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군사령부와 북한군이 2일 6년6개월 만에 제15차 장성급 회담을 열었으나, 32분 만에 서로의 입장만 확인하고 성과 없이 끝났다.
이날 오전 10시 판문점에서 열린 회담에서 북한은 9~20일 예정된 한-미 연합 연습인 ‘키 리졸브’에 대해 “한반도 정세를 악화일로 상황으로 몰고 갈 것”이라며 중단을 요구했다. 북한은 또 “군사분계선 일대에서 미군의 도발이 예측할 수 없는 군사적 충돌을 불러올 수 있다”며 “이런 활동이 계속되면 단호한 대응조처를 하겠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유엔사는 “키 리졸브 연습은 연례적 방어훈련이고, 유엔사 소속 미군의 군사분계선 이남에서 활동은 정전협정 유지 임무를 수행한 것”이라고 맞섰다.
이번 회담은 남북 군사적 긴장이 고조되는 가운데 북한이 먼저 회담을 제안해 눈길을 끌었지만, 양쪽의 주장만 확인한 채 마무리됐다. 회담 뒤 유엔사는 보도자료를 내어 “양쪽은 긴장을 완화하고 투명성을 보장하기 위한 방안을 논의했고 이 문제를 더 논의하자는 데 합의했다”고 밝혔으나, 다음 회담 일정을 정하진 못했다.
북한은 지난달 28일 남쪽 국방부에 ‘남북관리구역의 미군 도발’을 비난하는 전화통지문을 보냈고 같은 날 유엔사에 ‘긴장 완화를 논의하자’며 회담을 제의했다. 북한이 사실상 미군으로 구성된 유엔사에 회담을 먼저 제안한 것은 2002년 9월 이후 남북 군사당국간 대화로 풀어오던 한반도 군사 문제를 미국과 직접 협의하고, 남한을 배제하겠다는 의도로 보인다.
남북은 2002년 9월 채택한 군사보장 합의서에서 “남북관리구역에서 제기되는 모든 군사적 실무 문제들은 남과 북이 협의 처리한다’고 합의했다. 북한이 6년6개월 만에 유엔사와 회담을 재개한 것은 지난 1월30일 북한이 밝힌 ‘남북 정치·군사적 대결 상태 해소와 관련된 합의 무효’ 선언의 연장선이다.
2002년 경의선·동해선 연결 공사 때 북한과 유엔사는 남북관리구역의 군사적 관할권을 놓고 충돌했다. 당시 북한은 남북이 전권을 행사할 수 있다고 주장했고 유엔사는 정전협정이 적용된다고 맞섰다. 이후 유엔사와 북한의 대화는 멈췄고, 남북 군사당국 회담이 군사적 긴장완화를 다뤘다. 권혁철 기자 nura@hani.co.kr
2002년 경의선·동해선 연결 공사 때 북한과 유엔사는 남북관리구역의 군사적 관할권을 놓고 충돌했다. 당시 북한은 남북이 전권을 행사할 수 있다고 주장했고 유엔사는 정전협정이 적용된다고 맞섰다. 이후 유엔사와 북한의 대화는 멈췄고, 남북 군사당국 회담이 군사적 긴장완화를 다뤘다. 권혁철 기자 nur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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