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 이후 단둥서 수출길 막혀
“지원안되면 탈북 늘수도” 우려
“지원안되면 탈북 늘수도” 우려
중국 정부가 가파르게 치솟고 있는 국내 식량가격을 안정시키기 위해 쌀과 옥수수·콩·밀 등 주요 곡물의 수출을 통제하면서 중국을 통한 대북 식량 지원에 비상이 걸렸다.
북한과 국경을 접한 랴오닝성 단둥에선 올 들어 대북 식량 수출이 전면 중단됐다. 식량을 실은 열차가 하루 평균 20량(1200t) 국경을 넘었으나, 1일 이후 수출 허가가 나오지 않아 완전히 발이 묶였다. 단둥의 한 대북 식량 지원 관계자는 4일 “밀가루를 실은 열차를 아직까지 북한으로 보내지 못하고 있다”며 “관련 당국에 수출 허가를 신청했지만 언제 나올지 몰라 답답하다”고 말했다.
중국 상무부는 지난 1일 쌀과 밀·옥수수·콩 등 주요 곡물에 품목별로 5~25%의 수출관세를 물리는 긴급조처를 발표했다. 밀가루 등 분말제품에 대해선 수출량을 할당하는 조처를 취했다. 국내 식량가격을 안정시키기 위해 곡물 수출길을 틀어막은 것이다. 중국 정부는 앞서 지난해 12월20일 이들 곡물에 대해 수출액의 13%를 환급해주던 세제 혜택을 전격 폐지했다.
이에 따라 단둥에선 지난 연말부터 북한으로 들어갈 곡물이 단 한 톨도 압록강을 넘지 못하고 있다. 관세를 물고 곡물을 보내려 해도 수출 허가가 중단된 상태다. 10년 가까이 대북 식량 지원에 참여한 한 관계자는 “밀과 옥수수의 경우 수출관세 부과로 t당 600위안(7만3천원) 정도 값이 뛰었다”며 “그렇게라도 값을 쳐서 곡물을 구했지만 수출 허가를 받지 못해 옴짝달싹도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단둥은 북한으로 들어가는 식량의 80~90%가 거쳐가는 길목이다. 이 때문에 단둥의 곡물 수출길이 장기간 막힐 경우, 북한의 식량 사정이 급속도로 나빠질 것으로 우려된다. 단둥의 대북 식량 지원 관계자는 “지금부터 봄까진 춘궁기여서 북한의 식량 수요가 많을 때”라며 “외부로부터의 식량 공급이 차단되면 북한 주민들로선 밀무역이나 탈북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중국의 곡물 수출 통제는 앞으로도 더욱 강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은 지난해 곡물값 등이 치솟으면서 소비자물가지수가 4.7% 가량 상승했다. 11월엔 6.9%까지 뛰어올라 11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더욱이 국제유가가 배럴당 100달러에 이른 상황이어서 중국의 인플레이션 압력이 높아가고 있다. 대북 식량 지원 관계자는 “중국의 물가 통제가 강화될수록 북한의 식량 사정이 나빠질 것”이라고 말했다.
베이징/유강문 특파원 mo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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