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이 제안한 남북연락사무소 제안을 비난한 26일치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 5면 논평기사. 조선중앙텔레비전 연합
북, 연락사무소 설치 제안 거부
북한이 서울과 평양에 연락사무소를 설치하자는 이명박 대통령의 제안을 거부했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26일치 ‘누구에게도 통하지 않는 요술은 걷어치워야 한다’는 논평에서 연락사무소 설치방안을 “반통일 골동품”이라며 “북남관계 악화의 책임을 회피하며 여론의 시선을 딴 데로 돌리기 위한 얕은 수”라고 비난했다.
이는 연락사무소 설치 제안에 대한 북쪽의 첫 반응이다. 북쪽의 이런 반응은 어느 정도 예상된 것이지만, 이 대통령의 취임 뒤 사실상 첫 대화 제안이 거부돼 남북관계 경색 장기화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이 신문은 연락사무소 설치 자체가 “새 것이 아니며 이미 오래전에 남조선의 선임자들이 북남관계를 나라와 나라 사이의 관계로 만들고 분열을 영구화하기 위한 방패로 들고 나왔던 것”이고 비난했다. 제안 배경에 대해서도 “북남관계가 파탄의 위기에 처하게 되자 (이 대통령의) 불안감과 초조감의 집중적 발로”라고 주장했다.
한-미 정상회담 후속 조처로 남북 대화 재개 방안을 모색해온 정부는 대화 제의 자체가 어렵게 된 만큼 당분간 상황을 관망하겠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청와대는 26일 노동신문 보도에 대해 “(연락사무소 설치가) 대북전략 차원의 제안이 아닌 만큼 북쪽의 거부의사에 대해 일희일비할 필요가 없다”고 밝혔다. 정부 당국자는 “이런 상황에서 먼저 북쪽에 대화를 제의하는 게 조심스럽다”고 말했다.
여기에 통일부가 26~28일 금강산에서 열리고 있는 ‘6·15공동선언과 10·4선언 실천을 위한 제5차 남북 청년학생단체 대표자회의’에 참가를 신청한 42명 가운데 8명의 방북을 불허해, 남북간 민간교류도 위축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통일부는 “남북교류협력법상 국가안전보장, 공공복리, 공공질서를 저해할 우려 등을 근거로 관계 기관과 협의를 거쳐 방북을 불허했다”며 “불허한 8명은 법원 판결에 따른 이적단체 구성원이거나 관련법 위반으로 사법 절차가 진행 중인 사람들”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방북이 불허된 8명 가운데는 방북 허가를 받아 평양과 금강산에서 열린 행사에 참가했던 사람들이 여럿 있어, 정권 교체 뒤 정부가 방북 승인을 자의적으로 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6·15공동선언실천남측위원회 청년학생본부 김호 집행위원장은 “언제는 보내줬다 언제는 막고 정부의 기준이 들쭉날쭉하다”고 말했다. 남쪽 정부가 6·15선언과 10·4선언 실천 관련 민간행사 참가 방북신청을 선별불허함에 따라, ‘6·15와 10·4선언이 남북관계의 관건’이라 밝혀온 북의 반발도 만만치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권혁철 기자 nura@hani.co.kr
권혁철 기자 nur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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