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교육원 교재 내용 바꾸면서 6·15 대신 91년 남북합의서 강조
통일교육원이 발간한 교재인 <북한이해 2008>에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직위 표기 없이 ‘김정일’로 표기됐다.
통일부 산하기관인 통일교육원은 6일 공개한 <북한이해 2008>에서 김정일 국방위원장이라고 표기한 2007년판과 달리 김 위원장을 ‘김정일’이라고 표기했다.
통일교육원의 이런 표기변경은 2000년 6월 남북 정상회담 이후 북쪽 지도자의 이름에 직위를 붙여온 그동안 정부의 관례와 어긋나는 것이어서 주목된다. 이와 관련해 통일부 관계자는 “호칭은 문맥에 따라 붙이기도 하고 생략하기도 하는 것”이라며 “북쪽 지도자에 대한 호칭과 관련해 정부 방침이 바뀐 것은 없다”고 말했다.
또 <북한이해 2008>은 제1장 제1절인 ‘북한 이해의 관점’에서 지난해까지 강조하던 6·15 공동선언의 의미와 관련된 내용을 삭제했다. 대신 1991년 남북 기본합의서의 의미를 강조했다. <북한이해>는 2007년판에서 2000년 남북 정상회담이 남북관계 변화의 전환점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번에 발간된 2008년판에서는 “남북 기본합의서를 채택함으로써 남북간 인식의 변화가 싹트기 시작했다”며 남북 기본합의서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북한 이해 2008>은 2000년 6·15 공동선언과 관련해선 남북 기본합의서를 기반으로 남북관계 개선을 추진했으나 신뢰와 평화문제에 대한 실질적 논의는 거의 이루지 못했다고 평가했다. 지난해 10·4 선언에 대해서도 정치적 선언 의미가 강하고 국민적 합의와 구체적 실현 가능성이 미비한 한계를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이런 평가는 정권 교체 뒤 이명박 대통령이 “가장 중요한 남북간 합의는 91년 체결된 남북 기본합의서”라고 강조하면서 6·15와 10·4 정상회담에 대한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는 사정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김호년 통일부 대변인은 “올해 <북한이해>는 통일교육 기본계획에 따라 미래지향적 통일관, 건전한 안보관, 균형있는 북한관을 확립하기 위한 내용을 소폭 수정·보완했다”고 말했다.
<북한 이해>는 매년 통일교육원이 2만부 가량 발간해 교육기관과 연구기관에 배포하며, 북한 정치·경제·사회·문화·군사 등 각 분야 정보와 최근 남북관계 변화상이 담겨 있다.
권혁철 기자 nur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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