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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국방·북한

북핵문제 ‘교착’ 원인은 ‘북-미 소통 실패’ 탓

등록 2008-02-12 20:53수정 2008-02-12 22:53

지난해 9월27일 베이징 댜오위타이에서 열린 제6차 6자회담 2단계 전체회의 모습. 지난해 연말 이후 6자회담은 북한의 핵신고 문제로 교착상태에 빠져 열리지 못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해 9월27일 베이징 댜오위타이에서 열린 제6차 6자회담 2단계 전체회의 모습. 지난해 연말 이후 6자회담은 북한의 핵신고 문제로 교착상태에 빠져 열리지 못하고 있다. 연합뉴스
‘양국 모두 책임’ 과반…“북 거짓 합의” “미국이 빌미” 분석도
‘합의이행 규칙 재조정’ 해법 다수…종전선언 ‘유효성 잃었다’

북핵 문제가 북한의 핵프로그램 신고 단계에서 지지부진하다. 많은 전문가들이 지금의 상황을 ‘교착’으로 평가했다. ‘아직은 지체’(김용현 동국대 교수), ‘단순한·기술적 지연’(박순성·고유환 동국대 교수)이라는 ‘온건’한 판단은 소수였다.

교착 또는 지체의 원인은 북-미 모두에 있다는 응답이 17명으로 가장 많았다. “북-미가 각자의 입장에서만 상대방을 이해하고 불능화 문제를 다뤄왔기 때문”(배종윤 연세대 연구교수), “불능화와 신고 개념에 대한 정교한 합의를 하지 않은 채 기대구조만 부풀려 놓은 것이 가장 큰 원인”(김영수 서강대 교수) 등 커뮤니케이션의 실패를 지적하는 목소리가 많았다.

미국과 북한 어느 한쪽에 더 큰 책임이 있다는 견해는 각각 7명과 5명으로 팽팽했다. 강인덕 전 통일부 장관은 “북한은 ‘솔직한 신고는 불가’라는 결론을 내린 듯하다”고 북쪽을 겨냥했다. 이름을 밝히지 말 것을 요청한 국책연구기관의 두 전문가도 각각 “북한이 애초부터 시간벌기 차원의 거짓합의를 했기 때문”, “북한이 앞으로 상당기간 ‘핵을 가졌을지 모르는’ 국가의 지위를 유지하겠다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반면 김근식 경남대 교수는 “북한은 미국 등으로부터의 중유 대북 지원이 늦춰진 것과 테러지원국 해제 등을 위한 미국의 구체적 조처가 전혀 없다는 점을 행동 대 행동 원칙에 어긋난다고 판단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 쪽이 빌미를 제공했다는 것이다. 전재성 서울대 교수도 “북한은 정권안보 유지의 확신이 서기 전에는 불능화와 신고를 완전히 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현재까지 미국과 한국 등 나머지 국가들이 제공하고 있는 안전보장이 주로 경제적 안전보장에 국한돼 있다고 북한은 판단하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진단에 따라 처방도 달랐다. 커뮤니케이션의 실패를 제기한 전문가들 가운데선 ‘단계별 신고’ 등 합의를 이행하는 규칙의 재조정이 필요하다는 견해가 많았다. 각자 한꺼번에 100% 만족을 추구하기보다 단계적으로 신뢰를 쌓아가며 궁극적 해결점을 찾아가자는 것이다. 김용현 교수는 “신고를 쪼개서 몇몇 단계로 나누고 상응조처인 테러지원국 해제와 적성국교역법 종료 등도 단계별로 나눠 진행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정욱식 평화네트워크 대표는 ‘신고와 검증의 분리’를 제안했다. 미국이 일단 북한의 신고를 수용하고 테러지원국 해제 등의 상응조처를 제공한 뒤, 국제원자력기구를 통한 강력한 검증에 들어감과 동시에 핵폐기와 북-미 관계 정상화를 맞교환하는 협상을 개시하는 방안이다.

북핵 ‘교착’ 원인
북핵 ‘교착’ 원인
북한 책임론을 제기한 전문가들은 주로 대북 압박 강화를 해법으로 제시했다. 전성훈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신고를 정확하고 성실하게 조속히 하지 않을 경우 압박정책이 재개될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해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미국 책임론을 편 김민웅 성공회대 교수는 “미국의 대북 적대정책 해소를 위한 가시적 조처가 있을 때 문제 타결이 가능해질 것”이라며 “북-미는 각기 특사를 파견해 의견조율과 오해 소지를 줄이는 노력을 하는 것이 옳다”고 말했다. 권만학 경희대 교수는 전략적 결단을 포함하는 폐기단계까지를 포괄적으로 연계한 완전 해결 패키지를 대안으로 제시했다.

지난해 10·4 남북 정상선언에서 제기된 3~4자 정상회담과 종전선언이 북핵 문제 진전에 도움이 될 것인지를 두고는 ‘유효성을 잃었다’(22명)는 견해가 ‘여전히 필요하다’(9명)는 쪽을 압도했다. 많은 전문가들은 한반도 평화협정 협상의 개시를 위해선 6자 또는 4자 외교장관회담이면 충분하다는 견해를 보였다. 하지만 익명을 요구한 한 전문가는 “4자 정상 간의 종전선언 대신에 다자회담을 계기로 4자가 모여 한반도 평화제도화를 위한 공동의 노력을 다짐하는 정도의 선언은 채택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북핵 해결 과정에서 한국의 역할을 묻는 질문에는 ‘이명박 정부의 한-미 공조 강화가 한국의 중재자 또는 촉진자 지위를 약화시킬 것’이라고 우려하는 답이 많았다. 손원제 기자 wonje@hani.co.kr


한반도 기상도 전문가 심층조사 참여 명단

강인덕(전 통일부 장관) 고유환(동국대 북한학과 교수) 구갑우(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 김근식(경남대 정외과 교수) 김명섭(연세대 정외과 교수) 김민웅(성공회대 사회과학대학원 교수) 김연철(고려대 아세아문제연구소 연구교수) 김영수(서강대 정외과 교수) 김용현(동국대 북한학과 교수) 김창수(민주평통 전문위원) 김태현(중앙대 교수) 박순성(동국대 북한학과 교수) 권만학(경희대 국제학부 교수) 배종윤(연세대 통일연구원 연구교수) 이남주(성공회대 중국학과 교수) 이우영(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 양무진(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 윤대규(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소장) 전봉근(외교안보연구원 교수) 전성훈(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전재성(서울대 외교학과 교수) 정세현(북한대학원대학교 석좌교수) 정욱식(평화네트워크 대표) 조성렬(국가안보전략연구소 신안보연구실장) 함택영(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 홍현익(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 익명 6명(국방연구원 연구위원 2명, 국가안보전략연구소 연구위원 2명, 통일연구원 연구위원, 중앙대 교수) (이름 가나다순, 32명)

손원제 기자 wonj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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