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9월27일 베이징 댜오위타이에서 열린 제6차 6자회담 2단계 전체회의 모습. 지난해 연말 이후 6자회담은 북한의 핵신고 문제로 교착상태에 빠져 열리지 못하고 있다. 연합뉴스
‘양국 모두 책임’ 과반…“북 거짓 합의” “미국이 빌미” 분석도
‘합의이행 규칙 재조정’ 해법 다수…종전선언 ‘유효성 잃었다’
‘합의이행 규칙 재조정’ 해법 다수…종전선언 ‘유효성 잃었다’
북핵 문제가 북한의 핵프로그램 신고 단계에서 지지부진하다. 많은 전문가들이 지금의 상황을 ‘교착’으로 평가했다. ‘아직은 지체’(김용현 동국대 교수), ‘단순한·기술적 지연’(박순성·고유환 동국대 교수)이라는 ‘온건’한 판단은 소수였다. 교착 또는 지체의 원인은 북-미 모두에 있다는 응답이 17명으로 가장 많았다. “북-미가 각자의 입장에서만 상대방을 이해하고 불능화 문제를 다뤄왔기 때문”(배종윤 연세대 연구교수), “불능화와 신고 개념에 대한 정교한 합의를 하지 않은 채 기대구조만 부풀려 놓은 것이 가장 큰 원인”(김영수 서강대 교수) 등 커뮤니케이션의 실패를 지적하는 목소리가 많았다. 미국과 북한 어느 한쪽에 더 큰 책임이 있다는 견해는 각각 7명과 5명으로 팽팽했다. 강인덕 전 통일부 장관은 “북한은 ‘솔직한 신고는 불가’라는 결론을 내린 듯하다”고 북쪽을 겨냥했다. 이름을 밝히지 말 것을 요청한 국책연구기관의 두 전문가도 각각 “북한이 애초부터 시간벌기 차원의 거짓합의를 했기 때문”, “북한이 앞으로 상당기간 ‘핵을 가졌을지 모르는’ 국가의 지위를 유지하겠다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반면 김근식 경남대 교수는 “북한은 미국 등으로부터의 중유 대북 지원이 늦춰진 것과 테러지원국 해제 등을 위한 미국의 구체적 조처가 전혀 없다는 점을 행동 대 행동 원칙에 어긋난다고 판단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 쪽이 빌미를 제공했다는 것이다. 전재성 서울대 교수도 “북한은 정권안보 유지의 확신이 서기 전에는 불능화와 신고를 완전히 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현재까지 미국과 한국 등 나머지 국가들이 제공하고 있는 안전보장이 주로 경제적 안전보장에 국한돼 있다고 북한은 판단하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진단에 따라 처방도 달랐다. 커뮤니케이션의 실패를 제기한 전문가들 가운데선 ‘단계별 신고’ 등 합의를 이행하는 규칙의 재조정이 필요하다는 견해가 많았다. 각자 한꺼번에 100% 만족을 추구하기보다 단계적으로 신뢰를 쌓아가며 궁극적 해결점을 찾아가자는 것이다. 김용현 교수는 “신고를 쪼개서 몇몇 단계로 나누고 상응조처인 테러지원국 해제와 적성국교역법 종료 등도 단계별로 나눠 진행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정욱식 평화네트워크 대표는 ‘신고와 검증의 분리’를 제안했다. 미국이 일단 북한의 신고를 수용하고 테러지원국 해제 등의 상응조처를 제공한 뒤, 국제원자력기구를 통한 강력한 검증에 들어감과 동시에 핵폐기와 북-미 관계 정상화를 맞교환하는 협상을 개시하는 방안이다.
북핵 ‘교착’ 원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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