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달 열릴 한-미 정상회담에서 이명박 대통령이 주한미군 감축 중단을 요청할 경우 미국은 이를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고 버웰 벨 주한미군 사령관이 밝혔다.
벨 사령관은 지난 12일 미국 하원 군사위원회 청문회에서 “이명박 대통령이 한-미 정상회담에서 주한미군 감축 중단을 요청할 가능성이 있다”며 “그럴 경우, 미국은 한국과 마주 앉아 토론을 거쳐 감축 중단에 동의하는 것이 신중한 태도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고 미국 군사전문지 <성조>가 20일 보도했다.
한국과 미국은 2008년까지 주한미군 1만2500명을 감축하기로 합의한 바 있다. 이에 따라 주한미군 병력은 2003년 말 3만7천여명에서 2007년까지 2만8500명 수준으로 줄었으며, 올해 말까지 2만5천여명 선으로 3500여명이 추가 감축될 예정이다.
이와 관련해 정부 관계자는 “한-미 정상회담에서 주한미군 감축 중단을 요청할 것인지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으며, 앞으로 정부 차원에서 검토가 필요한 부분”이라고 밝혔다. 다른 관계자는 “현재로선 기존 합의에 따라 감축 로드맵을 진행한다는 데 변화가 없다”며 “벨 사령관의 발언은 한국 쪽의 물밑 제안에 따른 것이 아니라 주둔군 지휘관으로 일정 병력 유지의 필요성을 강조한 차원으로 본다”고 말했다.
일부에선 주한미군 사령관이 한국 대통령의 이름을 직접 거명하며 정상회담 의제를 거론한 것은 외교적 결례에 해당한다는 지적을 내놓고 있다. 또 이 대통령이 먼저 주한미군 감축 중단을 요청할 경우 미국은 방위비 분담금 증액 등을 반대급부로 요구할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손원제 기자 wonj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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