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이 북한군 만경봉팀과 제비팀의 축구경기를 관람하는 사진을 북한 <조선중앙통신>과 <중앙텔레비전> <로동신문>이 2일 보도했다.
건강이상설이 불거진 뒤 김 위원장의 공개활동 사진이 보도된 것은 지난달 11일 군부대 시찰에 이어 이번이 두 번째다.
중앙통신은 이날 김 위원장이 “제11차 인민체육대회 폐막과 관련하여” 축구경기를 관람했다고 보도했다. 제11차 인민체육대회는 9월 말에 시작돼 지난달 31일 폐막했다.
■ 사진 정황 중앙통신이 공개한 사진은 김 위원장이 선글래스를 끼고 갈색 외투을 입은 채 통유리가 둘러처진 관람석으로 보이는 곳에 앉아 웃는 모습과 축구경기 장면 등 두 장이다.
이 밖에 중앙텔레비전은 김 위원장이 간부들에게 지시하는 사진 세 장과 축구경기 장면 열 장을 공개했다. 중앙텔레비전이 공개한 사진을 보면, 선글래스를 낀 김 위원장이 앞에 도열한 간부 6~7명에게 선 채로 오른 손을 들어 무언가를 지시하고 있다. 김 위원장 앞에 줄을 선 간부들이 웃고 있는 등 전반적으로 밝은 분위기다.
김 위원장이 앉아 있는 사진엔 장성택 노동당 행정부장이, 간부들과 함께 서 있는 사진에서는 현철해 북한군 대장이 있다.
이번에 공개된 사진 속의 나무는 단풍이 들었거나 말라가고 있고, 운동장 잔디는 누렇게 변해 있어, 최근 찍은 사진으로 보인다. 김 위원장이 등장하지 않는 축구경기 장면 사진에도 관중석 뒤 나무들이 갈색으로 말라가는 등 배경 모두가 완연한 늦가을 풍경이다.
한편, 공개사진 넉 장에서 하나같이 김 위원장은 왼손을 외투 주머니에 걸치거나 힘없이 무릎 위에 늘어뜨린 모습이어서, 몸 왼쪽이 불편한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왔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김 위원장의 왼손이 부자연스러워 보이지만, 이전 공개활동 사진들을 찾아보면 김위원장이 왼손을 외투 주머니에 집어 넣거나, 탁자나 무릎 위에 올려놓은 경우가 종종 있었다”며 “사진 몇 장만으론 정확한 건강 상태를 판단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번 보도에도 불구하고 김 위원장의 건강이상설을 완전히 잠재우기는 부족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 위원장 사진 배경에 축구경기 장면이나 관중 모습이 보이지 않았고, 지난달 군부대 시찰과 마찬가지로 이번에도 촬영 일시와 장소를 밝히지 않았기 때문이다. 결국 동영상이 공개되거나 김 위원장이 외교 사절 접견 같은 대외행사에 등장한 뒤에야 건강이상설이 사라질 것으로 보인다.
■ 공개 배경 김 위원장의 축구관람 사진 공개는 이례적으로 긴 ‘은둔’이 낳은 북한 주민들의 동요를 잠재우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 8월14일 이후 김정일 위원장이 공개석상에서 사라진 지 11월2일로 80일이 됐다.
축구관람 사진 공개는 대통령 선거를 앞둔 미국에 보내는 메시지도 담은 것으로 보인다. 김성배 국가안보전략연구소 책임연구위원은 “북한의 대외정책 결정 과정에 아무 문제가 없으므로 미국의 다음 행정부에 적극적인 북-미 협상에 나서라는 의지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권혁철 기자 nura@hani.co.kr
북한 조선중앙TV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북한군 ‘만경봉’팀과 ‘제비’팀 간 축구경기를 관람했다며 관련 사진을 2일 공개했다.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