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사 시작하면 대북제재 일부 풀기로 합의
북한과 일본은 일본인 납치자 재조사를 위한 위원회를 설립해 가을까지 전면 재조사를 완료한다는 데 합의했다.
양쪽은 중국 선양에서 13일 새벽까지 이어진 국교정상화 실무회의에서 이렇게 합의했다고 일본 외무성이 이날 밝혔다. 일본 쪽은 재조사를 개시하는 것과 동시에 인적 교류와 전세 항공편에 대한 규제 해제 등 대북제재의 일부해제를 실행하기로 합의했다.
북한의 재조사 대상은 일본 정부가 그동안 인정한 납치피해자 12명뿐만 아니라 기타 특정행방불명자 등 ‘모든 납치피해자’까지 포함하는 광범위한 것이어서 주목된다. 북한은 일본 쪽이 관계자와 면담하고 관계자료를 공유하며 관계 장소를 방문하는 것 등을 통해 조사결과를 직접 확인하도록 협력하기로 했다.
북한이 지난 6월 실무그룹회의에서 납치 재조사를 합의해놓고도 일본이 대북제재 일부 해제를 이행하지 않는다며 재조사 착수에 소극적이었다가 이번에 적극적인 자세로 나선 것은 미국의 압력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11일 북한의 핵검증 비협조를 이유로 발효 예정이었던 대북 테러지정국 해제를 유예하는 등 북한에 압박을 가했다.
대북 대화론자인 후쿠다 야스오 일본 총리도 대북접촉 성과를 내야 할 상황이어서 협상에 적극적으로 임했다. 일본 내 대북여론에 영향력을 끼치는 납치피해자 가족모임 등은 즉각 경제제재 해제에 반대를 표명해 이번 합의이행에 진통이 예상된다.
일본 쪽에서는 북한이 테러지정국 해제를 성취하기 위한 수단으로 납치 재조사를 이용하고 있다는 의심이 강하다. 총련 기관지인 <조선신보>는 13일 현지 소식을 통해 “조선이 표명한 납치문제의 재조사도 조-일의 오랜 교착상태를 타개하는 돌파구로 이어질수 있는가 어떤가는 결국 일본 쪽의 정치적 결단과 행동에 달렸다”며 “후쿠다 정권이 주어진 기회를 놓치면 6자 회담의 진전 등으로 새로운 구도가 창출되는 동북아시아의 국제정치 무대에서 일본의 입지가 더욱 약화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도쿄/김도형 기자 aip20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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