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성 육로 관광이 시작된 5일 오후 남쪽 관광객들이 송도삼절의 하나인 박연폭포를 구경하고 있다. 개성 육로 관광은 1998년 금강산 관광을 시작한 지 9년 만에 개시됐다. 개성/사진공동취재단
실향민 등 332명 태운 버스 2시간30분만에 개성 도착
점심은 전통식 ‘13첩 반상’ 북 주민들 모습도 볼거리
점심은 전통식 ‘13첩 반상’ 북 주민들 모습도 볼거리
[개성 육로관광 첫날]
“가까우면서도 먼 곳에서 오셨다!”
개성 박연폭포 위쪽 관음사의 주지 청맥 스님이 5일 오전 남쪽 관광객들에게 반갑게 건넨 인사말이다.
당일 개성 관광이 5일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2005년 8~9월 시범관광을 세 차례 한 뒤 2년3개월 만이다. ‘고려 오백년 도읍지’ 개성은 서울 북쪽 80km에 있다. 하지만 한국전쟁 때인 51년 6월 경의선이 끊긴 뒤 서울과 개성을 다시 오가는 데 56년이 걸릴 정도로 심리적 거리는 멀었다. 이날 아침 6시께 서울 광화문 근처에서 첫 개성 관광객 332명을 태우고 출발한 버스는 약 두 시간 반 뒤인 오전 8시30분께 개성에 도착했다.
개성공단을 거쳐 시내에 들어서니 차창 밖으로 남새 상점, 이발관, 책방 등 개성 시내 거리 모습이 보였다. 낡고 허름하지만 잘 정비된 도로와 건물들, 가끔 거리를 걷거나 자전거를 타고 바쁘게 지나가는 사람들도 보였다. 개성은 주요 관광지인 고려박물관·선죽교·숭양서원 등이 시가지 안에 몰려 있어 관광객들이 자연스럽게 주민들의 삶을 지켜 볼 수 있다. 현대아산 관계자는 “개성은 한반도의 과거(고려유적), 현재(북쪽 모습), 미래(개성공단)를 한꺼번에 담고 있는 특색 있는 지역”이라고 설명했다.
오전에 관광객들은 황진이·서경덕과 함께 송도삼절의 하나인 박연폭포를 둘러봤다. 박연폭포는 금강산 구룡폭포, 설악산 대승폭포와 함께 조선 삼대 폭포로 손꼽혔다. 박연폭포는 높이 37m, 너비 1.로 천마산과 성거산 사이의 험준한 골짜기로 흘러내리며 깎아지른 듯한 벼랑과 병풍처럼 둘러선 절벽에 안겨 있다.
관광객들은 점심은 북쪽 식당인 통일관에서 개성전통 음식인 십삼첩 반상기를 먹었다. 오후엔 정몽주와 관련된 숭양서원과 선죽교에 들렀다. 선죽교는 너비 2.54m, 길이 6.67m의 돌다리로 고려 충신 정몽주가 피습당한 곳이다. 개성이 고향인 관광객 유원목(72)씨는 “어릴 때 선죽교 난간에서 친구들과 뛰어놀기도 했던 추억이 생각난다. 더 늦기 전에 고향 모습을 보고 싶어 왔다”며 “1·4후퇴 때 고향을 떠났는데 너무 많이 바뀌었다”고 말했다.
관광객들은 마지막으로 고려시대 최고 교육기관인 국자감의 후신인 성균관 건물에 세워진 고려박물관을 둘러보고 저녁 6시께 남쪽으로 돌아왔다. 윤만준 현대아산 사장은 “개성 관광객 규모는 하루 300명씩 연간 10만명 가량을 예상한다”며 “당일 관광에 치중하되 관광객 증가 추세 등을 고려해 숙박 프로그램 신설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개성/권혁철 기자 nur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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