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주민들이 추석이었던 지난 14일 평양 해외동포애국자묘에서 성묘를 하고있다. 평양/조선신보 연합
‘김정일 건강’ 관련 “정보없다” 신중자세 표명
국정원에 끌려다니다 일주일만에 관리 나서
국정원에 끌려다니다 일주일만에 관리 나서
정부가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건강이상설을 둘러싼 언론보도와 관련해 자제를 요청하는 등 ‘뒤늦은’ 상황 관리에 나섰다.
김호년 통일부 대변인은 16일 기자 브리핑에서 “정부로서는 확인되지 않은 사실들이 보도되는 게 남북관계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본다”며 언론에 김정일 위원장에 대한 미확인 보도의 자제를 요청했다. 김 대변인은 그동안 익명의 당국자를 인용해 쏟아진 김 위원장 건강 관련 보도에 대해 “여러가지 첩보를 들은 바가 있지만, (통일부가) 공식적으로 사실이라고 확인해 준 바가 없다”며 “확인된 사실이 보도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언론들은 지난 10일 국가정보원의 국회 정보위원회 보고 이후 경쟁적으로 정부·의회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스스로 양치질을 할 수준”, “부축하면 일어설 정도” 등 김 위원장의 병세에 대한 온갖 보도를 쏟아냈다.
통일부가 김 위원장의 건강을 둘러싼 보도에 제동을 걸고 나선 것은 갖가지 억측성 보도가 북한을 자극할 우려가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정부는 특히 이런 내용이 정부 당국자를 인용해 보도되는 상황이 지속될 경우 북한의 반발이 예상돼, 그렇잖아도 삐거덕거리고 있는 남북관계가 더욱 경색될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하고 있다. 정부 당국자는 “북쪽은 비우호적인 남쪽 언론 보도를 조직적 대북 모략 책동의 일환으로 간주한다”며 “특히 김 위원장의 신상과 관련된 남쪽의 보도는 ‘북 체제의 존엄에 대한 모독’이라며 매우 민감하게 반응해 왔다”고 말했다.
그러나 통일부의 이런 행보는 대북 상황 관리를 둘러싼 정부 내부기관 사이의 힘겨루기 측면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겉으론 언론 보도가 남북관계에 끼치는 악영향을 강조하면서, 정부 다른 기관의 대북 정보 유출 책임을 함께 겨냥하고 있기 때문이다.
김성호 국정원장은 지난 10일 국회 정보위에서 “김 위원장이 뇌신경계 이상으로 쓰러져 수술을 받고 회복 중”이라고 밝히는 등 이례적으로 상세한 보고를 했고, 이 내용은 언론에 대대적으로 보도됐다. 이는 미국과 중국, 일본 등이 김 위원장의 건강과 관련해 어떤 공식 확인도 하지 않고 있는 것과 비교된다. 국내 언론이 김 위원장의 건강과 관련한 보도를 마구 내보내기 시작한 것도 이를 전후한 시점이다.
이 때문에 이번 단속조처가 때늦은 ‘책임회피성’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김연철 한겨레평화연구소 소장은 “북한 정보는 현장 확인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정부의 판단과 공신력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며 “불필요한 정보를 유출해 남북간 불신이 증폭되지 않도록 관리가 절실하다”고 말했다.
권혁철 기자 nur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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