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26일 1박2일 일정으로…의제 사전조율
북한의 김양건 통일전선부장이 지난해 10월 2~4일 평양에서 열린 남북정상회담을 일주일 남짓 앞둔 9월26일 1박2일 일정으로 서울을 극비 방문했던 것으로 10일 알려졌다.
김 부장의 서울 극비 방문은 김만복 국가정보원장이 9월15~16일 정상회담 의제 협의차 평양을 극비 방문한 데 대한 답방 형식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김양건 통전부장은 서울 방문 때 노무현 대통령을 예방하고, 정상회담 의제를 협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천호선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남북정상회담의 성공적 개최를 위해 남북정보기관 관계자의 접촉과 협의가 있었던 것으로 안다”며 “내용에 대해선 일일이 확인하지 않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국가정보원은 최근 이런 내용을 대통령직 인수위에 비공개 보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인수위 핵심 관계자는 “국정원 보고에 김 부장 서울 방문 등은 없었다”고 부인했다.
인수위는 이와 함께 김만복 국정원장이 대선 전날인 지난해 12월18일 방북해 김양건 통전부장과 나눈 대화록을 국정원으로부터 보고받았다고 밝혔다. 대화록 내용을 보면, 김 원장은 김 부장과 만나 “한나라당의 대북정책도 화해협력기조에서 큰 변화가 없을 것”이라며 “오히려 남한 내 보수층을 잘 설득할 수 있어 현 정부보다 더욱 과감한 대북정책을 추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김 부장은 김 원장이 국정원장 자리를 지킬지에 관심을 보였으며, 김 원장은 새 정부가 들어서면 국정원장이 곧바로 교체되는 것이 남쪽 사회의 기본질서라고 설명한 것으로 돼 있다. 김 부장은 “남북회담이 지금처럼 많은 적이 없었는데 남북관계가 유지되었으면 한다”는 희망도 밝혔다.
인수위는 이날 비밀로 규정된 이 대화록이 일부 언론에 유출된 것과 관련해, 국정원에 보안감사를 요청했다고 밝혔다.
손원제 이제훈 기자 wonj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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