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정부 대북정책 일단 관망
북쪽이 남쪽의 대통령 선거가 끝난 지 닷새째인 24일까지 이례적으로 침묵을 유지하고 있다. 지금까지 북쪽은 대선 2~3일 뒤 당락을 중심으로 첫 보도를 하고, 선거에 대한 간략한 입장을 밝혀왔다.
2002년 12월 제16대 대통령 선거 때 북쪽의 <중앙방송> <평양방송>은 선거(12월19일) 이틀 뒤인 12월21일 노무현 당선자의 이름과 소속 당 이름을 밝히고, 남북관계 진전에 대한 기대감을 나타냈다. 97년 12월 제15대 대통령 선거 때는 선거(12월18일) 사흘 뒤인 12월21일 김대중 당선자의 이름과 소속 당 이름은 빼고 정권교체가 이뤄졌다고만 보도했다. 김영삼 후보가 당선된 92년 대선 때는 노골적인 적대감을 드러냈다. 북쪽은 92년 대선(12월18일) 사흘 뒤인 12월21일 <로동신문> 논평을 통해 당선자가 ‘민자당 후보 김영삼’임을 밝히고, 선거 결과가 ‘미국의 조종에 의한 것’이며 새 정권은 ‘6공의 연장’이라고 비난했다.
올 대선에서 북쪽 방송들은 투표 직전인 지난 18·19일까지 이회창 무소속 후보를 ‘매국 역적’ 등으로 거칠게 비난했다. 지난 11월7일 이회창 후보의 출마 선언 뒤에는 이명박 후보에 대한 비판을 중단했다. 남북 장관급회담 북쪽 단장인 권호웅 내각 책임참사는 지난 21일 개성에서 열린 남북 경제협력협의사무소 준공식에서 대선 결과와 관련해 “남북 협력의 대세야 바꿀 수 있겠냐”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북쪽이 10년 만의 남쪽의 정권 교체 뒤에도 남북 관계의 큰 틀이 유지되기를 희망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북쪽은 일단 새 정부의 대북정책이 구체적으로 드러날 때까지 당분간 상황을 관망할 것으로 보인다. 북쪽은 김영삼 전 대통령 당선 이후에도 한동안 거명 비난을 자제하다가, 김 전 대통령이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핵을 가지고 있는 상대와는 결코 악수할 수 없다”고 선언하자 격렬한 비난 쪽으로 돌아섰다. 전문가들은 북쪽이 당 기관지 <로동신문> 등 3개 신문에 싣는 신년공동사설을 통해 남북 관계에 대한 기본 입장을 밝힐 것으로 내다봤다.
권혁철 기자 nur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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