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6년 9월 북한 수해 구호품을 실은 트럭이 중국 단둥의 중조우호교(조중우호교)를 건너고 있다. 단둥/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식량열차 압록강앞 ‘멈춤’
“허가나도 높은관세 예상”
중 통제 다음달까지 갈듯
“허가나도 높은관세 예상”
중 통제 다음달까지 갈듯
지난 4일 저녁 밀가루 480t을 실은 화물열차 8량이 선양역에 들어섰다. 한국의 대북 지원 단체가 주문한 이 밀가루는 이날 밤 단둥역을 거쳐 압록강을 건널 예정이었다. 그러나 중국 정부가 1일 갑자기 밀가루 등에 대해 수출할당제를 실시하면서 발이 꽁꽁 묶였다. 수출 허가를 받지 못한 이 밀가루는 결국 생산공장이 있는 안후이성으로 되돌려 보내졌다.
새해 들어 곡물 수출길이 꽉 막힌 단둥역은 예전의 시끌벅적함을 잃었다. 줄을 지어 압록강 철교를 넘던 식량열차의 굉음도 사라졌다. 하루 평균 20량 가량의 식량열차가 북한으로 갔으나, 6일까지 단 한 톨의 쌀도 국경을 넘지 못했다. 식량열차 1량에 60t 정도의 곡물이 실린다는 점을 고려하면, 7200t 정도의 식량이 북한에 공급되지 못한 셈이다.
북한행 식량을 주문했던 이들은 대혼란에 빠졌다. 곡물 선정에서 구매· 운송까지 탈없이 진행되던 수출 절차가 마지막 통관 단계에서 느닷없이 벽에 부닥쳤기 때문이다. 북한으로 가는 각종 물품의 통관 업무를 대행하는 중국인 왕런은 “계약이 마무리되는 단계에서 예상치 못한 차질이 생겨 일을 수습하기도 힘들다”며 한숨을 쉬었다.
대북 식량 지원을 대행하던 이들은 그야말로 진퇴양난이다. 곡물값 13%에 이르던 수출 혜택 폐지와 품목별 최고 25%에 이르는 관세 부담은 물론, 계약 불이행에 따른 책임까지 추궁당하는 실정이다. 한 관계자는 “수출 허가가 나오지 않는 상황에선 곡물을 보낼 방도가 없다”며 “한국 쪽에 이런 ‘불가항력적인 사정’을 설명하느라 곤욕을 치르고 있다”고 말했다.
단둥시는 현재까지 곡물 수출을 전혀 허가하지 않고 있다. 수출 허가를 신청해도 중앙의 비준을 받아야 한다며 확답을 미루고 있다. 수출 허가가 나오려면 적어도 한 달은 걸릴 것이라는 흉흉한 소문까지 돌고 있다. 후난성과 후베이성, 산시성, 랴오닝성 등의 밀가루 공장들은 이번 조처로 수출에 따른 이점이 사실상 사라지자 내수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중국의 곡물 수출 통제가 언제까지 계속될 것인지에 대해선 의견이 분분하다. 일부에선 쌀·옥수수·콩·밀가루 등의 수요가 많은 다음달 춘절(설) 연휴까진 수출 통제가 계속될 것으로 보고, 대북 식량지원을 사실상 중단한 상태다. 단둥시 대외무역경제합작국 간부는 “중국의 곡물값 상승이 물가를 밀어올리고 있다”며 “곡물 수출 허가를 받더라도 높은 관세를 물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이 북한의 식량 사정을 고려한다고 하더라도 단둥의 곡물 수출길이 단기간에 풀리기는 힘들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단둥/유강문 특파원 mo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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