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쪽 ‘유감 표명’ 전통문에 다시 경고성 답신
이 대통령 “대화 통해 한단계 높은 협력하자”
이 대통령 “대화 통해 한단계 높은 협력하자”
북한이 3일 김태영 합참의장의 ‘북한 핵무기 사용 이전 타격’ 발언과 관련한 남쪽의 답신 전화통지문을 ‘한갓 변명’이라고 일축하고 군사적 대응 조처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에 따라 남북관계는 김대중 정권 이래 10년 만에 최대 경색 국면을 맞게 됐다.
북한은 이날 오전 9시25분께 남북 장성급 회담 북쪽 단장인 김영철 중장 명의의 전화통지문을 통해 “남쪽의 회답은 한갓 변명에 지나지 않는다”며 “이미 천명한 대로 군사적 대응 조처를 취하겠다”고 밝혔다. 북한은 지난달 29일 남쪽이 김 의장의 발언을 취소·사죄하지 않을 경우 △선제타격 대응 △남북 대화와 접촉 중지 △남쪽 당국자의 군사분계선 통행 차단 등의 조처를 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어 북한 인민군 해군사령부는 남쪽의 해군 세 척이 이날 황해남도 강령군 쌍교리 동남쪽 북한 영해를 침입했다며 “이 수역에 전투함선들을 계속 들이밀면 예상 외의 대응 조치가 따르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런 주장은 북한의 ‘군사적 대응 조치’ 언급 뒤 나온 것이어서 남북간 군사적 충돌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를 낳고 있다.
김형기 국방부 대변인은 “전날 전통문을 통해 우리 입장을 충분히 밝혔기 때문에 추가로 답신을 보내지는 않을 것”이라며 “그러나 군사당국 접촉과 대화의 문은 항상 열려 있다”고 말했다. 다른 군 관계자는 북한의 영해 침범 주장에 대해 “우리 해군 고속정 세 척은 오전 11시40분께 북한 강령군 앞 해상에 설정된 북방한계선(NLL) 이북 수역에서 조업하던 중국 어선들이 남하하지 못하도록 통제하는 정상적인 경비 임무를 수행했다”며 “북쪽의 주장은 억지”라고 밝혔다.
앞서 국방부는 2일 김 의장의 발언에 대해 취소·사과를 요구한 북한에 답신 전통문을 보내 유감을 표명하고 남한의 불가침 합의 준수와 대화 의지를 밝혔다.
한편, 이명박 대통령은 3일 청와대에서 군 중장 진급 및 보직신고를 받는 자리에서 “합참의장의 발언은 (인사청문회에서) 국회의원이 물으니까 당연한 대답을 한 것이고, 그 정도 선에서 일반적인 대답”이라며 “다른 의미가 없는 대답을 갖고 (북한이) 그러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새 정부는 오히려 더 남북이 진정한 대화를 하자는 관점에서 대남전략이나 대북전략과 같은 전략적 차원에서 대화하자는 게 아니라 실질적으로 남북이 가슴을 열고 마음을 열고 대화하자는 것”이라며 “남과 북이 다시 대화를 통해 한 단계 차원 높은 협력을 하는 게 좋겠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이어 “북한도 이제까지 해 오던 방식에서 조금 벗어나야 한다”며 “우리는 그대로 있고 북한만 자세를 바꿔 달라고 하는 게 아니라 남과 북이 모두 세계 조류에 맞게 대화를 해 가자는 것이고, 그래야 서로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북한에 대해 “‘(우리) 민족끼리’를 주장하는데, 민족끼리라는 구호만 갖고 되는 것은 아니고, 실질적으로 사랑하는 마음이 없고, 마음을 열어도 진정성이 없으면 안 된다”고 덧붙였다.
손원제 황준범 기자 wonj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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