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하중 통일부 장관이 26일 오전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에서 손목시계를 보고 있다. 강재훈 선임기자 khan@hani.co.kr
통외통위 대북정책 수정 논란
북한의 개성공단 상주인력 축소와 개성관광 중단 문제를 다루기 위해 26일 열린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회에서는 이명박 정부의 대북정책 기조를 수정하라는 요구가 빗발쳤다.
여야 의원들은 한목소리로 남북 화해와 협력의 상징인 개성공단을 ‘벼랑끝 전술’에 활용하는 북한의 태도에 강한 유감을 표시했다. 그러나 의원들 상당수는 “기다림도 전략”이라는 이명박 정부의 대북정책 기조와 이 대통령의 강성 발언이 남북관계를 파국으로 몰고 있다며 유연한 대응을 주문했다.
박주선·박상천·문학진·이미경 등 민주당 의원들은 이 대통령의 ‘비핵·개방·3000’ 공약이 남북관계의 진전을 가로막는 최대의 장애물이라며 맹공을 퍼부었다.
“고장난 테이프 그만” 민주, 통일장관 질책
박주선 의원은 “국민의 정부와 참여정부는 북핵은 6자 회담에서, 남북관계는 대북정책으로 풀어가는 ‘투 트랙’을 유지했는데, 현 정부는 북핵과 남북문제를 연계해 북한이 강경하게 나올 원인을 제공했다”며 비핵·개방·3000 정책을 바꾸라고 요구했다. 이미경 의원도 “지난 정부는 정경분리 원칙에 따라 대북경협을 추진했는데, 이명박 정부는 이를 하나로 묶는 부시 행정부의 실패한 대북정책을 따라가고 있다”고 비판했다. 민주당 의원들은 특히 “우리 정부는 남북관계 발전에 확고한 의지를 갖고 있는데 아무리 해도 만나주지 않는 북한이 잘못됐다”는 김하중 통일부 장관의 해명에 대해 “말장난하지 말라”, “고장난 (녹음)테이프 틀듯 하려면 그만하시라”고 몰아쳤다.
권영세·김충환 의원 “말만 말고 대책 세워라”
이날 회의에서는 권영세·남경필·김충환·정의화 등 한나라당 의원들도 정부가 북한의 태도 변화만 기다리지 말고 전향적으로 대화 분위기 조성을 위한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남경필 의원은 “기다림의 정책도 너무 길어지면 안 된다. 우리 정책 기조의 변화도 필요하다”며 “미국의 오바마 정부가 대북정책을 세우기 전에 우리가 먼저 6·15 공동선언과 10·4 정상선언에 대한 좀더 전향적인 입장을 표시하고, 공식대화를 요구하라”고 말했다. 정의화 의원도 “마냥 기다리기에는 너무 상황이 급박하다”며 “삐라 살포 중단을 강력하게 촉구하고, 대북 특사를 보내 금강산과 개성, 경협, 6·15, 10·4 선언 등을 일괄해결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권영세·김충환 의원 등은 “한-미 동맹 수준과 이 대통령과 미국 지도자의 개인적 친분을 볼 때 북한의 통미봉남 가능성은 없다”는 김하중 장관의 주장에 대해 “통미봉남 가능성이 있고, 우리가 어떻게 대처할지 고민해야지 가능성이 없다고만 말하는 것은 부적절하다. 말만 하지 말고 대책을 추진하라”고 질타했다.
그러나 윤상현 한나라당 의원은 “북한이 통미봉남 정책을 고쳐야지, 우리가 잘못한 게 뭐냐”며 “북한의 몰상식한 태도에 숨죽이며 남한의 정책을 잘못이라고 하는 것은 북의 남남갈등 전략에 부합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회창 자유선진당 총재도 “오바마 대통령과 직접 협상 수단으로 남북경색을 초래하는데, 유화적 태도로 (정부대응을)바꾸라는 것은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기존 정책 고수를 요구했다. 신승근 기자 skshin@hani.co.kr
이명박 대통령이 26일 오후 청와대에서 긴급 경제·금융상황 점검회의를 주재하던 중 물을 마시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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