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동신문 “반북 대결 얻을 건 파멸 뿐”
청와대 “국가원수 이름 거론 부적절”
청와대 “국가원수 이름 거론 부적절”
북한 노동당 기관지 <로동신문>이 1일 처음으로 이명박 대통령의 실명을 거론하며 ‘역도, 쓸개 빠진 매국역적, 보수 정상배’ 라며 거칠게 비난했다.
이 신문은 이날 ‘남조선 당국이 반북대결로 얻을 것은 파멸뿐이다’란 제목의 ‘논평원 글’에서 이 대통령을 “이명박 역도”라고 지칭하면서 “이명박 정권은 저들의 친미사대 반북대결 책동으로 말미암아 북남관계가 동결되고 조선반도의 평화와 안전이 파괴되어 돌이킬 수 없는 파국적 사태가 초래되는 데 대해 전적인 책임을 지게 될 것”이라고 비난했다.
북한이 남쪽 대통령에 대해 이처럼 원색적인 비난을 하고 나선 것은 2000년 6·15 선언 뒤 처음이다. 북한은 지난해 대통령 선거 뒤 지금까지 이 대통령의 이름을 거론하지 않은 채 ‘보수 집권세력’ ‘독재정권의 후예’란 표현을 써 왔다.
신문은 또 새 정부의 핵심 대북정책인 ‘비핵개방 3000’을 “황당무계하고 주제넘은 넋두리로서 … 북남관계를 파국에로 몰아넣는 반통일 선언” “반동적 실용주의”라고 규정하면서 정부의 대북정책을 강하게 비판했다.
그동안 경제협력, 북방한계선 등 사안별로 대응하던 북쪽이 이 대통령과 대북정책 전반을 전면적으로 거부하는 자세를 취하고 나옴에 따라 남북관계는 상당 기간 경색될 것으로 보인다.
신문은 개방과 실용주의를 두고는 “개방 넋두리는 결국 반북대결을 고취하기 위한 반민족 궤변이고 북남관계를 전면 부정하는 반통일적 망동”이라며 “(남북관계를) 실용외교의 농락물로 전락시키려 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이명박 정부 들어 강조하고 있는 북한 인권문제에 대해서도 “우리에 대한 무지를 드러낸 것인 동시에 동족 사이에 적대감과 불신을 고취하고 북남관계를 대결로 몰아가기 위한 고의적인 정치적 도발”이라고 강한 거부감을 표시했다.
이에 대해 청와대 관계자는 “국가원수의 이름을 거론하는 것은 적절치 못한 태도로 본다”며 유감의 뜻을 표시했다. 이동관 청와대 대변인은 “(북한의) 정확한 진의를 파악하는 것이 우선”이라며 “북한이 왜 이런 발표를 하게 됐는지 정밀한 분석이 선행돼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권혁철 기자 nur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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