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러지원국 해제 효과
북한의 테러지원국 해제는 북-미 관계 정상화와 북한의 세계경제 체제 편입을 위한 첫걸음이란 의미가 크다.
북한은 북-미 핵협상 과정에서 적성국교역법 적용과 테러지원국 지정을 ‘대조선 적대정책’의 상징으로 들며 줄기차게 제재 해제를 요구해 왔다. 지난 6월26일 적성국교역법 적용 종료에 이어 테러지원국 해제가 이뤄져 북한의 북-미 관계 숙원이 어느 정도 풀린 셈이다.
미국은 1987년 11월 대한항공기 폭파 사건 뒤인 1988년 1월에 북한을 테러지원국으로 지정했다. 그 뒤 20년 동안 북한은 △국제통화기금(IMF)·세계은행(IBRD)·아시아개발은행(ADB) 같은 국제금융기구 가입과 차관 제공 금지 △최혜국 대우, 정상교역관계 등 무역특혜 부여 금지 △대외원조 제한 또는 금지 △미국 수출입은행의 자금지원 금지 △군사용으로도 쓸 수 있는 물품 수출 통제 같은 제재를 받아 왔다.
북한이 세계경제에 편입하려면 국제통화기금·세계은행 등 국제금융기구에 가입해야 하고, 이를 위해 테러지원국 해제가 필수 전제조건이다. 북한이 국제금융기구에 가입해서 국제사회의 일원으로 인정받아야만 의미 있고 규모가 큰 국제 민간 투자가 유입될 수 있다.
테러지원국 해제를 통해 북한은 정치적으로 대외관계 정책의 가장 중요한 목표로 삼은 북-미 관계 정상화 첫걸음을 뗄 수 있게 됐고, 경제적으론 국제경제 체제 편입 발판 마련이란 효과를 기대할 수 있게 됐다.
하지만 이로써 미국의 대북 경제제재가 모두 풀린 것은 아니다. 대북 제재가 수출관리법 등 국내 법과 유엔 안보리의 대북 제재 결의안에 따라 복합적으로 중복 적용되고 있기 때문이다. 미 국무부는 11일 테러지원국 해제 발표와 동시에, △핵확산 활동 △인권침해 △공산주의 국가 △2006년 10월 북핵 실험 등의 근거를 들면서 모두 19건의 제재가 남아 있다고 밝혔다. 예를 들어 북한은 공산국가이기 때문에 인도적 지원 이외 다른 지원을 받을 수 없으며, 수출입은행법에서는 거래금지 대상 국가로 지정돼 있다.
따라서 이번 조처는 국제투자 유치 등 당장의 실질적 혜택보다는 상징적 의미가 크다고 볼 수 있다. 조명철 대외경제정책연구원 통일국제협력 팀장은 “단기적으로 테러지원국 해제가 북한 경제에 미치는 효과는 크지 않을 것”이라며 “북한이 본격적인 경제효과를 얻기 위해서는 북핵 문제 해결, 외국 자본의 투자환경 개선 등이 전제돼야 한다”고 말했다. 권혁철 기자 nur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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