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의선과 동해선 육로 통행이 재개된 17일 오전 개성공단으로 가려는 차량들이 경기 파주 도라산 남북출입사무소에서 북쪽을 향해 출발하고 있다. 도라산/김진수 기자 jsk@hani.co.kr
당장 오늘 입장도 예상 어려워…남쪽대응 중요
“공단도 무풍지대 아니다” 안팎에 각인 ‘효과’
“공단도 무풍지대 아니다” 안팎에 각인 ‘효과’
1차 전면 차단(9일)→전면 허용(10일)→2차 전면 차단(13일)→귀환만 허용(16일)→전면 허용(17일)→?….
키리졸브 훈련(9~20일) 시작 이래 북한이 개성공단과 금강산 육로통행을 두고 보여 온 태도 변화다. 통행을 전면 허용한 날이 둘 다 화요일이란 점을 빼면 뚜렷한 규칙성이 없다. 화요일은 1주일에 한 번 있는 금강산 출·입경 날이다.
규칙성이 안 보이니 당장 18일엔 어떻게 나올지도 예측불허다. 정부도 이번엔 신중한 태도다. 지난 10일 하루만에 북이 통행을 풀었을 땐 “개성공단과 금강산 지역의 출·입경이 원상회복됐다고 해석하면 된다”(김호년 통일부 대변인)며 정상화로 받아들였다. 그러나 17일엔 “내일 어떻게 나올지 누가 알겠느냐”(한 당국자)고 했다. 북한은 이날도 아무 말이 없었다.
일단 북한이 이날 통행을 모두 허용한 이유는 짐작 가능하다. 북한은 16일 귀환길을 열어 민간인 ‘억류’ 비난을 회피했다. 이날은 방북길을 마저 열어 개성공단의 파행 가동을 완화하려 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개성공단 입주 기업들은 나흘 동안 원·부자재와 인력 교대가 끊겨 극심한 고통과 불편을 겪었다. 가동 중단 기업이 속출하자, 16일엔 북한에 전면 통행 허용을 촉구하는 성명서까지 냈다.
한 당국자는 “북한으로서도 개성공단을 이번에 완전히 접으려는 각오를 한 것이 아니라면, 모른 체하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미 개성공단을 대남 압박용 카드로 충분히 써봤다고 북한이 판단했을 수도 있다. 키리졸브 훈련을 명분 삼았지만, 북한이 오로지 키리졸브 대응 차원에서 통행차단 카드를 꺼낸 건 아닐 거라는 시각이 많다. 한 전직 고위 당국자는 “그 이상의 전면적 대남 압박 카드로 개성공단을 시험해 본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사태로 북한은 개성공단도 남북관계의 ‘무풍지대’로 간주하지 않을 것임을 안팎에 각인시켰다. 최악의 경우 개성공단도 던질 수 있다는 단호한 ‘얼굴’을 내비친 셈이다. ‘그러니 공단 발전을 위해서라도 대북정책을 바꾸라’는 나름의 고강도 대남 경고다. 개성공단에 명운을 건 기업들을 향해 ‘정부의 전향적 정책전환 유도에 적극 나서라’고 무언의 메시지를 보낸 것(전직 고위 당국자)이라는 분석도 있다.
북한의 이후 행보는 처음 목표와 견줘 그동안 거둔 효과를 어떻게 평가하느냐에 달렸다고 봐야 한다. 아직 더 남쪽을 흔들 필요가 있다고 본다면, 18일이라도 다시 통행 차단 등에 나설 것이다. 그러나 남쪽의 비판적 여론과 기업의 불만 고조 등으로 오히려 역효과를 볼 수 있다고 판단한다면, 추가적 상황악화는 없을 가능성이 크다.
이때 또 중요한 것이 남한 정부의 대응이다. 이봉조 전 통일부 차관은 “현재로선 북이 통행 문제를 키리졸브 훈련기간에 한정해 건드리고 있다”며 “하지만 남쪽이 곧장 완전한 재발방지 등을 요구하며 급하게 대응책을 구사할 경우 20일이 돼도 안 끝날 수 있다”고 봤다. 자칫 지난해 금강산 사건처럼 서로 대응 수위를 높여가다 사업 자체가 중단되는 악순환이 우려된다. “정부의 유연한 대응이 요구되는 국면”이다. 이를 위해선 북한의 통행 허용을 두 손 두 발 다 든 ‘항복’으로 폄하하지 않는 냉정과 절제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손원제 기자 wonje@hani.co.kr
손원제 기자 wonj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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