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전문가 성향별 전망
미 한반도 전문가 11인에게 듣는다
2007년 북핵 문제는 큰 전환을 맞았다. 조지 부시 미국 행정부의 대북 대화 자세로 2·13합의, 10·3공동성명 등 북핵 폐기와 북-미 관계정상화로 가는 구체적 이정표가 마련됐다. 그러나 북핵 신고가 연말 시한을 넘기는 등 합의 이행은 여전히 안갯속이다. 엄격한 상호주의를 강조하는 한국의 새 정부 출범과 연말 미국 대선은 한반도 정세의 불투명성을 한결 짙게 한다.
지난해 대선 직후 미국 내 한반도 전문가들을 대상으로 벌인 설문조사를 바탕으로 2008년 한반도 정세와 한-미 관계를 전망해본다.
남북 탐색기 불가피…미 대선 결과 따라 큰 진폭
북핵 해결과정서 새 한국정부 역할 크지 않을 것
‘전작권 이양 재검토’는 미국 행정부가 고려 안해
미국의 한반도 전문가들은 올해 한반도 정세에 대해 대체로 낙관적인 견해를 보였다. 이들은 북핵 문제가 결정적 국면에 직면했으며, 북한 지도부의 결단이 국면 타개의 관건이라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 이들은 북한의 결단 가능성을 회의적으로 보면서도, 한반도 상황이 군사적 긴장 악화로 치닫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 북핵 신고=피터 벡 북한인권위 사무총장은 “북한이 핵 신고를 늦추겠지만, 6자회담을 파탄내지는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브루스 클링너 헤리티지재단 선임연구원은 “북한이 최소한의 신고로 6자회담을 지연시키겠지만, 외교 성과에 목말라하는 부시 행정부가 완전한 신고를 압박하지 않고, 이런 행동을 협상 계속을 위한 충분한 진전으로 받아들일 것”이라고 말했다. 스콧 스나이더 아시아재단 선임연구원은 “신고가 지나치게 지연되고 북-미의 이견이 크면, 부시 행정부가 강경파들의 압력을 받아 북-미 긴장이 높아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존 페퍼 국제관계센터 세계문제프로그램 국장은 “신고에서도 방코델타아시아(BDA) 문제처럼 타협점을 발견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 부시 임기 내 북핵 해결=가능성이 희박하다는 게 일치된 견해다.
스나이더 선임연구원은 “북한은 미 대선을 지켜보며 전략적 결정을 내리지 않고 있다”며 “관련국들이 더욱 협력해 비핵화 외에 대안이 없다고 북한을 설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래리 닉쉬 의회조사국 아시아담당관은 “연말 시한을 넘겼지만 2단계 조처의 이행 가능성은 상당히 남아 있고 북-미 핵 합의도 가능하다”면서도 북핵 문제의 완전한 해결은 어려울 것으로 전망했다. 대니얼 핑크스톤 국제위기기감시기구 동북아소장은 순로롭게 합의가 이행되더라도 몇년이 걸릴 문제라며, 이후에도 미사일·화학무기·인권 등 난제가 산적해 있다고 지적했다.
북핵 문제의 불확실성에도 불구하고 한반도에서 군사적 긴장이 악화할 가능성은 낮다는 게 대체적 전망이다. 샐리그 해리슨 국제정책연구센터 선임연구원은 2000년 남북정상회담 이후 한반도의 안정화를, 닉쉬 담당관은 북한의 재래식 전력 약화를 그 이유로 들었다.
■ 이명박 정부의 등장=전문가들은 남북에서 몇주 또는 몇개월의 탐색기가 불가피할 것으로 지적했다.
고든 플레이크 맨스필드재단 사무총장은 “이명박 정부의 새 대북정책은 몇주 간의 재평가를 거쳐 나올 북한의 태도에 달려 있다”며 “그러나 북한이 남한의 변화 기류에 적응할 수 있을지는 회의적”이라고 말했다. 스나이더 선임연구원은 “(이 당선자의) ‘비핵·개방 3000’ 구상은 남북정상회담 합의를 넘어선 대규모 대북지원 방안”이라며 “북한이 체제전환을 요구하는 위협으로 보고 조건들을 거부한다면 대규모 대북지원은 불가능할 것”으로 내다봤다. 클링너 선임연구원은 “상호주의를 요구하는 이명박 정부의 정책으로 북한이 한국과 미국 사이를 이간하기 어렵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벡 사무총장은“이명박 정부가 상호주의나 인권 문제를 아주 엄격하게 요구하지는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해리슨 선임연구원은 “이명박 정부의 대북정책은 연말 미 대선에서 민주·공화 가운데 어느 당이 이기느냐에 좌우될 것”이라며 “남북 긴장이 다시 고조돼 남한의 대북지원이 줄어들게 되면 북한의 대 중국 의존이 커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북핵 해결 과정에서 새 한국 정부의 역할은 제한적이란 게 일치된 견해다. 에반스 리비어 코리아소사이어티 회장은 “이명박 정부 또한 남북 관계의 독특한 동력에 민감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결국 북핵 해결의 속도와 범위는 북한 지도부의 판단과 의지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 한-미 관계=친미보수적인 이명박 후보의 당선 이후 동맹강화와 대북공조에 대한 워싱턴 쪽의 기대감이 높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그렇지만 이 당선자의 공약이었던 전시작전권 이양 재검토에 대해선 부정적 반응 일색이다. 미 행정부엔 확정된 결정에 대해 재협상하겠다는 의지가 없으며, “체면을 세워주는 논의”(플레이크)나 “안심시키기 위한 정치적 보장”(스나이더)은 있을 수 있다는 것이다. 페퍼 국장은 “정치적 자산을 낭비하는 짓”이라고 비판했고, 클링너 선임연구원은 “전작권 이양의 부정적 측면은 앞으로 몇년 동안 양국의 세심한 조율로 완화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노무현 정부가 ‘경제동맹’ 차원에서 추진한 한-미 자유무역협정의 미 의회 비준은 미국 내 보호주의 기류로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견해가 다수다. 이들은 차기 미 행정부 출범 1~2년 뒤에야 비준이 가능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들은 자유무역협정이 군사동맹을 강화시켜주는 경제동맹이라는 데는 동의하지 않았다. “경제통합의 심화를 통한 경제적 상호 의존의 증대”(스나이더)에 지나지 않는다거나, “동맹은 경제가 아니라 안보적 고려에 기초한다”(페퍼)고 지적했다.
워싱턴/류재훈 특파원 hoonie@hani.co.kr
“동북아를 분쟁지역서 평화지역으로”
이명박 당선인에 바란다 미국내 한반도 전문가들의 이명박 대통령 당선자에게 거는 기대는 국내적인 사안에서 국제적인 것까지 다양했다. 스콧 스나이더 아시아재단 선임연구원은 “대선에서 압승한 이명박 당선인은 한국내의 이념적 분열을 극복하고 사회·경제·정치적 발전을 진작시켜 나갈 실용주의적 중도를 대변한다”며 “정책을 통해 이런 과업을 달성하고 한국민들을 단합을 이룰 수 있다면 한국의 국제사회 기여 능력을 강화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대니얼 핑크스톤 국제위기감시기구 동북아소장은 총리와 내각 임명에서 파당적 대립을 치유할 수 있는 폭넓은 지지를 받는 인물을 인선할 것을 권했다. 고든 플레이크 맨스필드재단 사무총장은 불편한 한일관계 속에 한미동맹의 강화를 기대할 수 없다며 한·미·일 3국간 대화채널을 복원할 것과, 한미관계의 심화를 위해 정부차원의 협의의 범위와 심도, 빈도를 늘리고 특히 양국 관리들간의 개인적 친분을 다져나갈 것을 강조했다. 피터 벡 북한인권위 사무총장은 북한에 대한 당근과 채찍의 올바른 균형을 맞추기는 쉽지 않다며 대북관계에서 각별한 노력을 주문했다. 존 페퍼 국제관계센터 세계문제프로그램 국장은 “한국은 동북아를 분쟁지역에서 평화지역으로 변모시킬 기회를 맞고 있다”며 “이 당선인이 대타협을 통해 일본과의 현안을 협상하면 일본도 이와 병행해서 북한과의 갈등을 해소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에반스 리비어 코리아소사이어티 회장은 한미 양국관계 강화와 양국협력 증진 방안에 대해 미국내 전문가들에게도 귀기울일 것을 권했다. 워싱턴/류재훈 특파원 hoonie@hani.co.kr
북핵 해결과정서 새 한국정부 역할 크지 않을 것
‘전작권 이양 재검토’는 미국 행정부가 고려 안해
왼쪽부터 / 고든 플레이크(맨스필드재단 사무총장), 스티브 린튼(유진벨재단 회장), 셀리그 해리슨(국제정책연구센터 선임연구원), 피터 벡(북한인권위 사무총장), 스콧 스나이더(아시아재단 선임연구원)
왼쪽부터 / 브루스 클링너(헤리티지재단 선임연구원), 마크 모어(윌슨센터 아시아프로그램 담당자), 래리 니시(의회조사국 아시아담당관), 대니얼 핑크스톤(국제위기기감시기구 동북아소장), 에반스 리비어(코리아소사이어티 회장), 존 페퍼(국제관계센터 세계문제프로그램 국장)
“동북아를 분쟁지역서 평화지역으로”
이명박 당선인에 바란다 미국내 한반도 전문가들의 이명박 대통령 당선자에게 거는 기대는 국내적인 사안에서 국제적인 것까지 다양했다. 스콧 스나이더 아시아재단 선임연구원은 “대선에서 압승한 이명박 당선인은 한국내의 이념적 분열을 극복하고 사회·경제·정치적 발전을 진작시켜 나갈 실용주의적 중도를 대변한다”며 “정책을 통해 이런 과업을 달성하고 한국민들을 단합을 이룰 수 있다면 한국의 국제사회 기여 능력을 강화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대니얼 핑크스톤 국제위기감시기구 동북아소장은 총리와 내각 임명에서 파당적 대립을 치유할 수 있는 폭넓은 지지를 받는 인물을 인선할 것을 권했다. 고든 플레이크 맨스필드재단 사무총장은 불편한 한일관계 속에 한미동맹의 강화를 기대할 수 없다며 한·미·일 3국간 대화채널을 복원할 것과, 한미관계의 심화를 위해 정부차원의 협의의 범위와 심도, 빈도를 늘리고 특히 양국 관리들간의 개인적 친분을 다져나갈 것을 강조했다. 피터 벡 북한인권위 사무총장은 북한에 대한 당근과 채찍의 올바른 균형을 맞추기는 쉽지 않다며 대북관계에서 각별한 노력을 주문했다. 존 페퍼 국제관계센터 세계문제프로그램 국장은 “한국은 동북아를 분쟁지역에서 평화지역으로 변모시킬 기회를 맞고 있다”며 “이 당선인이 대타협을 통해 일본과의 현안을 협상하면 일본도 이와 병행해서 북한과의 갈등을 해소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에반스 리비어 코리아소사이어티 회장은 한미 양국관계 강화와 양국협력 증진 방안에 대해 미국내 전문가들에게도 귀기울일 것을 권했다. 워싱턴/류재훈 특파원 hooni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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