주석이 해방 직전 평양에 입성한 것을 기념해 만들었다고 한다. 김광수 기자 ks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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