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분석 개성공단 사흘째 통행차단
북한의 개성공단 육로통행 차단이 사흘째 이어졌다. 14일 외국인 4명과 결혼이 걸린 남쪽 인원 2명, 15일 응급환자 1명이 나온 것을 빼면, 개성공단 체류 남쪽 인원은 15일에도 귀환하지 못했다. 북한의 이번 조처는 민간인 신변안전과 직결된 ‘통행’ 문제를 건드렸다는 데 심각성이 있다. 대북 신뢰도를 깎고 개성공단의 장래, 남북관계 전반에 먹구름을 드리우는 ‘나쁜 행동’이라는 비판이 제기된다.
북한이 왜 비난을 무릅쓰고 일방적으로 다시 통행 차단에 나선 것인지는 분명하지 않다. 북한은 공식이든 비공식이든 일체의 설명을 내놓지 않고 있다. 몇 가지 분석이 나온다.
먼저 키리졸브 훈련에 대한 북한 나름의 최소한의 대응이라는 시각이 있다. 한 전직 고위 당국자는 “키리졸브 훈련의 특정 단계 내용에 대해 북한이 한시적으로 강경한 맞대응을 한 것일 수 있다”고 말했다. 키리졸브 훈련은 북한 남침에 대한 방어와 미군 증원을 통한 반격으로 구성된다. 반격은 북진을 포함한다. 북한이 한-미 연합군의 반격 훈련 동향을 파악하고 ‘그렇다면 그동안은 민간 육로통행도 차단해야 한다’고 나온 것일 수 있다. 북한은 이전에도 팀스피리트 훈련이나 키리졸브 전신인 연합전시증원훈련(RSOI) 때는 남북 대화를 전면 중단했다.
지난 10일 하룻만에 1차 통행 차단을 푼 뒤 제기된 남쪽의 평가에 대한 반발과 경고라는 관측도 있다. 한 정부 소식통은 “당시 남쪽 언론이 ‘북한의 굴복’이라고 평가하자, ‘주도권은 우리가 쥐고 있다’며 다시 행동에 나선 것일 수 있다”며 “계산을 갖고 쥐었다 풀었다 하며 남쪽을 흔들려는 의도”라고 평가했다.
북한이 남쪽 정부에 ‘대북정책 전환’과 ‘공단 폐쇄’ 사이 양자택일을 강요하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일부 있다. 국책연구기관의 한 전문가는 “북한이 현 정부 아래 개성공단의 장래가 없다고 보고, 폐쇄까지 각오한 채 그 책임을 남쪽에 떠밀려는 전술로 볼 여지도 있다”고 말했다. 북한이 먼저 공단 문을 닫는 것은 국제적 비난과 책임 문제가 따른다. 그러니 남한 정부가 먼저 개성공단 인력 철수 등의 강경 대응에 나서도록 한 노림수일 수 있다는 것이다.
정부와 다수 전문가들은 일단 북한이 개성공단 폐쇄까지 염두에 둔 것은 아닌 것으로 보고 있다. 정부 고위 당국자는 “키리졸브 훈련 기간 한시적 조처로 본다”며 “긴급통행과 공단 내 통신이 허용되는 등 억류로 볼 상황도 아니다”라고 했다. 당장의 정부 대응도 통행 정상화에 있지, 재발 방지는 그 뒤 검토할 문제라는 인식이 강하다.
그러나 16일에도 남쪽 인원의 귀환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정부 대응 기조도 바뀔 가능성이 있다. 통일부는 16일 방북 예정자 655명과 귀환 예정자 214명의 출·입경 계획을 14일 북쪽에 통지했다. 지난 13~14일 돌아오지 못한 인원의 출입 계획도 별도로 전달했다. 고위 당국자는 “이들이 16일에도 못 오면 언론이나 국민들 감정이 달라질 것”이라며 “이날 어떻게 되느냐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런 점을 들어 북한에 남쪽 여론까지 고려한 신중한 검토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김용현 동국대 교수는 “북한은 현재 민간 경협을 정치화해 정경분리라는 남북 관계 원칙을 훼손하고 있다”며 “남북 관계의 최후의 보루인 개성공단을 위협하는 행동을 중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 개성공단 입주 기업 대표도 “북쪽은 남쪽을 비난하기에 앞서 출입·체류에 대한 남북 합의부터 지키는 모습을 보여 달라”고 요구했다.
손원제 기자 wonj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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