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통령 ‘전제조건’ 제시
‘자승자박될수도’ 우려
‘자승자박될수도’ 우려
이명박 대통령이 16일 금강산 관광 재개의 조건으로 △진상규명을 위한 합동조사 △재발방지 대책 △신변 안전조처 보장 등을 밝혔다.
이 대통령의 발언은 사건 발생 초기 정부가 북쪽에 진상규명과 재발방지 대책 마련을 요구하던 것에 견줘, 한층 구체적이고 단호하다. 이 대통령의 발언 강도가 높아진 것에는 북쪽에 대해 악화된 여론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세 가지 조건은 이 대통령이 직접 전제 조건으로 내걸었기 때문에 이 요구들은 물러설 수 없는 마지노선이 됐다.
문제는 실현 가능성이다. 우선 △재발방지 대책 △신변 안전조처 보장 등 두 가지는 남북이 의견을 모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신변 안전보장 조처는 2004년 남북 당국간 합의서 채택으로 제도적 보장이 갖춰져 있다. 사건 뒤 방북했던 윤만준 현대아산 사장은 “북쪽이 ‘관광객인 줄 알았으면 총을 쏘는 일은 없었을 것’이라는 말을 여러 차례 했다”고 전했다. 북쪽이 재발방지에 협조할 가능성이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하지만 남북 공동조사는 다르다. 북쪽은 남북 당국간 대화·접촉을 전면 거부하고 있다. 공동조사도 이미 거부 의사를 밝혔다.
그렇지만 현실적으로 정부가 북한을 압박할 카드는 많지 않다. 국제공조를 통한 압박이나 개성 관광 등 경협을 단계적으로 축소·중단하는 방안도 거론된다. 그러나 실효성은 알 수 없다. 청와대의 관계자는 “개성 관광사업까지 중단하면 나중에 복원하기가 어렵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이 때문에 이 대통령이 이날 직접 나서 금강산 관광 재개의 구체적 조건을 내건 것이 남쪽한테 자승자박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권혁철 황준범 기자 nur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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