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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국방·북한

남-북 핫라인 끊겨 ‘금강산 해법’ 속앓이

등록 2008-07-14 21:52

국정원마저 역할 상실…북, 현대아산 사장에만 현장방문 허용
금강산 관광객 총격 사망 사건이 일어난 지 사흘이 지났지만 정부는 금강산 관광 사업자인 현대아산만 쳐다보고 있다. 북쪽이 진상 조사를 요구하는 전화통지문 수령 자체를 거부하자 정부는 12일 오후 전화통지문 내용을 언론에 공개하는 고육책을 동원했다. 앞으로도 정부는 현대아산 같은 기업이나 언론을 통해 북쪽에 진상규명을 재촉구하는 성명을 발표하는 것 말고 할일이 없는 상황이다.

남북 당국간 관계가 얼어붙으면서 이 사건과 관련해 유일한 남북간 소통 채널이 현대아산이다. 북쪽이 남쪽 당국의 방북 진상 조사를 완강하게 거부하면서도 방북 중인 윤만준 현대아산 사장에게는 사건 현장 근처 방문을 허용했다. 현대아산 관계자는 “마치 10년 전 국민의 정부 초기 현대가 남북관계 개척의 첨병 구실을 하던 때로 돌아간 느낌”이라고 말했다.

정부의 이런 ‘뒷방 신세’는 남북 사이 공식·비공식 대화채널이 모두 끊어졌기 때문이다. 김대중 정부의 문화관광부 장관으로 6·15 정상회담 주역의 한 사람인 박지원 의원(무소속)은 14일 “이런 비상 사태를 생각해서라도 6·15 정상회담 당시 합의돼 설치됐던 남북 핫라인이 유지돼야 했는데 굉장히 아쉬움이 있다”고 말했다.

이는 이명박 정부의 자업자득이다. 이명박 정부 쪽 사람들은 지난해 남북 정상회담 등이 성사되는 과정에서 김만복 원장 등 국정원의 남북관계 관여에 대해 매우 부정적 인식을 보여 왔다. 이로 말미암아 국정원은 남북 대화 및 남북 관계를 위한 채널 구축을 아예 포기한 상태다. 현 정부는 국정원에 물밑에서 남북 대화를 주도하는 역할보다는 대북 정보수집 강화 등 역할 변경을 주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옥임 한나라당 의원은 14일 한 라디오 방송에서 비공식 채널 실종과 관련해 “그동안의 남북 관계에서 비공식 채널이 순기능만 한 것은 아니었다”고 주장했다. 그는 “남북 관계가 정상화되려면 공식채널이 제대로 가동돼야 하기 때문에 비공식 접촉 채널이 단절돼서 문제가 안 풀렸다는 주장은 이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는 공식채널 가동을 위한 비공식 채널의 역할을 무시한 것이다.

물론 궁극적으로는 남북 당국간 공식 대화로 문제를 푸는 게 중요하다. 그러나 북한이 지난 3월 말부터 넉 달째 모든 형태의 남북 당국간 공식 대화·접촉을 거부하고 있는 상황이다. 북은 대화 재개를 위해선 6·15와 10·4 공동선언의 이행과 계승을 밝혀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남북 관계 악화가 이번 사건 해결을 어렵게 만들고, 이번 사건이 관계를 더 악화시키는 악순환인 것이다.

특히 이번과 같은 돌발적인 사건이나, 군과 관련해 긴장을 촉발시킬 수 있는 긴급사태가 발생했을 때 공식 채널로는 시간도 많이 걸리고 문제 해결에도 한계가 있다. 긴급사태엔 핫라인이 필요하다. 김용현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금강산 관광객 사망 사건처럼 돌발 상황 발생 때 불필요한 상황 악화를 막으려면 최소한의 남북 비공식 채널이 필요하다. 정부가 빨리 남북 사이 비공식 채널을 복원해 재가동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비공식 채널이 끊긴 데는 올 들어 남쪽뿐 아니라 북쪽에서도 대남 라인이 대폭 물갈이 된 요인도 있다. 정부 관계자는 우연의 일치겠지만 “올 들어 북쪽 대남사업부서의 중간급 이상 고위층 가운데 상당수가 비리 혐의 등으로 교체됐다”고 말했다.


권혁철 기자 nur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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