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든 노모는 딸 죽음 몰라
“이렇게 허무하게 가면 안 된다. ㅇㅇ야~ 남은 사람은 어떡하라고 …”
금강산 관광을 갔다가 북한군의 총격으로 숨진 고 박아무개(53)씨의 영결식이 15일 오전 9시께 서울 풍납동 아산병원 장례식장에서 치러졌다.
지난 11일 새벽 박씨가 숨진 지 닷새 만이다. 가족과 친지, 현대아산 직원 등 5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기독교식 발인예배로 열린 영결식은 비교적 차분한 분위기에서 진행됐지만, 유족들은 쏟아지는 눈물을 감추지 못했다.
예배가 끝난 뒤에도 아들(23)은 한동안 박씨의 영정 앞을 떠나지 못한 채 사진을 들여다보다 결국 고개를 숙이고 눈물을 흘렸다. 아들을 위로하며 입술을 굳게 다물고 담담한 모습을 보였던 남편(53) 역시 박씨의 입관식을 지켜보며 참았던 눈물을 쏟아냈다.
영결식에는 특히 아직도 박씨가 다쳐 치료를 받고 있는 줄로만 알고 있는 박씨의 80대 노모가 지방에서 올라와, 이를 지켜보던 유족과 지인들을 안타깝게 했다. 노모는 영결식이 끝날 때까지 딸의 죽음을 모른 채 빈소가 차려진 3층에 올라가지 않고 1층에 머물렀다. “엄마는 모른단 말이야. 언니가 죽은 걸 알면 엄마도 돌아가실 것 같아.” 노모를 모시고 상경한 박씨의 여동생(42)은 혼자 빈소에 올라 영정 앞에 엎드려 울부짖었다. 평소 고인이 다닌 교회의 신도들은 찬송가를 부르며 박씨의 마지막 길을 보듬었다. 박씨의 시신은 유족과 현대아산직원 40여명이 지켜보는 가운데 이날 낮 경기도 동두천 공원묘지에 묻혔다.
황춘화 기자 sflowe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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