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부산 국제심포’ 온 한반도 전문가 베이징대 진징이 교수
‘한겨레-부산 국제심포’ 온 한반도 전문가 베이징대 진징이 교수
“한반도와 동북아에 평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미국 대북정책의 변화가 이를 촉발했다. 미국의 변화를 불러온 심층적 요인은 동북아의 역학 변화다.”
진징이(54) 중국 베이징대 교수는 ‘미국이 왜 변했는가’를 제대로 보면 한반도와 동북아의 평화체제 형성이 돌이킬 수 없는 흐름임을 알 수 있다고 말했다. 베이징대 조선문화연구소장을 맡고 있는 진 교수는 13~14일 부산에서 열린 제3회 한겨레-부산 국제심포지엄 참석을 위해 방한했다. 조선족 출신으로 옌볜대학 정치학과를 졸업하고 베이징대에서 정치학 박사를 받은 대표적인 한반도 전문가다.
그는 공화당의 중간선거 패배와 이라크전이 조지 부시 행정부의 대북정책 변화를 촉발했다는 분석만으로는 현실을 다 포착하기 어렵다고 했다. “그것도 있지만, 더 본질적 요인은 과거와 달리 미국이 동북아 구도를 좌지우지할 수 있는 단계가 아니라는 점이다. 중국의 역량이 커졌고, 한국도 성장했다.” 동북아의 여러 나라들이 북한과 대화를 원하는 상황에서, 미국이 계속해서 일방적인 대북 강경책을 펼 수는 없었으리라는 지적이다. 그는 “6자회담도 처음엔 미국이 주변국들과 함께 대북 압박을 펼치기 위해 만들어진 측면이 있지만, 실제 진행 과정에선 오히려 미국이 전체 결정에 따라가게 되는 구도가 형성됐다”고 설명했다.
그런 만큼 “중국은 6자회담이 동북아 안보협력체제로 발전하는 것을 지지하고 함께 노력한다는 입장”이라고 그는 말했다. 그는 중국이 6자회담의 발전을 통해 미·일동맹과 한·미동맹을 와해하려는 것 아니냐는 일부 시각에 대해선 “중국이 흔들려고 해서 흔들리겠느냐”며 일축했다. 그러면서도 “다자안보의 틀이 짜여지면, 자연스럽게 기존 동맹 구도에도 변화가 생길 수는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남북이 한반도와 동북아 평화체제 구축 과정에서 주도적 역할을 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했다는 점이 ‘2007 남북정상회담’의 가장 큰 의미라고 평가했다. 그는 또 중국은 남북의 그런 노력을 지지할 것이라며 “중국은 동북아의 평화와 안정을 최우선으로 고려하면서 그를 위한 모든 역할을 다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남북관계의 진전이 빠른 통일로 이어질 경우 중국에 불안요인이 될 것이라는 우려가 있지 않느냐”는 질문엔 “통일도 한반도 자체가 결정하고 해결할 문제인 만큼, 중국이 관여할 문제가 아니다”라고 했다.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 과정에 중국이 결코 빠져선 안된다는 점도 강조했다. ‘3자, 또는 4자 정상선언’이 중국 배제 논란을 빚은 것과 관련해, 그는 “13일 노 대통령이 심포지엄 기조발언에서 4자 정상선언으로 깨끗하게 정리했다”며 “명확한 문제를 복잡하게 만들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부산/손원제 기자 wonj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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