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강산지구 북한군 부대장이 금강산관광객 피격사망 사건에 대해 “남쪽 관광객인 줄 알았으면 우리가 총격을 가했을 리가 있겠느냐”며 “너무나 안타깝고 억울하다”고 말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조건식 현대아산 사장은 현대아산 창립 10돌을 하루 앞둔 4일 기자간담회를 열어 “지난 9월께 책임있는 위치의 북한 군부 관계자가 금강산 현지 총사무소를 찾아와 관광객 피격 사망 사건에 대해 유감을 표명했다”며 관련 발언을 공개했다. 조 사장은 “북한 군부 관계자의 정확한 신원을 공개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말했지만, 현대아산 관계자들은 “금강산지구를 책임지고 있는 군부대 부대장이 방문했다”고 확인했다. 이들은 구체적 계급은 밝히지 않았지만, 금강산지구 군부대 부대장은 남쪽 연대장 급에 해당한다는 점에 비춰, 대좌(남쪽 대령에 해당)로 추정된다.
북한군 금강산지구 부대장은 당시 “어슴프레한 시간대에 남녀 구분도 안돼 튀어나가는 상황에서 사고가 벌어진 것”이라며 사건의 우발성을 강조했다. 북한군 부대장은 또 “사고 현장은 관광구역도 아닌 군사통제구역이다. 그래도 관광객 사고라 사업자인 현대에 연락을 하고 조처를 취한 것 아니냐. 금강산관광은 민간사업이기 때문에 남북 사업자 간에 서로 의논하고 그 뒤 당국이 정리해야 하는 사안인데, 왜 남쪽 당국이 먼저 관광 차단을 시킨 것이냐”며 “너무나 안타깝고 억울하다. 남쪽이 먼저 풀어야지, 왜 나보고 풀라고 하느냐”고 답답한 심경을 비췄다고 조 사장은 전했다. 피격사망 사건의 일선 책임자라 할 수 있는 북한군 금강산지구 부대장이 사건과 관련해 자신의 심경을 밝힌 것은 이때가 유일하다.
조 사장은 “북쪽은 사고 직후인 7월11일 명승지 지도국이 유감 담화를 내고, 8월3일엔 금강산지구 군부대 대변인 담화도 냈다”며 “그래도 더 여유가 있는 우리 정부가 대담하게 금강산 관광 재개를 전격 선언하면서 당국 대화를 통해 문제를 해결해 나가야 한다”고 남쪽 정부에 ‘금강산 관광의 우선적 재개’를 촉구했다.
조 사장은 또 “금강산 관광 중단 이후 비상 경영을 해왔지만 이제 한계 상황에 이르렀다”며 “기필코 4월까지는 금강산 관광이 재개돼야 한다”고 호소했다. 현대아산은 사고 직후 위기극복을 위한 비상경영체제를 가동해, 사고 직전 1084명이었던 임직원을 479명으로 감축했다. 남은 임직원들도 순환 재택근무, 임직원 보수 삭감 및 상여금 유보 등으로 긴축경영에 동참하고 있다고 조 사장은 밝혔다. 현대아산 임직원들은 회사 창립일인 5일 새벽 경기도 창우동의 정주영, 정몽헌 회장 묘소를 참배한다. 손원제 기자 wonj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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