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통신장비 제공 강하게 요청”
북한이 지난 27일 열린 남북 군사실무자 접촉에서 군 통신망 자재·장비 제공 문제를 대북 전단살포 중단 요구에 못잖은 양과 강도로 제기했다고 통일부가 28일 밝혔다. 이를 두고 북쪽이 전단과 관련한 압박을 가하는 한편으로 실무적인 사안을 고리 삼아 남북 당국 관계 복귀 신호를 보내 온 것 아니냐는 조심스러운 해석이 정부 안팎에서 나온다.
통일부 당국자는 “군사실무자 접촉에서 북쪽이 두 사안을 50 대 50으로 거론하는 등 자재·장비 제공에 상당한 실제적 의미를 부여했다”고 말했다.
북쪽이 자재·장비 제공 요청을 통해 남북 당국간 협의 채널 복원 의도를 내비친 것일 수 있다는 적극적 관측도 있다. 자재·장비 제공을 위한 협의와 협조 과정에서 자연스레 당국간 대화가 재개될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북쪽의 의도를 한쪽으로 단정하긴 어렵다. 남북 군사회담 북쪽 대표단 대변인은 28일에도 “전단 살포가 계속될 경우 개성공단 등에 대한 단호한 실천행동이 뒤따르게 될 것”이라고 거듭 경고했다. 또 최근 실시된 합동 화력시범훈련 등을 거론하며, 남한의 선제타격에는 “핵무기보다 더 위력한 타격수단에 의거한 상상 밖의 선제타격”으로 대응할 것이라고 위협했다.
정부는 일단 북쪽의 의도를 다각도로 분석해 신중히 대응한다는 태도다. 김호년 통일부 대변인은 “전단 살포는 자제돼야 한다”며 “해당 단체에 법과 원칙에 따라 협조 요청 등 필요한 조처를 취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또 곧 관계부처 협의를 통해 자재·장비 제공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정부 조율 과정에서 청와대 등이 북한의 이명박 대통령 비난 태도 등을 문제 삼아 자재·장비 제공에 반대할 가능성을 우려하는 시각도 있다. 이 경우 북쪽이 통신망 불량을 이유로 개성공단 출입 제한을 강화하는 등 남북관계가 더 가파른 대결구도로 치달을 수 있다. 북쪽은 서해지구 군 통신망 상태 불량으로 지난 5월 이래 개성공단 출입경 관련 통신을 동해지구를 통해 우회처리하고 있다. 통신망 개선을 위한 남쪽의 물자 제공은 지난 7월 금강산 관광객 피격 사건 뒤 중단됐다. 손원제 기자 wonj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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