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끼리 동숙 계획…12층 방 206개 텅 비어
금강산 이산가족 면회소는 지난달 완공했지만 개점휴업 상태다.
정부는 금강산 사건 뒤 소파 등 면회소 내부 비품 구입 등에 쓸 남북협력기금 41억원의 집행을 보류하고 이달 중순으로 잡았던 준공식도 미뤘다. 지난 1월 금강산 관광 사업자인 현대아산과 면회소 위탁 운영 계약을 맺는 등 운영 준비를 마쳤으나, 이달 중순 면회소 관계자들이 철수해 당분간 빈 건물로 남게 됐다.
면회소 준공은 이산가족 상시 상봉의 기반시설 마련이란 의미가 크지만, 교착된 남북관계가 풀리기 전에는 제구실을 하긴 어려운 상황이다. 정부 관계자는 “지난달 말 서류와 사진·동영상 검토로 면회소 준공 검사를 마쳤는데, 준공식 개최는 남북관계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면회소 건설은 부정기적으로 이뤄지던 이산가족 상봉의 상시화를 전제로 추진됐다. 면회소가 열리면 매달 이산가족 상봉행사가 열리고 한번 만났던 이들의 재상봉도 소규모로 매주 추진된다. 지금까지는 이산가족 상봉은 광복절, 추석 같은 특정 계기 때 부정기적으로 이뤄졌으며, 한번 만난 뒤 다시 만날 수는 없었다. 또 면회소 객실에서 이산가족끼리 먹고 자는 ‘동숙상봉’ 방식도 가능해진다.
대지 5만㎡, 건평 1만9835㎡ 규모에 지상 12층에 객실 206개를 갖춘 면회소는 이산가족 상봉 행사가 없으면 일반 금강산 관광객의 숙박 시설로도 쓰인다.
남북은 2003년 11월 제5차 적십자회담에서 금강산 온정리에 면회소를 건설하기로 합의했다. 면회소는 2006년 7월 북핵 위기로 아홉달 동안 공사가 중단됐고, 지난 4월 공사 감리를 맡은 당국자들이 철수하는 등 남북관계의 영향을 받아 왔다.
권혁철 기자 nur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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